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방영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시초였다. 이혼한 연예인 커플이 한집에서 생활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질타도 받았지만 ‘우리 이혼했어요’는 최고 시청률 9.3%를 기록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22년 시즌 2를 방영했고 그 이후 이혼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제 부부의 생활을 연예인 패널과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가 관찰하고 솔루션을 주는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의 생활 관찰 예능 TVING ‘결혼과 이혼 사이’가 대표적이다.
올해에는 이혼 프로그램이 더 다양해졌다. 연예인 부부들의 가상 이혼 과정을 담은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2박 3일 동안 전문가 상담, 변호사 상담, 연극 치료 등 다양한 단계에 걸쳐 결혼 생활의 문제점을 진단받는 JTBC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 등이다. 이혼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위기에 닥친 부부들에게 바람직한 부부관계 정립과 모범적인 가족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분량의 대부분이 부부싸움 장면으로 채워지면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혼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을 살펴봤다.
이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많아진 이유로 가장 먼저 이혼이 흔해진 사회적 배경을 들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2만3000건이었던 혼인이 2023년에는 약 19만4000건으로 약 40% 감소했다. 반면 이혼은 2010년 11만5000건에서 2023년 9만2000건으로 20%밖에 줄지 않았다. 대중에게 이혼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에 비해 이혼 빈도가 늘어나면서 이혼은 쉬쉬해야 하는 과거가 아닌 행복해지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지게 됐다”며 “이혼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 역시 이혼 후 찾게 될 새로운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관찰’ 예능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이후로 다양한 관찰 예능이 방송국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일반인과는 너무 동떨어진 톱스타의 삶이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연예인 특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면서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때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삶을 다루는 예능이 대세였는데,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위기의 부부들처럼 시청자 누구에게나 해당할 법한 일상적인 소재가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혼이라는 소재가 새로우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를 필두로 ‘상담 예능’도 주류로 떠올랐다. 2020년 아동의 행동 교정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는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방영을 시작한 이후로 상담 예능 붐이 일었다. 부부 고민 상담 예능도 이러한 기조에서 탄생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양육, 부부관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내용은 뉴스 보도와 다큐멘터리를 넘어 드라마, 예능으로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평소 이혼 프로그램 시청을 즐긴다는 서 모(27) 씨는 “처음에는 부부들이 갈등을 빚는 모습이 자극적이라서 빠져들었다”며 “방송을 보다 보면 ‘적어도 나는 저 부부들보단 낫다’ 싶은 생각에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연출에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 이혼 프로그램에서는 부부가 가상 이혼 절차를 밟으며 별거를 결정하는 모습이 방영됐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 아들이 “슬프다”며 우울한 모습을 보여 아동 학대 논란까지 일었다. 가상 이혼이라는 설정을 자녀들에게까지 과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제작진은 “아동 심리 보호를 위해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 후에 촬영했다”고 밝혔지만, 이후로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부부 갈등의 문제를 배우자 1명의 탓으로 몰아 악마화하거나 질타의 대상으로 삼는 연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혼은 각자의 가치관, 경제 요인, 직장 요인, 사회관계, 가족관계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몰입도나 쉬운 이해를 위해 1명의 배우자를 이혼의 주원인으로 조명하기도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반적으로는 이혼의 이유가 복합적인데 대부분의 이혼 프로그램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부부관계 상담 예능이 제대로 된 솔루션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도 적잖다. 부부 갈등만 연신 보여주다가 치유와 결합의 과정은 급하게 다루기 일쑤다. 결혼 생활 내내 배우자의 폭언과 외도로 고통받은 아내가 프로그램 말미에 “고생 많이 했다”는 남편의 위로로 갑작스레 화해하는 모습이 방영돼 의아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가상 이혼을 통해 배우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달리, 너무 빠른 화해 과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시청자 반응이 잇따랐다. 김헌식 평론가는 “전문가 여러 명이 오랫동안 한 커플 사례에 대해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며 “다양하고 총체적인 솔루션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혼예능 #부부예능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JTBC 이혼 숙려 캠프 새로 고침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올해에는 이혼 프로그램이 더 다양해졌다. 연예인 부부들의 가상 이혼 과정을 담은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2박 3일 동안 전문가 상담, 변호사 상담, 연극 치료 등 다양한 단계에 걸쳐 결혼 생활의 문제점을 진단받는 JTBC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 등이다. 이혼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위기에 닥친 부부들에게 바람직한 부부관계 정립과 모범적인 가족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분량의 대부분이 부부싸움 장면으로 채워지면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혼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을 살펴봤다.
TV 밖에서 늘어난 이혼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부부 상담 프로그램의 장을 열었다.
올해 방송을 시작한 이혼 예능 프로그램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JTBC 이혼 숙려 캠프 새로 고침.
‘선정성’과 ‘치유’ 사이
“카메라 있어서 안 때리는 거야?” 최근 방영된 한 이혼 프로그램에서는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자행하며 부부싸움을 일삼는 ‘투견 부부’가 방송됐다. 방송에서는 욕을 내뱉고 서로를 밀치는 엄마, 아빠를 보며 불안에 떠는 아이의 모습도 나온다. 이혼 예능의 특성상 부부싸움이 프로그램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외도, 경제 문제, 상습적인 폭력 등 부부 갈등의 다양한 사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평소 이혼 프로그램 시청을 즐긴다는 서 모(27) 씨는 “처음에는 부부들이 갈등을 빚는 모습이 자극적이라서 빠져들었다”며 “방송을 보다 보면 ‘적어도 나는 저 부부들보단 낫다’ 싶은 생각에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연출에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 이혼 프로그램에서는 부부가 가상 이혼 절차를 밟으며 별거를 결정하는 모습이 방영됐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 아들이 “슬프다”며 우울한 모습을 보여 아동 학대 논란까지 일었다. 가상 이혼이라는 설정을 자녀들에게까지 과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제작진은 “아동 심리 보호를 위해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 후에 촬영했다”고 밝혔지만, 이후로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부부 갈등의 문제를 배우자 1명의 탓으로 몰아 악마화하거나 질타의 대상으로 삼는 연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혼은 각자의 가치관, 경제 요인, 직장 요인, 사회관계, 가족관계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몰입도나 쉬운 이해를 위해 1명의 배우자를 이혼의 주원인으로 조명하기도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반적으로는 이혼의 이유가 복합적인데 대부분의 이혼 프로그램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부부관계 상담 예능이 제대로 된 솔루션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도 적잖다. 부부 갈등만 연신 보여주다가 치유와 결합의 과정은 급하게 다루기 일쑤다. 결혼 생활 내내 배우자의 폭언과 외도로 고통받은 아내가 프로그램 말미에 “고생 많이 했다”는 남편의 위로로 갑작스레 화해하는 모습이 방영돼 의아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가상 이혼을 통해 배우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달리, 너무 빠른 화해 과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시청자 반응이 잇따랐다. 김헌식 평론가는 “전문가 여러 명이 오랫동안 한 커플 사례에 대해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며 “다양하고 총체적인 솔루션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혼예능 #부부예능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JTBC 이혼 숙려 캠프 새로 고침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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