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진환 시대인재 지구과학 강사
이번 발표에서 가장 이슈가 된 건 통합사회·통합과학이다. 한 과목당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을 기존 20문항 30분에서 25문항 40분으로 운영하고, 문항별 배점도 1.5점, 2점, 2.5점으로 구분한다는 것. 교육부는 이 같은 변화를 통해 통합과목의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부담감을 느낀다. 문항이 늘고 배점 차이도 크지 않아 “한 문제라도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을 토로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고1 학생들이 특히 통합과학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5년 수능에서는 이과생들이 사탐을 응시하는 ‘사탐 런’이 발생했다. 이는 이과생들도 과탐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다. 또 과탐은 암기력, 이해력, 계산 실력까지 두루 갖춰야 하기에 깊이 있는 학습을 요한다. 가장 막막한 건 과학 공부 로드맵을 갖고 선행학습을 했던 의학, 이공계 지망 학생들이다. 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그간 해왔던 공부가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고1 학생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날 선 예측과 우월한 콘텐츠를 통해 업계 최연소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2000년생, 시대인재 지구과학 나진환 강사에게 물었다.
개편 후 첫 시험, 난이도 높지 않을 듯

여러 과목을 통합한 융합적 사고에 기반한 문제가 출제됐다는 점입니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세분화된 과학 과목을 하나의 문제에 담아냈어요. 예를 들어 ‘핵’에 대해 묻는다면 원자, 생명체, 세포, 지구 등 각 과목에 언급된 핵을 연결 지은 거죠. 이처럼 2028 통합과학은 한 과목에 대한 지식만으로 정답을 찾을 수 없어요. 과학의 다양한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갖춰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죠.
결국엔 물화생지를 모두 잘하는 학생이 고득점을 받겠네요.
맞아요. 한 과목만 탁월하게 잘하는 건 2028 수능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물화생지 모두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익히고, 각 과목의 연관성을 잘 찾아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에게 유리하죠.
융합적 문제가 출제되면 난도는 올라가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시행된 과탐 시험들보다는 쉽게 출제될 것 같아요. 보통 수능이 개편되면 첫 시험은 난도가 낮아요. 해가 지나면서 상승하죠. 2028 수능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본보기이자 길잡이입니다. 난도보다는 단편적인 개념과 그래프를 읽고 자료 해석 등 문제의 유형이나 형식에 더 집중할 것으로 생각해요. 중하위권 학생도 충분히 해볼 만한 거죠.
교과서 단원, 선택과목 등에도 변화가 있나요.
통합과학 1에 과학의 기초, 통합과학 2에는 과학과 미래 사회라는 단원이 추가됐어요. 이는 단순한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한 시각까지 배울 수 있는 단원들이죠. 선택과목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융합 선택과목(과학의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융합과학 탐구 등)이 새롭게 추가됐고, 일반 선택과목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구성됩니다. 진로 선택과목으로는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물리학),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화학),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생명과학), 지구시스템과학, 행성우주과학(지구과학)이 있고요.

현재 과탐 시험은 개념 이해, 자료 해석, 지엽적 정보 습득, 킬러 문항 푸는 스킬까지 4단계의 요소를 완벽히 갖춰놓아야 만점을 받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수능이 시행되면서 평가원은 비슷한 문제를 내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 거예요. 배우는 내용은 똑같은데 다른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부담감에 결국 지엽적인 내용이 담긴 문제와 킬러 문항을 내놓아 변별력을 갖추려 했죠. 하지만 개편 후 처음 시행되는 시험은 기출문제가 없어 평가원의 부담이 줄 거라 생각해요. 따라서 첫해에는 새로운 문제를 내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1, 2단계인 기본 개념 이해와 자료 해석에 중점을 둘 거라고 예상합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정시에 올인한다면 물화생지 중 부족한 과목을 2학년 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게 맞다고 봐요. 1학년 때 물화생지가 모두 포함된 통합과학을 공부해보면 어떤 과목이 부족한지 알게 될 거예요. 그 과목을 2학년 때 선택과목으로 선정해 깊이 있게 학습해나가는 거죠. 그럼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수시를 노리는 학생에게 이와 같은 전략은 굉장히 위험해요. 못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내신 등급이 낮아질 테니까요. 수시를 노린다면 1학년 때부터 각 과목의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익히고, 2~3학년 때 리바이벌하면서 내신 관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수시에 집중하는 학생은 탁월하게 잘하는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선정해야 해요. 모든 과목을 두루두루 잘한다면 재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과목을 추천합니다. 내신을 5등급으로 나눈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과학을 선택한 학생이 100명이라면 20등 안에만 들면 1등급을 맞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구과학을 10명이 선택했다면 2등 안에 들어야 1등급이 됩니다.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많을수록 유리한 거죠.
통합과학의 70%는 중학교 과학에서 연계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통합과학은 중학교 때 배운 기본 과학의 심화 버전이나 다름없어요. 중학교 과학은 학문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에요. 고등학교 통합과학은 중학교 때 습득한 개념을 더 깊이 있게 배워 응용력을 키우는 단계입니다. 수능은 이 모든 걸 평가하는 시험이고요. 이번에 발표된 통합과학의 범위를 파악해보니 크게 2가지 단원만 빼고 기존의 통합과학과 내용이 유사했어요. 이는 2028 통합과학 역시 중학교 과학과 연계성이 높다는 걸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중학교 때 과학 공부를 잘해둔 학생이 통합과학에서 높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죠.
공통과학 공부의 핵심은 개념 이해와 자료 해석

중학교 과학은 사고력이 관건이에요. 사고력은 개념을 공부한다고 저절로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이를 직접 해소하려는 노력 속에서 생성되죠. 가장 잘못된 방법이 문제를 풀다 막히면 바로 해답지를 보거나, 교과서나 교재에서 해당하는 내용만 딱 잘라 확인하는 거예요. 이는 단편적인 정보만 습득하는 행위예요. 해당 지식에 대한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없죠. 모르거나 틀린 문제가 있을 땐 인터넷이나 관련 서적을 찾아 연관된 내용까지 확인하고, 맥락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면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고요.
대학들은 통합과학에 가산점을 적용할까요.
심화수학이 배제되며 수학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어요.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의대와 자연계 등의 학과가 통합과학의 영향력을 높일 거라 추측하고요. 저 또한 동의해요. 관련 학문에 대한 관심 등을 파악하려면 수리적 능력을 확인해야 하는데, 심화수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통합과학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평가원도 25문항에 40분이라는 새로운 출제 방식을 취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만 확실한 건 수학이든 통합과학이든 모두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1등급이 아닌 고득점과 높은 백분위를 목표로 삼고, 25문항을 40분 내에 실수 없이 풀 수 있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또 물화생지 중 하나라도 약점이 되지 않게 철저하게 공부해야 해요. 2.5점, 1.5점 등 문항별 배점이 촘촘해지면 한 문제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갈릴 테니까요. 모든 문제를 맞혀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해요.
고등학교 3년 동안 어떤 로드맵을 짜야 할까요.
1학년 때부터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의 교재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추가하는 ‘단권화’ 작업을 추천해요. 이 교재를 2, 3학년 때까지 참고해 학습하고 수시로 읽어보는 거죠. 학년별 디테일한 방법으로는, 1학년 때는 통합과학의 비중을 크게 잡고 개념 이해와 정확도에 초점을 맞춰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2학년부터는 주, 월 단위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1학년 때 배운 내용을 계속 반복하세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2학년 2학기 겨울방학 때부터 각 과목의 연관성을 끌어내는 훈련을 시작하는 거죠. 문제집, 학원,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하거나 스스로 문제를 내봐도 좋고요. 3학년 때는 EBS 연계 교재인 수능 특강과 수능 완성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해요. 두 교재에 기존 접하기 어려웠던 융합형 스타일의 문제가 많이 수록될 테니까요. 평가원은 분명히 두 교재를 참고해 시험의 방향성을 잡을 거라 생각해요. 3학년 때도 물론 1학년 통합과학 개념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학습을 해야 하고요.
통합과학은 2년 후에 어차피 잊어버릴 게 뻔하니 1학년 때는 국영수에 집중하라는 의견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1학년 때 했던 통합과학 공부가 선택과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또 선택과목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1학년 때 학습 내용이 아예 배제되는 것도 아니고요. 학년에 알맞은 교육과정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1 학생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통합과학 공부에 임해야 할까요.
개편된 수능 체제를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1학년 때 통합과학 점수가 저조하더라도 2, 3학년 때 열심히 공부해서 역전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거니까요. 또 그 기간에 교육부, 평가원 등은 융합적 문제에 대한 제시안을 추가할 거예요. 그에 맞춰 업계에서는 융합적 문제가 담긴 학습지, 문제집 등을 내놓을 거고요. 의지를 갖고 이를 잘 따라가다 보면 절대 실패할 일이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나 못할 것 같아”라며 겁먹기보다는 모두가 동등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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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나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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