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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동물을 ‘반려’할 준비가 됐나요

조지훈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 원장

2024. 04. 18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언젠가의 이별이 두려운 당신에게. 

‘귀여운 애완동물 팝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문구다. 우리는 집 안에서 기르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불러왔다. ‘사랑 애(愛)’에 ‘희롱할 완(玩)’을 넣어 만든 단어로 보호자의 입장에서 동물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8년 봄에 필자에게 왔다가 2009년 봄에 곁을 떠난 요크셔테리어 ‘다롱이’도 부끄럽지만 애완동물에 가까웠다. 많이 사랑해주었고 챙겨주려고 노력했지만 정말로 개가 어떤 동물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잘 알지 못했다.

요즘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에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인간과 동물을 함께 고려한 단어로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나는 ‘반려묘’라고 조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아론이’ ‘금동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2마리의 고양이는 나에게 많은 행복을 주고, 나 역시 그 둘이 고양이로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게 해주고자 노력한다.

종종 주변에서 반려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어쩌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생각 중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필자가 던지는 3가지 질문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됐는지 점검해보자.

1.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나요?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피치 못할 이유로 혹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심하게 누적되면 가족 간의 연을 단절하고 살아가기도 하나, 많은 경우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나를 정성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이 병들었다거나, 자녀가 늦은 나이에도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거나 집 안을 자꾸 어지르고 가구를 망가트린다는 이유로 버릴 수 있을까? 질병이나 행동적인 문제 말고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내가 결혼을 해서, 임신이나 출산을 해서 혹은 휴가를 떠나거나 이사를 가야 한다는 이유로 가족을 버릴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이런 내용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대표적인 이유 몇 가지를 추린 것이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가족이 됐다면 적어도 이러한 이유로 버려져서는 안 된다.

2017년 길고양이에서 필자의 반려묘가 된 아론이는 만난 지 3일째 되던 날 동물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큰 수술이었던 만큼 큰돈이 들어가야 했지만 망설이지는 않았다. 데려오는 순간부터 아론이는 이미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화를 감당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2.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볼 준비가 됐나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정은 602만 가구로, 인구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3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다소 초라하고 끔찍한 통계도 나오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적으로 유기된 반려동물은 총 11만2226마리다. 하루 평균 300마리씩 유기된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렇게 버려진 유기동물 중 유기견의 경우 69.5%는 2살 미만의 개체였다. 유기묘는 더욱 심각해 80.3%가 1세 미만이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쉽게 버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법적 처벌이 너무 약해서일 수도 있고,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 제도적인 문제도 존재할 테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끝까지 돌보겠다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끝까지 돌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데려오겠지만 경제적인 문제나 주거 환경, 가족구조의 변화 등이 생기면서 쉽게 데려왔던 것처럼 너무도 쉽게 버리게 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보는 것은 책임이자 의무다.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에는 3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우리는 반려동물의 부모로부터 그들을 빌려왔기 때문이다. 많은 반려인이 자신을 ‘OO 엄마’ ‘OO 아빠’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들을 품고 낳은 어미들은 따로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그 어미들로부터 그들을 강제로 분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소중한 자녀를 데려온 만큼 소중히 길러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반려동물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점이다. 반려인의 의사와 욕구로 내린 선택 때문에 반려동물은 어미로부터 분리돼 입양되고 반려인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마지막 이유는 그렇게 함께 살면서 반려동물에게 반려인은 ‘세상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반려묘도 그렇지만 특히 반려견에게 반려인이란 세상 그 자체이자, 목표이자, 삶의 의미다. 반려동물이 가진 세상의 전부가 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돌볼 준비가 됐다면 기꺼이 가족으로 맞이해도 된다.

3. 반려동물이 떠난 빈자리를 감당할 준비가 됐나요?

반려동물과의 삶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반려동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이가 들어가고 노화를 겪으며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반려인은 마음을 졸이면서 치료의 결과를 기다리거나 밤잠을 설치며 병간호를 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그리고 병세가 깊어질수록 반려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때로는 하루 종일 반려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도 온다. 그러한 시간마저 흘러가고 나면 우리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대부분의 반려인이 반려동물로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점을 생각해볼 때, 대략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는 인간의 수명보다는 한참 짧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펫로스 증후군(petloss syndrome)’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과 사별한 뒤에 찾아오는 상실감과 죄책감, 우울이나 불안, 신체 증상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로 힘드신가요?’라는 질문을 하면 “자식을 먼저 보낸 것같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과장이 아니다. 반려동물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반려인의 보살핌을 받는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목욕도 시켜준다. 아울러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며 건강도 챙겨야만 한다. 마치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것과 같다. 실제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옥시토신(oxytocin)’은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 교감이 이뤄질 때도 나오곤 한다. 서로 간 유대감과 사랑을 느끼게 만드는 호르몬이 말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마치 ‘어린 자녀’와 사별한 것 같은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반려동물과의 삶을 시작하려고 할 때, 이러한 고통에 대해서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려동물이 떠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빈자리에서 오는 슬픔과 죄책감, 그리움이 영원히 남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깨달은 바를 이야기하자면,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은 그러한 아픔들을 충분히 감내해낼 만큼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반려묘 아론이, 금동이와의 삶을 시작하면서 필자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나에게 행복과 기쁨이 찾아와준 만큼 그 뒤에 있을 슬픔도 기꺼이 품에 안겠다’는 것이다. 기꺼이 아파할 준비가 됐는가? 축하한다. 그렇다면 이제 동물을 ‘반려’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반려동물 #펫로스 #펫로스증후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자료제공 KB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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