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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블랙핑크 제니도 반한 발가락 신발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5. 09. 23

제니도, 신민아도, 이효리도 신었다. 언뜻 보면 무좀 양말처럼 보이는 발가락 신발이 트렌드 반열에 올랐다는 뜨악할 소식. 이번엔 과연
논란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발가락 하나하나가 드러나는 이 신발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을 잊기 힘들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소개팅남의 발가락 양말을 엿본 듯한 기분이랄까. 그러나 어색함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신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이 논란의 핑거 슈즈는 블랙핑크 제니가 비브람파이브핑거스를 신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유행의 급물살을 탔다. 온라인에는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 “보행 습관이 좋아진다”는 리뷰가 이어졌고, 발가락 신발 특유의 감촉에 매료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남들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Z세대 사이에서도 이 괴짜 신발은 유니크한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무좀 양말과 닮았다는 오명을 벗고 이제는 엄연한 패션 아이템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패션계는 오래전부터 발 모양을 드러내는 파격 시도를 이어왔다. 1989년 메종마르지엘라가 선보인 타비 슈즈를 기억해보라.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둘로 가른 그 부조리한 디자인은 처음엔 “소 발굽 같다”는 조롱을 받았지만 지금은 하우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2023년 JW앤더슨 역시 맹수의 발을 본뜬 삼지창 모양의 뮬 슈즈로 타비의 아성에 도전했다. 고양이 발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 슈즈는 공개 직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패션 하우스의 상상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발렌시아가는 2025 프리폴 컬렉션에서 엄지발가락만 남기고 윗부분을 모두 없앤 제로 슈즈를 공개했다. 얇은 몰드 솔이 발뒤꿈치를 살짝 받쳐줄 뿐 발가락이 모두 드러나는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발렌시아가는 이를 두고 “신발의 본질만을 남긴 채 최대한 맨발에 가깝게 만들고 싶었다”고 의도를 드러냈다. 또 다른 급진적 사례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아방가르드 브랜드 아바바브를 들 수 있다. 지난 S/S 컬렉션에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협업한 핑거 슈즈를 공개하며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디다스의 상징인 쓰리 스트라이프를 두른 혁신적인 발가락 스니커즈는 올해 패션계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2025 F/W 컬렉션에서는 아예 모델들에게 신발 대신 두툼한 스포츠 양말을 신긴 채 런웨이를 활보케 했다. “신발이 꼭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듯 두 발의 자유를 극대화한 연출이었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맨발화 바람은 계속될 예정이다. 런던의 키코 코스타디노프는 2026 S/S 컬렉션에서 발가락 실루엣을 강조한 시스루 양말과 플립플롭의 믹스 매치를 선보였고, 코펜하겐의 오페라스포트는 하바이아나스와 협업해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플립플롭을 쇼에 올렸다. 기능성 조리가 첨단기술을 만나 고감도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못생긴 것일수록 힙한 요즘 트렌드

셀럽들도 발가락 신발 열풍에 합류했다. 해외에서는 모델 팔로마 엘세서, 패션 인플루언서 멜리사 본, 데보라 로사 등이 앞다퉈 발가락 신발 OOTD로 피드를 채웠다. 우아한 에르메스 백을 들고 비브람파이브핑거스를 신은 파격적인 믹스 매치 룩은 ‘못생긴 것일수록 힙하다’는 요즘 패션 지론을 몸소 입증하는 장면이다. 국내에서는 모델 김성희와 젤라비 등이 개성 넘치는 데일리 룩을 선보이며 발가락 신발이 일상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발가락 신발은 어떤 옷과 매치하느냐에 따라 단아한 무드부터 시크한 애슬레저 스타일까지 두루 소화해낸다. 헐렁한 슈트 팬츠에 신으면 스트리트 감성이 되살아나고, 반대로 스커트와 함께하면 걸리시한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왜 이 기괴한 발가락 슈즈에 열광하는 걸까? 웰니스를 지향하는 흐름 속에서 화려함보다는 신체 본연의 감각을 존중하는 신발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일까? 단순한 호기심의 산물일까? 실제로 한 패션 심리학자는 “발을 노출함으로써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해방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발끝에서 시작된 작은 자유가 몸과 마음의 해방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 웃음거리였던 발가락 신발이 당당히 트렌드 주역으로 떠오른 지금, 패션계는 새로운 해방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독특한 신발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앞으로의 걸음이 증명할 것이다.  



#발가락신발 #핑거슈즈 #제니신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발렌시아가 메종마르지엘라 JW앤더슨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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