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치동 수학퀸’ 김현정
초등 때 과한 선행은 금물!
20년 넘게 서울 대치동에서만 아이들을 가르치셨다고요.
학구열 높은 대치동에서 많은 학생이 수학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다양한 데이터를 쌓았어요. 교사 생활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고요. 이렇게 꾸준히 다양한 학습법을 시도하고, 성공하고 실패하면서 나름의 수학 교육법을 정립하게 됐습니다.
초등학생은 얼마나 선행을 나가야 하나요.
초등학생은 과하게 선행을 하면 안 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혹은 2학기 내용까지만 선행 진도를 나가는 것이 좋아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원 진단시험을 보면 중등 수학 1-1까지 진도 나간 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다 뗀 학생까지 다양한 케이스가 있어요. 하지만 진단 테스트 결과를 보면 다들 비슷해요. 초등학생들은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능력,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개념을 차근히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엔 중학교 수학부터 개념이 갑자기 어려워지지 않나요.
실제로 개념은 어렵지 않아요. 학생들이 개념을 처음 배우다 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에요. 수학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개념이 무엇인지 알고 개념 공부를 충실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김현정 원장은 유튜브 채널 ‘대치동 수학원’에서 수학 공부 팁을 전하고 있다.
유형서(문제 유형이 나와 있는 문제 풀이용 문제집)가 아닌 개념서로 공부해야 합니다. 개념서에는 개념을 증명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고, 개념으로 풀 수 있는 연습용 문제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을 떠올리면 됩니다. 각 단원에 나오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암기해야 합니다. 수학이 암기라고 하면 다들 의아하게 여기지만, 대부분의 수학 교사는 수학이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념을 모르면 문제 풀이가 막히니까요. 개념을 정확히 알고 외워서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 개념 암기는 어떻게 하나요.
시험을 보면 됩니다. 문제 풀이 같은 경우 서답형이나 객관식으로 시험을 봅니다. 하지만 개념은 서술형으로 시험을 봐야 합니다. 일명 ‘백지 테스트’를 하는 것이죠. 개념서의 목차부터 백지에 다 쓰고요. 만약 1장의 개념을 시험 본다면 1장에 나와 있는 개념을 백지에 다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채점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해주시면 됩니다. 암기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정도를 걸은 학생이 중학교 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수학 선행을 할 경우 중요한 점이 있다면요.
초등학교 수학 공부와 중학교 수학 공부는 굉장히 다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중등 과정을 선행할 때는 학원을 바꿔주셔야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중등 개념을 공부하면 안 됩니다. 학원 선생님이 중학교 개념에 정통한 분이어야 제대로 된 개념을 가르쳐줄 수 있고, 그래야 아이들도 개념을 정확히 배워서 문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의 경우 개념 공부와 함께 적정한 선행도 강조하고 계신데, 선행은 필수인가요.
학생마다 수학 인지 능력이 다르잖아요. 공부 머리가 좋은 학생은 선행을 굳이 하지 않아도 현행 공부를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선행이 정말 중요합니다. 강사 생활 초기에 중하위권 학생의 성적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고민하다가 중학생을 상대로 공통수학 1, 2(고등학교 1학년 과정), 대수(고등학교 2학년 과정)까지 진도를 다 나가봤어요. 그런 학생들은 진도를 나가지 않은 학생과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선행을 많이 나간 학생들은 다양한 개념을 알기 때문에 현행 내신 문제 풀이를 잘해요.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1학기 때 ‘2차 함수’라는 개념이 나와요. 그 부분이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인 공통수학 2의 ‘함수의 그래프’와 연관이 깊습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의 심화 문제가 공통수학 2의 개념 문제에 해당해요. 내신 문제들이 선행 공부한 내용에 다 있는 거죠. 이런 친구는 3학년 1학기 내신 공부에 그렇게 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완벽히 선행 개념 공부가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서요.
선행 공부에는 학원과 인강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요.
선행 공부는 사실 혼자 해도 돼요. 개념을 다 알고 반복적으로 문제 풀이만 필요한 경우에는요. 그런데 선행은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념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교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인강이든 학원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수학이라는 과목은 난도가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해요. 인강이라도 숙제 검사를 하고 질문도 할 수 있는, 양방향적 소통이 가능한 강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선행은 필수, 학원은 선택

대한민국 입시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수학학원.
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원이 좋아요. 아이들이 너무 적을 경우 체계적으로 관리가 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1~2명의 영향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요. 오히려 학생 수가 많은 학원이 아이들 학습 분위기가 좋은 경우가 많아요. 또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학원에서 시험을 치르느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요. 시험을 봤을 때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해요. 꾸준히 학업성취도를 확인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게 공부해야 합니다.
좋은 학원에 가려면 대치동으로 이사해야 하나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대치동과 다른 동네의 차이는 선행의 여부입니다. 대치동에서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고등 수학 진도를 다 끝내놓는 아이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 다른 동네 아이들보다 시작점이 더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타 지역에 있다면 온라인에 올라온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저도 유튜브에 공부 노하우 관련 영상들을 올리고 있거든요. 요즘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내신과 선행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내신이 중요한 학기가 딱 세 번 있습니다. 우선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입니다. 대부분의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시험을 보지 않거든요. 중학교 1학년 2학기 시험이 첫 내신 시험이 되는 거죠. 그때는 정말 내신에 올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으로 치르는 시험이다 보니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스톱워치를 이용해 문제 풀이 시간을 재주시면 좋죠. 또는 OMR 카드를 사서 시험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주면 더 좋습니다.
또 언제가 중요한가요.
중학교 2학년 1학기도 부등식, 방정식, 함수 등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개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의 도형 파트입니다. 이때 중하위권 학생들은 내신에만 집중하세요. 2학년 내신이 가장 어렵습니다. 학교 시험을 못 보면 수학에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요. 학교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수학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나머지 학기는 선행에 더 중점을 두어도 좋습니다.
문제 풀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정해진 양을 쭉 풀어요. 그 후 반드시 본인이 채점하게 시키세요. 다른 사람이 채점을 해주면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 모르거든요. 채점하면서 틀린 문제에 그날의 날짜를 적습니다. 그리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그 후에 일괄적으로 해설지를 보면 됩니다. 맞은 문제도 해설지를 봐야 합니다. 문제 풀이 방법이 중간에 틀려도 답이 맞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음 장을 풀 때 예전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어봅니다. 만약 또 틀리면 그날의 날짜를 또다시 적습니다. 틀린 부분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때까지 오답 문제를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위해서는 문제집에 직접 푸는 것보다 줄이 있는 연습장에 또박또박 풀이 과정을 적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해설지를 문제 풀이 중간에 보면 안 되나요.
과거에 천재교육 참고서를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문제를 만들고 개념을 정리하는 것보다 해설지를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해설지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문제 풀이 방법을 제시한 질 좋은 참고서입니다. 해설지로 공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 풀이 중간에 해설지를 보면 순간적으로 풀이 방법을 외워서 베껴 쓰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아요. 문제를 다 풀어본 후 해설지의 풀이와 자신의 풀이를 비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얼마나 잡고 있어야 할까요.
부모님께서 “절대 해답지 보지 말고 1시간이라도 생각해서 알아내”라면서 아이를 다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면 오래 생각해도 풀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일단 정확한 개념 공부를 한 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오래 고민해도 풀이가 떠오르지 않는 문제는 결국 혼자 풀기에는 어렵습니다. 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한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을 시간도 없어요. 최대 5~10분 정도 고민한 다음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수포자가 나오는 타이밍 세 번

그렇습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뿐만 아니라 중학교 3학년이 통째로 중요합니다. 저는 학부모님께 중학교 3학년 3월부터 고등학교 입학하기 바로 전 2월까지의 1년 동안 수학 실력이 결정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개념 공부에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야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내신과 수능을 함께 준비할 수 있거든요.
학기 중 공부와 방학 중 공부는 달라야 하나요.
학기 중에는 내신에, 방학 중에는 선행에 중점을 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학이 부족한 학생들은 2학년까지는 선행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내신에 충실해야 해요. 선행은 방학 때 하면 되니까요. 방학은 수학 실력을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학 때 복습을 시키진 마세요. 그럼 ‘내가 얼마나 수학을 못하길래 복습을 시킬까’라는 생각에 위축되고 공부할 의욕도 생기지 않거든요.
올바른 수학 정서를 심어주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학생이 수포자가 된 데는 당사자의 잘못은 없어요. 수학을 못하는 데도 마찬가지고요. 학생도 얼마나 좋은 수학 성적을 받고 싶겠어요. 학생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는 주위에 있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학생이 꾸준히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할까요.
수포자가 나오는 타이밍은 세 번 있는데요. 중등 수학 선행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개념이 많이 나오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망쳤을 때입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수학에서 손을 놓게 돼요. 문제가 잘 안 풀리니까요.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도구는 개념입니다. 개념을 잘 배울 수 있는 학원, 인강, 문제집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개념 공부는 너무 지루하지 않나요.
개념을 재미있게 공부할 방법도 있습니다. 개념서 선택이 중요합니다. 수식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글이 적당히 섞여 있는 개념서를 선택하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책 읽는다는 느낌으로 개념을 읽어나가라고 시키세요.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있는 한글을 읽어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거든요. 그리고 개념서의 문제도 꼼꼼히 풀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개념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많은 학생이 수학을 어려워합니다.
어려운 과목인 것이 사실이에요.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가입니다. 다양한 수학 공부법을 접해보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수학 못하는 아이를 자꾸 다그치지 마세요. 칭찬도 해주시고 다독여주세요. 그래야 아이도 용기 내서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대치동수학퀸 #김현정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뉴스1
사진출처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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