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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고독한 미식가’ 고로상이 추천하는 한국 노포 맛집 5

김종현 작가

2025. 03. 28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개봉에 맞춰 그동안 ‘고로상‘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극찬했던 국내 맛집 5곳을 직접 찾아갔다. 고로상의 한 줄 시식 평과 함께 글과 사진으로 그 맛을 음미해보자.

1. 진이네식당

‌“이 집의 모든 메뉴를 포장해서 일본에 가져가고 싶다”
황태해장국(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2025)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구조라항에는 작은 식당이 있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 등장한 이후 전국의 미식가들이 찾고 있는 ‘진이네식당’. 이곳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이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나 경상도 거제도 남자를 만나 시집온 후 50년이 넘은 사장님의 성품은 담백하다. 그 덕분인지 이 집의 음식도 사장님처럼 소박하고 덤덤하다. 영화에서 고로상(마츠시게 유타카)이 주문한 음식은 황태해장국. 사장님은 주문이 들어오면 물에 불려놓은 황태를 냄비에 올린 후 참기름을 넣고 달달 볶아 진한 육수를 우려낸다. 그 위로 한가득 올려주는 콩나물은 최고의 선택. 뽀얗게 우려낸 황태 국물 위에 얹은, 향긋한 콩나물의 향과 아삭한 식감의 조화가 범상치 않다. 매일매일 새로 만들어내는 찬에서 미세하게 불어오는 바닷가 마을의 봄 향기가 느껴진다. 안동 간고등어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내는 고등어정식도 좋다. 짭조름한 고등어 한 조각을 수저에 올려 먹는 그 맛을 익히 알고 있기에 더 탐하게 되는 음식이다. 통영에서도 가까워 들러봄직하다. 참고로 매장의 사진만 보고 이 집을 직접 선택했다는 고로상은 영화 촬영을 마친 후에도 네 번이나 이곳을 더 찾았다.

ADD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로 28
OPEN 금~수요일 오전 7시~오후 4시, 목요일 오전 7시~오후 1시(여름 시즌 오전 6시부터 영업 시작)
MENU 황태해장국 8000원, 고등어정식 1만 원, 모둠생선구이 3만 원

2. 진주집

‌“이거 뭔가 뭔가… 대단한 놈이 나왔구나”
꼬리찜, 꼬리토막(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2025)

‌1955년 남대문시장에서 문을 연 70년 노포 ‘진주집’의 꼬리찜과 꼬리곰탕을 먹고 난 뒤엔 항상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른 새벽부터 세상과 몸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시장 상인들과, 그 시장을 들르는 어머니들 그리고 저녁 무렵 모여드는 인근 직장인들까지 모두가 즐겨 찾는 곳이다. 진주집은 그 특유의 담백함과 진한 육향으로 유명한 꼬리곰탕도 좋지만, 역시 이 집의 백미는 꼬리찜이다. ‘소 한 마리당 하나’라는 한정된 수량의 소꼬리를 푹 끓여내는 꼬리찜에는 소꼬리가 인간에게 내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겼다. 보글보글 거품이 피어오르는 뚝배기에서 꼬리 한 토막을 끄집어내 접시에 올린다. 접시에 올린 큼직한 꼬리에서 고기를 젓가락이나 포크로 먼저 뜯어 먹은 후, 젤라틴이 가득한 꼬리뼈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먹으면 된다. 꼬리찜을 먹자마자 마치 DNA 속 깊숙이 숨겨놓은 야성의 본능이 살아나는 듯하다. 꼬리찜의 육수까지 다 먹어갈 즈음 잘 삶은 소면을 넣고 다시 끓여준다. 이 소면까지 먹어야 진주집의 꼬리찜을 제대로 먹었다 할 수 있다. 꼬리찜을 위한 특제소스도 맛있다.

ADD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22-2
OPEN 매일 오전 8시~오후 9시
MENU 꼬리곰탕 2만7000원, 꼬리토막(꼬리곰탕 특) 3만2000원, 꼬리찜 8만5000원

3. 영덕회식당

“덕분에 오늘은 고독하지 않네요”
과메기(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2025)

‌‘영덕회식당’을 찾을 때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포항 앞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몸서리친다. 이 집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막회와 과메기다. 과메기는 바다로 빚고, 거친 겨울바람과 햇살로 구워내는 도자기 같은 음식이다. 입구의 오래된 간판처럼 과메기 맛은 깊고도 농후하다. 김 한 장을 깔고 그 위로 다시마와 꼬시래기를 올린다. 과메기 두세 점을 올리고 실파 그리고 마법의 양념장을 가득 품은 마늘 한 점만 올리면 동해로 떠나는 여행 준비는 끝. 입에 넣자마자 소금기 가득한 바다 향이 휘몰아친다. 꽁치 과메기의 그 작은 조각 하나하나에서 농축된 고소함이 흘러넘친다. 다시마와 꼬시래기는 반드시 과메기에 곁들여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막회는 원래 갓 잡아 올린 생선을 날로 채 썰어서 내는 음식. 함께 나온 채소와 같이 집어 양념장을 찍어 먹다가 사장님께 부탁하면 그 자리에서 비법 양념장에 무쳐 준다. 이 또한 영덕회식당에서 놓칠 수 없는 묘미. 회가 3분의 1 정도 남았을 때 밥을 비벼달라고 요청하자. 수준급의 ‘막회 덮밥’도 맛볼 수 있다.

ADD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1길 6 1층
OPEN 월~금요일 낮 12시~오후 8시 50분, 토요일 낮 12시~오후 4시 50분(일요일 휴무)
MENU 과메기 3만 원, 막회 3만3000원, 점심 물회밥 1만4000원, 점심 회덮밥 1만 원

4.종점숯불갈비

“먹으면 먹은 만큼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것 같아”
돼지갈비와 10가지의 찬(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즌 7, 2017)

아주 오래전 보광동 버스터미널 종점이 이 집 근처에 있어 ’종점숯불갈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래된 갈빗집의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야말로 진정한 ‘레트로’의 결정체다. 종점숯불갈비의 가장 큰 매력은 주문하면 나오는 엄청난 양의 찬들. 쌈 채소를 포함, 무려 10가지의 찬이 테이블 위에 오르며 성찬이 완성된다. 마치 전라도 시골 고깃집에서 숯불갈비 정식을 먹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사장님의 손맛이 좋아 찬들이 입에 감기는데, 그중 김치류의 묵은 맛이 좋다. 쟁반에 담아내는 돼지갈비도 요즘의 유행을 따르지 않은 ‘옛날식 돼지갈비’다. 함께 나오는 시큼한 소스는 돼지갈비에 숨어 있던 달콤한 맛까지 모두 끄집어낸다. 적당히 먹은 후 밥과 찌개를 추가 주문해 불판에 올려 ‘된장 술밥’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조금 더 풍성한 식사가 필요하다면 차돌박이를 추천한다.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곳이라 조금 늦은 시간이라도 이태원이나 한남동 인근에 있다면 한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ADD 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112
OPEN 매일 오전 11시~다음 날 오전 2시(오전 1시 주문 마감)
MENU 돼지갈비 1만7000원, 삼겹살 1만7000원, 차돌박이 2만 원

5. 오륙도낙지볶음

“턱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어!”
낙곱새와 우동(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즌 SP, 2019)

항구도시 부산에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있는데, 낙지요리도 빼놓을 순 없다. 요즘은 찾기도 힘든 옛날식 법랑팬에 볶아주는 ‘오륙도낙지볶음’의 ‘낙곱새(낙지, 곱창, 새우)’는 맛이나 정취로나 범상치 않다. 스테인리스 대접 가득 담은 밥 위에 ‘셀프 계란 프라이’를 한 장을 올리고 완성된 ‘낙곱새’를 덜어 밥을 비비면 눈 깜짝할 새에 그릇의 바닥을 볼 수 있다. 낙지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곱창의 쫄깃함, 그리고 새우살의 달콤한 맛이 매운 양념과 한데 어울려 ‘오륙도낙지볶음’만의 특별함을 만들어 낸다. 고명처럼 비빔밥에 올리거나 찬으로 먹을 수 있는 심심한 콩나물도 잘 어울린다. 적당히 먹은 후 추가하는 우동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낙곱새의 맵고 진한 양념을 가득 품은 우동면은 ‘볶음 우동’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된다. 참고로 이 집의 김치(겉절이)는 매우 사납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경상도식 김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ADD 부산시 남구 유엔평화로 13번길 6
OPEN 매일 오전 10시~오후 10시(오후 9시 주문 마감)
MENU 낙곱새 1만 원, 낙지볶음 8500원, 곱창전골 4만5000원



김종현은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팬으로 시즌 1~13까지 모두 섭렵,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상처럼 전국의 노포 음식점을 홀로 찾고 있다. 노포 탐방기를 담은 책 ‘초빼이의 노포일기’를 출간했다. ‘경인 편’과 ‘지방 편’은 세계 3대 도서전으로 손꼽히는 ‘2025 런던 도서전’ K-푸드 분야 대표 서적으로 선정됐다.

‌사진 뉴스1 
‌ 사진제공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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