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브릭과 비비드 컬러 가구 몇 점으로만 포인트를 준 미니멀한 거실. 정면 창을 기준으로 오른쪽 베란다는 고양이들 공간이다. 거실에서도 고양이를 볼 수 있게 긴 유리창을 설치하고, 그 밑으로 고양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캣 도어를 달았다.
현관문을 열면 씽크와 빠빠, 2마리 고양이가 먼저 반기는 이 집은 패브릭 브랜드 ‘소곤소곤’을 운영하는 이은성·강아랑 부부의 세 번째 신혼집이다. 올해로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부부는 2024년 5월, 이곳으로 이사했다. “동네가 마음에 들어 거주하던 아파트의 30평형대 매물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급매로 나온 이 집을 만났어요. 당시 40평형대 집 매매는 저희 계획에 없었는데, 가격적인 메리트가 꽤 커서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계약했죠. 지어진 지 15년이 넘도록 수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집이라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어요. 저희 부부의 취향에 맞게 수리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설레게 다가왔죠.”
오렌지 계열의 무늬목에 스테인리스 소재 손잡이를 달아 완성한 중문. 부분 창을 낸 덕에 현관 햇살이 실내 공간까지 들어와 어두웠던 복도가 밝아졌다.
이들 부부의 집은 레트로를 베이스로 프렌치 감성을 곳곳에 녹여냈다. 빈티지 느낌을 더하기 위해 내추럴한 무늬목 소재를 적극 활용했고, 각자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프렌치 무드의 욕실과 레트로 감성의 욕실을 각각 만들었다. 선반과 훅 등 다양한 수납 아이템으로 북적이는 현관, 중문을 벗어난 마루, 낮게 배치한 전등 스위치까지 실용성을 강조한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결혼 전 10년 가까이 동거를 했어요. 그 기간에 빌라부터 타운하우스까지 참 여러 유형의 집을 경험했는데, 그때 쌓은 경험치가 다양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심어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개 마루는 중문을 경계로 끝이 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일부러 중문을 벗어나게 설계했어요. 예전에 살던 타운하우스의 디자인을 차용한 것인데, 그렇게 하면 현관까지 나온 마루에 아이가 앉아 신발을 신기에도 좋고, 중문 바로 앞에 신발을 두지 않아서 더 청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은성·강아랑 부부가 가장 열정을 불태운 주방. 옐로 컬러 무늬목을 소재로 한 가구와 유약 처리한 타일, 스테인리스 상판의 조화가 빈티지 느낌을 극대화한다. 싱크대 옆으로 보이는 키큰장은 세탁실을 대신하는 히든 아이템.
이은성·강아랑 부부 집의 백미는 주방과 욕실이다. 이 중 주방은 부부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주방이 가장 고민스러웠어요. 평수에 비해 좁은 데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큰 내력벽이 있어서 구조 변경이 쉽지 않았거든요. 내력벽 안쪽 깊숙이 위치한 ‘ㄷ’ 자 형태의 주방을 벗어나 대면형 주방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실장님과 꽤 오랜 시간 고민했죠.”
부부는 주방에 있을 때도 세 살배기 아들을 살필 수 있도록 대면형 주방을 택했다. 원활한 구조 변경을 위해 주방 옆에 위치한 다용도실과 세탁실을 모두 없앴다. 대신 키큰장을 제작해 넣어 세탁실 기능을 살렸다. 싱크대 옆 키큰장에 콤팩트하게 마련한 세탁실은 공간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집안일을 할 때 동선까지 줄여줘 만족스럽다고.
거실에서 바라본 복도 모습. 공용 욕실 앞에 여러 개의 세탁 바구니를 놓고 사용한다.
주방에는 마감재와 손잡이, 스위치, 조명 등을 통해 빈티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담아냈다. “부부가 원하는 내추럴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공간 중 하나예요. 내추럴 빈티지 감성을 내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도입했는데, 그중 하나가 매립형 주방 후드 본체를 노출한 것이죠. 매립형 주방 후드 본체는 원래 상부 장 한쪽에 숨겨두는 장치예요. 그런데 내부가 어른어른하게 보이는 모루 유리 뒤에 그대로 두었더니 빈티지한 공간 분위기를 돋우는 하나의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카페 인테리어를 위해 배관을 노출하듯, 레트로 무드를 즐긴다면 이런 투박한 아이템을 인테리어 요소로 적극 활용해볼 것을 권해요.” 시공을 맡은 스튜디오레코드 신미솔 실장의 조언이다.
오르내리창을 설치해 이국적인 무드가 나는 가족 침실. 커튼 대신 활용한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이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편리성을 위해 전등 스위치는 침대 바로 옆에 설치했다.
이은성·강아랑 부부의 집을 한 가지 스타일로 정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스타일을 하나로 정하지 않고 아내와 남편의 취향을 모두 반영하기 위해 애쓴 결과다. “저희 둘 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취향도 확고해서 각자 레퍼런스를 모았어요(웃음). 다행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크게 다르진 않았는데, 디테일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고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때마다 어느 한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기보다는 그 사이 절충안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당장은 답이 없어 보여도 같이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거든요.”
다양한 컬러 포인트가 눈을 즐겁게 하는 아이 놀이 방.
빈티지와 프렌치가 만났을 때
오르내리창을 설치해 이국적인 무드가 나는 가족 침실. 커튼 대신 활용한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이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편리성을 위해 전등 스위치는 침대 바로 옆에 설치했다.
욕실 두 곳도 이 집의 관전 포인트다. 먼저 안방에 있는 부부 욕실은 프랑스 부티크 호텔을 떠올리게 한다. 블랙 & 화이트 체커보드 패턴 타일과 빈티지 조명, 긴 다리 세면대와 3구 수전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공용 욕실은 강아랑 씨의 취향이 담뿍 담겼다. 욕실 벽면은 유약 처리된 타일로 마감했는데, 주방과 통일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타일 시공만으로도 빈티지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1 부부 욕실 문은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 ‘장 프루베의 방(Jean Prouvé’s Room)’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2 블랙 & 화이트 체커보드 패턴 타일과 빈티지 아이템들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 프렌치 무드의 부부 욕실. 3 유약 처리된 타일을 활용해 빈티지 분위기가 나는 공용 욕실. 조적 벽을 세워 샤워 공간을 분리하되 선반은 샤워 부스 안쪽까지 연장해 공간 활용도와 편리성을 높였다.
프렌치 인테리어 아이디어는 집에 마련해놓은 홈 스튜디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많아요. 작업실이 필요해 나란히 붙은 작은방 두 곳을 워크룸으로 만들었죠.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보다 보니 프렌치 무드의 양문형 도어를 설치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로망도 충족하고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일거양득의 마음으로 사이 벽 일부에 양문형 도어를 설치했죠. 지금은 제가 일하는 공간이지만, 아이가 커서 분리 수면을 하게 되면 아이 공부방과 침실로 사용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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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스튜디오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