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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일·가정 양립 집중으로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명 달성 목표”

정세영 기자

2024. 10. 30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지 약 5개월이 흘렀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단기 대책은 물론, 저출생 문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꼽히는 일자리 창출, 수도권 집중 등과 관련된 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때.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최근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론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발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녀가 밝힌 결혼 의향 비율은 지난 3월 61%에서 9월 65.4%로 4.4%p 증가했다. 결혼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71.5%로 3월 대비 0.6%p 올랐다. 정부가 지난 6월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과 맞물려 저출생 반전 신호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신생아 특례 대출 소득 요건 완화, 난임 휴가 기간 확대, 육아휴직 급여 인상 및 사용, 주거 문제 해결 등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 전 단계에 걸친 정책들로 구성됐다. 발표 당시 대개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책이라는 반응으로 “기대할 만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저고위의 총괄하에 이뤄졌다. 다부처 협업 과제와 지역 협력 과제, 개혁적 과제를 지원·조율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성적인 접근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안한 것. 저고위는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새로운 대책을 모색하고, 보다 현실적인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저고위는 저출산, 고령화 대응 등과 같은 인구 정책을 총괄 수립하고 조정 및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저출생 현상 심화와 관련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또 기존에 제시한 정책을 좀 더 세심하게 다듬고 빠른 현실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주형환 부위원장이 있다. 주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산업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등 요직을 맡았다. 이후 기재부 1차관과 산업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경제 기획과 정책 분야를 두루 총괄했다. 산업부 장관을 지낼 당시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고, 업무를 끈질기게 챙겨 경제관료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저출생 극복 정책 실행 속도화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 부위원장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그는 “과거 저출산 극복 정책의 성과가 미미했던 이유와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가정 양립에 중점을 두고 결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명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주 부위원장은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기회비용을 줄이고, 일하는 부모에게도 육아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출산 정책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

저고위는 지난 10월 저출생 대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 반영을 위한 ‘국민 WE원회’를 출범했다.

저고위는 지난 10월 저출생 대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 반영을 위한 ‘국민 WE원회’를 출범했다.

2006년부터 308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저출생 대응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먼저 그간 저출생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 이유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선진국 대책만 답습했죠. 또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인 일·가정 양립 및 출산율 제고에 대한 지원이 미미했어요.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저출생 대책 예산 47조 원 중 출산율 제고와 직결되는 핵심 예산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어요. 그중 일·가정 양립 지원은 8.5%인 2조 원뿐이었죠. 본질적으로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간과한 거죠. 이 밖에 지자체와 기업의 동참을 유인하지 못하고 생명, 가족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대응에 소홀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정책에는 과거 저출생 관련 정책에 대한 냉정한 반성을 토대로 수요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어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를 주요 정책으로 꼽은 점이 그 일환 중 하나입니다.

기존 사업과 예산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재구조화도 선행돼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저고위는 저출생 대응과 관련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도려내고 중복·유사 사업은 통폐합할 계획입니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성과에 따라 예산도 재분배하고요. 또 2023년까지 집중 지원한 양육 관련 사업부터 철저하게 평가할 예정입니다. 필요에 따라 지자체 현금 지원 사업 등 여타 분야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기존의 단순한 이행 또는 투입(input) 위주의 성과 점검이 아닌 효과성(outcome) 지표를 통한 평가 체계로의 개편이에요. 저출생 대응에 효과성이 높은 대책은 지속적으로 보강·확대하고, 효과성이 낮은 건은 과감하게 축소·폐지하는 거죠.

저고위는 지난 6월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국비 예산 사업의 80% 이상을 일·가정 양립에 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그간 저출생 극복 지원책의 87%는 양육에 집중돼 있었어요. KDI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저출생 대책 관련 예산 47조 원 중 출산율 제고와 직결되는 핵심 예산은 절반 수준인 23조500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저출생 극복에 성공한 독일의 사례를 보니 2000년대 초 양육 지원 중심에서 일·가정 양립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며 출산율이 반등했더라고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육아휴직 이용 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출산율이 0.096%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또한 KDI는 여성 경력 단절 관련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가 합계출산율 하락에 약 40% 기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직접적 원인인 3대 핵심 분야(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도 특히 효과가 높다고 입증된 일·가정 양립에 중점을 두기로 했죠.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신규 추가, 확대되는 예산 사업 80% 이상의 재원을 일·가정 양립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이러한 정책 노력을 통해 육아휴직 사용 비율을 현재 남녀 각각 6.8%, 70%에서 남성 50%, 여성 8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고위가 올해 4월 진행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모들은 일·가정 양립을 이루기 위해 ‘육아 시간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요.
먼저 육아휴직을 필요할 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어요. 연 1회 2주 단위의 단기 육아휴직을 도입했고,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그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또 육아휴직 분할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조정할 계획이고요.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아빠의 육아 참여도 중요해요. 이를 위해 아빠의 출산휴가 기간을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고 분할 횟수도 1회에서 3회로 연장합니다. 특정 경우 배우자의 임신 중에도 아빠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정책도 마련했고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출산휴가를 꺼리는 부부도 많습니다.
맞아요. 출산휴가에 들어가게 되면 기존의 임금을 취득할 수 없어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이 많아요. 사실 현재도 월 최대 150만 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2025년부터 최대 25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어요. 해당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중소기업은 육아휴직 기간, 비용 등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순 없을 것 같아요. 대체인력 지원 활용에 어려움을 느낄 테니까요.
중소기업은 인력 유출과 공백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을 확률이 높아요. 정부는 이러한 기업을 지원해 근로자의 복귀를 독려하고 있어요.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대체인력을 사용할 경우 월 80만 원을 지원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중소기업 사업주들을 만나보니 월 80만 원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기업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대체인력 지원금을 월 120만 원으로 확대하고, 유연근무 장려금도 월 60만 원씩 지원할 계획이에요.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과 업종에는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유학생 등의 공급도 논의 중이고요. 중소기업 사업주는 부담 없이 대체인력을 활용하고, 휴직자는 맘 편히 출산, 육아를 한 뒤 복귀할 수 있도록요.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마인드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지금까진 인력 미스매치 시대였지만 앞으론 인력 부족 시대가 될 거예요. 눈앞으로 다가온 인구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저출생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미 노동시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 같은 시대에 인력,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인사·노무 관리를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의 일자리 다양성 부족으로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저출산 해결은 요원한 것 아닐까요.
너무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에요. 이로 인해 취업난, 집값 상승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며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들이 늘어났고요.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 혁신 등을 통한 지역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에요. 또 공교육 내실화 등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지방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고위에서는 위의 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범부처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에요.

저출생 극복의 근본 해결책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주 부위원장이 지난 10월 한화손해보험 본사에서 열린 저출생 극복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주 부위원장이 지난 10월 한화손해보험 본사에서 열린 저출생 극복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젊은 층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하고도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집값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도 있나요.
국민 인식조사 결과 주택 문제가 해결되면 결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7.6%를 차지했어요. 응답 비율의 84.1%가 만 30~39세의 남성들이었죠. 이는 비싼 집값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포기하는 젊은 층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저고위에서는 젊은 층이 짊어지고 있는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크게 4가지 정책을 준비했어요. 첫 번째는 주택공급 대폭 확대예요.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주택공급을 연간 7만 호에서 12만 호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에요. 이에 더해 수도권 중심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발굴 등으로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게 약 9만6000호를 추가 공급할 방침이고요. 두 번째 정책은 자금 지원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겁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의 소득 요건을 사실상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신생아 특례 대출 기간 중 출산 시에는 0.4% 이하의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내용이죠. 나머지 2가지 정책은 청약 요건 대폭 완화와 공공임대주택 거주 지원입니다. 청약 요건 대폭 완화로는 신규 출산 가구에 추가 1회 특공 기회 부여, 신혼부부 특공 시 결혼 전 청약 당첨 이력 배제가 해당되며, 공공임대주택 거주 지원으로는 출산 가구의 최장 20년 공공임대주택 거주 및 넓은 평형대로의 이주 지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정책이 주로 인센티브 위주의 혜택에 집중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는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우리 사회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일관되게 힘을 합쳐나가야 하죠. 저고위가 지난 6월 19일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녹아 있어요. 우리 사회의 만연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생명과 가족,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강조했죠. 저희의 의도를 국민들이 100% 파악할 순 없겠지만, 정책은 물론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책 마련 및 사업 추진만큼 중요한 것은 꾸준한 모니터링입니다. 핵심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정책을 개선 및 보완해나가는 것이고요. 이를 위한 계획 및 실행 방안이 있다면요.
국민 관점의 저출생 극복 정책 인지도 및 만족도 평가를 위해 전국 24~44세 남녀로 구성된 200명 규모의 국민 모니터링단을 지난 10월 초 발족했어요. 발대식과 함께 토론회를 실시하고, 보다 상세한 의견 수렴을 위해 정책 수요자(1자녀 부부, 2자녀 이상 부부, 신혼·무자녀 부부, 난임 부부, 2030 미혼 청년)별 토론회 개최를 앞두고 있죠. 대면 토론회 외에도 정책 아이디어를 수시로 소통하고, 모니터링단 활동 결과를 향후 정책 평가와 수립 과정 등에 반영할 방침이에요. 또 청년세대의 시각과 의견을 보다 광범위하게 반영하기 위해 100명 규모의 청년세대 자문단도 발족합니다. 분기별로 만나 해당 정책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온라인을 통해 상시 소통하며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저출생 위기 극복은 국민, 기업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가능해요. 이를 위해 국민기업, 기업들과 적극 소통하고 연계, 협업하는 노력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에요. 특히 다양한 수요자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 국민 모니터링단과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청년세대 자문단을 별도로 구성해 국민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예정이고요. 또 17개 시도 순회 지역 간담회 및 지역 소멸 대응 포럼을 통해 자치단체와 정책 수요자, 현지 기업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할 생각입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범국민적인 역량을 집결한다면 저출산 위기 극복은 물론 2030년 합계출산율 1명도 가능할 거라 기대합니다. 저고위는 사명감을 가지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 #저고위 #저출생반전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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