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년간 다양한 학생을 지도하며 수많은 사례를 접한 류승재 강사 역시 수포자 대부분이 겪은 첫 시련은 “초등 3학년 때”라고 말한다. 본격적으로 개념 이해력과 문제해결력, 추론력을 길러야 하는 시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직 암기식으로만 수학을 접했을 때 더욱 그렇다. 이때부터 수학의 원리를 잘 이해해야만 중고등학교 수학 공부도 가능하다는 것. 수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3학년, 수학 머리가 생성되는 결정적인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류승재 강사는 “정확한 학습 기준과 방향을 담은 체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수학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초등 3학년 때 공부 습관만 잘 들여놓으면 고등학교 수학 상위 1%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류승재 강사는 수학 전문 학원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며 28년째 수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최하위권부터 최상위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학생을 가르치며 초등학생 시절 수학의 기본기가 입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의와 강연 외에 유튜브 채널 ‘공부머리 수학법’을 운영하고 있다. 또 1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초등수학 심화 공부법’을 비롯해 ‘입시를 책임지는 초3 수학 캠프’ 등도 펴냈다.
수학 머리는 타고나는 건가요.
타고나는 부분은 분명히 있어요. 실제 학생들을 지도해보면, 하나를 가르치면 10까지 이해하는 경우가 분명 있거든요. 배우는 것 모두 머릿속에 저장하면서 암기까지 하는 거죠. 반면에 가르친 것을 바로 잊어버리는 학생도 있어요. 아이들에 따라 수학 공부에 대한 편차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공부법만 익힌다면 누구나 수학적 재능을 발달시킬 수 있어요. 실제 제가 가르친 고등학교 학생 중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거의 10~50점대인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학생의 수학 점수는 항상 95점 이상이 나왔어요. 이 경우만 봐도 체계적이고 올바른 방법으로 수학 공부를 하면 누구나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류승재 강사는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체계적이고 올바른 수학 공부법을 전파하고 있다.
자연수, 분수, 소수, 나눗셈, 평면 도형 등 수학과 관련된 핵심 개념을 다루게 되거든요. 이때 주요 개념의 원리를 이해하지 않은 채 그저 암기만 하는 학생들이 생겨나요.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 공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수학은 암기하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암기식 수학으로는 절대 성적을 올릴 수 없어요. 개념과 원리를 이해한 뒤 문제에 적용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습관을 제대로 다져놓아야 하고요.
수학의 개념과 원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먼저 아이들에게 문제 풀이 방법과 정답 도출 과정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수학은 원칙에 따라 암기하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가급적이면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를 보고 원리에 충실해서 설명하는 것이 좋아요.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바로 연산 교재를 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2/6와 1/3은 약분의 관점에서는 같아요. 하지만 연산의 관점으로만 분수를 접하면 오개념이 생기게 됩니다. 사과 12개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2/6나 1/3은 둘 다 사과 4개를 뜻하지만 다음과 같은 큰 차이가 있어요. 2/6는 사과 12개를 2알씩 묶었을 때 6묶음 중 2묶음을 나타냅니다. 반면 1/3은 사과 12개를 4알씩 묶었을 때 3묶음 중 1묶음을 의미하죠. 이처럼 수의 원리와 의미를 다양하게 제시하며 아이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이 향상되고요. 만약 분수의 약분을 오직 연산으로만 접근했다면, 2/6와 1/3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할 거예요.
수학적 사고력이란 무엇인가요.
수능을 잘 보기 위해 필요한 핵심 능력을 지칭해요. 문제해결능력, 추론 능력, 수학 개념을 활용한 대상 일반화 및 추상화 능력을 합쳐 ‘수학적 사고력’이라고 불러요.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5가지 핵심 습관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핵심 습관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첫 번째는 처음 수학 공부를 할 때부터 글씨나 수식을 연습장에 또박또박 쓰면서 푸는 습관을 들이는 거예요.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문제집에 숫자 몇 개만 끼적이며 문제를 풀어요. 오답이 생겨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찾을 수 없죠. 때문에 반드시 연습장에 식을 써서 제대로 푸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 스스로 개념을 읽은 뒤 엄마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이를 통해 아이는 읽으면서 원리를 이해하는, 개념 독학 연습을 하게 됩니다. 또 엄마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요. 이처럼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면 학습한 내용을 머릿속에 잘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수학뿐만 아니라 전 과목의 공부도 잘할 가능성이 커지겠죠. 이 밖에 아이가 못 푸는 문제가 있다면 개념이나 비슷한 유형을 참고해 스스로 다시 풀 수 있게 도와줘야 해요. 만약 심화 과정에서 못 푸는 문제가 있다면 힌트를 조금씩 제시하며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좋고요. 또 틀린 문제는 아이가 점검하게 합니다. 본인의 오류를 직접 확인시키는 거죠. 만약 정말 몰라서 틀린 문제라면 그 원인 및 안 틀리는 방법 등을 적는 오답 정리를 시킵니다. 오답 정리를 할 문제가 너무 많으면 수학에 흥미를 잃을 수 있어요. 하루 최대 3문제 이하만 정리를 시키는 것이 좋아요.
마지막 습관은요.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이 두 항목은 수학을 잘하기 위한 필수 요소예요. 독서는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엉덩이 힘을 길러줘요. 문해력도 높아져 수학 개념의 이해 능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은 한번 배운 내용을 잘 안 잊어버리는 개념 저장 능력도 탁월해요. 글쓰기는 기존에 외운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한 뒤 새로운 것으로 창조하는 행위예요. 이 방식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거의 일치합니다. 수학도 기존에 배운 개념을 조합하며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가니까요. 특히 글쓰기를 통해 향상된 여러 개념을 순서에 맞게 잘 조합하는 능력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류승재 강사는 전국의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직접 만나 강의와 강연을 펼치고 있다.
하루 1시간 투자로 완성하는 수학 루틴
수학 공부는 하루에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한가요.아이가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엉덩이 힘과 공부에 몰입할 힘을 길렀다면 초등학교 3학년이라도 매일 2시간 정도는 공부할 수 있어요. 만약 이와 같은 습관을 만들지 못했다면 매일 1시간이라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주위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대부분 공부를 하루의 루틴처럼 여기더라고요. 우리가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공부를 일상의 당연한 부분으로 여기니 힘들다는 생각도 덜 하는 것 같고요. 공부 습관을 들일 때는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이 좋아요. 뇌가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정리정돈이 잘된 공간을 선택합니다. 공부 횟수는 평일 주 5회가 좋고, 별도의 과제는 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와 같은 루틴을 ‘30일’ 반복하며 습관화하는 거죠.
기간을 ‘30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러 실험을 해본 결과 30일 정도 루틴을 반복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를 습관화 했거든요. 물론 30일로 부족한 아이들도 있어요. 저는 아이가 셋 있는데, 위와 같은 수학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 각각 1년 정도가 걸렸어요. 기본적으로는 30일이지만, 만약 이 기간에 루틴화가 안 됐다면 포기하지 말고 1년 정도는 계속해서 시도하는 걸 추천해요.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들도 어느 순간 몸에 익으면서 자동적으로 책상 앞에 앉게 될 거예요.
30일 동안 어떤 로드맵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총 4주로 나눠 계획을 짜면 됩니다. 1주 차에는 아이의 수준에 따라 학습 계획표를 세워보세요. 일주일에 몇 회, 1회에 몇 시간 공부할지를 정하는 거죠.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공부할 문제집을 삽니다. 문제집은 아이 수준에 따라 2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교과 수학을 필수로, 연산·사고력·문장제(서술형) 문제집 중 한 권을 추가하는 식으로요. 1주 차는 시간제 학습으로 올바른 공부 습관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약속한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공부를 끝내는 것이 핵심이에요. 2주 차는 습관을 만드는 시기예요. 모든 개념은 아이가 먼저 읽어보게 하세요. 그 후 엄마와 묻고 답하기를 통해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합니다. 그러고 나서 개념 노트에 학습한 부분을 요약정리시킵니다. 아이가 요약정리를 힘들어한다면 6개월~1년 정도는 문제집에 나오는 개념을 필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개념 노트 작성이 끝나면 본격적인 문제 풀이에 들어가고요. 3주 차는 2주 차까지 진행했던 로드맵을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예요. 아이가 혼자 공부하게 지도한 뒤 혹시 누락된 절차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며 보완해주세요. 마지막 4주 차는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3주 차까지의 공부 습관을 반복하는 시기예요. 이런 습관들이 몸에 배면 진도가 자연스럽게 빨라지면서 수학 학습 능력도 올라갈 거예요. 이와 같은 4주 플랜을 계획표로 작성해서 아이 책상이나 거실에 붙여놓아도 좋고요.

아이가 상위권이라면 주 5회, 각각 2시간씩(총 10시간)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월, 화, 수, 목, 금요일에 공부할 예정이라면 월, 수, 금요일은 교과 수학 문제집을 화, 목요일은 사고력 문제집을 풀며 수준을 높이는 거죠. 문해력이 약하다면 주 5회, 각각 1시간씩(총 5시간)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상위권처럼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공부의 흥미를 잃을 수도 있거든요. 월, 수, 금요일은 교과 수학 문제집을 풀고 화, 목요일은 서술형 문제집으로 문해력을 향상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주 5회, 각각 30분씩만 공부해도 충분합니다. 대부분 엉덩이 힘이 약한 아이들이라 처음부터 오랜 시간 공부를 시키면 반감을 살 수가 있거든요. 30분으로 시작해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걸 추천합니다. 이 학생들 역시 월, 수, 금요일은 교과 과정 공부를 수행합니다. 대신 화, 목요일은 연산 문제집으로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연습을 해야 해요.
부모는 언제부터 공부 개입을 줄이는 게 좋을까요.
초등학교 6학년이요. 3~5학년까지는 부모의 도움 아래 공부하며 올바른 학습 습관과 루틴을 만들어야 해요. 혼자서 계획을 짜고 실행하기엔 다소 부족한 시기거든요. 또 주위의 수많은 유혹을 자력으로 뿌리치기도 쉽지 않고요. 부모가 옆에서 지도하며 아이가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 습관과 루틴이 몸에 익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혼자 공부해도 충분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 계획도 짜고, 채점 및 해설지 분석도 해보도록 격려해주세요.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할 수 있지만, 몸에 밴 루틴 덕분에 금방 적응할 거예요.
선행학습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까요.
선행학습에 너무 흔들릴 필요는 없어요. 아무리 빨리 선행학습을 해도 진짜 승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거든요. 수학을 잘하는 아이 중 초등학교 때 중고등학교 과정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물론 입시를 놓고 보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행학습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초등학교 수학은 고등학교 수학에 비해 매우 쉬운 편이에요. 책을 좀 읽은 아이들은 충분히 혼자서도 진도를 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선생님의 도움 아래 선행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수학을 아무리 빨리 끝냈어도 고등학교 수학의 한 학기 과정을 이해하는 데 1~2년이 걸리는 아이도 있고요. 반면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음에도 고등학교 수학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아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때는 선행학습보다는 아이가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초등학생 때 미리 시켜놓으면 좋은 것들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세 아이를 키운 육아 선배로서 말씀드리자면, 앞서 강조한 독서와 글쓰기를 비롯해 예체능 활동은 꼭 시켰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아이들에게 수영, 태권도를 비롯해 악기, 미술 같은 예체능 활동을 시켰거든요. 관련 상장도 받아오고, 아이들이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를 예체능 활동을 통해 푸는 모습을 보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엄마표 영어로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의 영어 실력을 키워줬으면 합니다. 저희 둘째 아이가 국제고나 전국 단위 자사고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영어 때문에 포기했거든요. 이런 학교 대부분은 영어로 회화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는데, 아이가 그 부분에 자신감이 없어 했어요. 그렇다고 영어 학원에 보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영어 학원에 다닌 아이 중 과도한 숙제와 학습량으로 숙제를 베끼는 등 잘못된 공부 습관이 생기는 경우가 있거든요. 따라서 엄마표 영어로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부작용 없이 호감도를 높일 수 있어요.
추천해주실 만한 놀이도 있나요.
보드게임과 퍼즐, 수학 게임이요. 이 놀이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거든요. 제 아내가 100만 원 상당의 보드게임을 중고로 사서 아이들과 함께 즐겼는데, 아이들이 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접하더라고요. 또 스도쿠 같은 게임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줘요. 종이접기를 꾸준히 한 아이들은 수학을 특히 잘하는 경향이 있고요. 복잡한 접는 순서를 읽고 따라 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공간감이 발달하거든요. 이 밖에 큐브, 블록, 레고와 같은 놀이를 통해 도형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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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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