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대치동 논술 강사 최성호 에이프로아카데미 원장
결코 만만치는 않다. 논술 100%로 선발하지만 수능 4개 과목 등급 합 8, 경영대의 경우 4개 과목 등급 합 5로 높은 수준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논술 전형을 유지해온 연세대가 2020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수험생들 역시 부활한 논술 전형이 과연 논술 실력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인지, 수능 고득점자를 위한 수시 전형인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발표한 모의 논술고사의 난이도가 평이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수시 카드 한 장이 더 생겼지만 섣불리 논술 준비에 뛰어들기가 망설여지는 까닭이다.
2009년부터 대치동에서 인문논술을 강의해온 최성호 에이프로아카데미 원장은 이번 고려대 논술 부활이 최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기회라고 단언한다. 특히 인문논술의 경우 높은 경쟁률 탓에 ‘도박’이라고 불리지만 최 원장은 “논술은 실력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다면 논술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최 원장을 만나 고려대가 논술 전형을 부활시킨 이유부터 물어봤다.
논술시험도 연고전 벌이나
2024학년도 대입 논술 시험을 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위), 서울 대치동 논술전문학원.
쉽게 말해 미래 사회 역량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이 필수 역량이 된 만큼 논술 전형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논술은 문제 상황을 적확하게 판단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거든요. 특히 대학에서의 공부는 책을 읽고 자기 걸로 소화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잘 읽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 논술을 잘하는 학생들에게 부합하는 역량이죠. 이와 같은 역량을 다른 전형을 통해서도 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모든 전형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논술만으로도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논술은 보통 생각하시는 것보다 채점 기준이 명료하고 디테일한 전형입니다.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것도 가능하고요. 논술은 학습에 필요한 여러 역량을 통합해서 상황에 맞게 풀어낼 수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한 전형입니다. 제시문을 잘 읽고 문제의 요구에 맞게 논리적인 사고를 할 줄 알고, 그것을 글로 보기 좋게 논리적으로 담아내는 역량은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합니다.
고려대 논술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국어·수학·영어·탐구 4개 영역의 합 8등급 이내, 경영대학은 4개 영역 합 5등급 이내입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만 만족하면 합격한다는 낭설이 나오는데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춘 학생들끼리만 경쟁하면 경쟁률은 훨씬 떨어지죠. 일례로 이화여대는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합니다. 그래서 논술 전형 경쟁률이 50:1까지도 올라가는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추면 일부 학과의 경우 실질 경쟁률은 10:1도 안 됩니다. 그만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특히 고려대의 경우 첫해입니다. 첫해는 입시에서 항상 펑크가 난다는 불문율이 존재합니다.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애초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전제하에 고려대 논술이 큰 기회가 될 수 있죠. 단,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높다고 해서 대학이 논술 전형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24학년도까지 교과 전형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았던 연세대와 한양대도 올해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도입합니다. 최근 대입 트렌드가 융합형 인재를 선호하는 만큼 다양한 시험과 자격 요건으로 학생 선발 과정을 보완하는 것이죠.
연세대학교는 2020학년도부터 논술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다. 논술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연세대가 논술 전형만으로 충분히 우수한 학생을 판가름할 수 있을 만큼 문항과 채점 기준을 고도화했다고 내다봤다. 단,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었던 최상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입시 난도가 높아진 것. 최성호 원장은 “정시로도 승부 볼 수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 가운데 연세대 논술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후 지원을 망설인 이들이 많았다”며 “고려대가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도입하면서 수시 카드로 논술을 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왕 고려대 논술 전형에 지원하는 만큼 연세대 논술 전형에도 같이 지원하는 학생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별로 달리 준비할 필요 없어
고려대가 지난해 모의 논술고사를 공개했습니다. 기존에 실시한 논술고사 유형과 다른가요.기존 고려대 인문논술의 핵심은 의견을 서술하는 견해 제시 유형과 수리논술입니다. 당시 연세대는 2가지 유형 모두 없는 대신 자료 해석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논술 포지션이 상당히 달랐는데요. 작년에 공개된 모의 문제 기준으로는 그 격차가 사라졌습니다. 대표 유형인 견해 제시가 없어졌고 적용 설명이나 비교처럼 보편적인 논술 유형이 출제됐습니다. 또 수리논술이 없어지고 자료 해석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연세대 논술의 특징과 유사해지면서 고려대만의 특별함이 없어졌다고 느낄 만한데요. 재밌는 지점은 고려대가 논술을 폐지한 기간 동안 연세대는 수리 문제를 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통합논술 안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유형들은 굉장히 비슷해져서 같이 준비하기에 효율적입니다.
모의 논술고사 문항이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떤가요.
모의 논술고사는 말 그대로 ‘모의’입니다. 실제 시험은 교육 과정의 변화와 올해 시행하는 모의 논술고사 결과 등을 반영해 훨씬 더 변별력 있게 출제될 것입니다. 또 문제가 쉽다고 해서 그 문제를 푼 모든 학생이 합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더 답안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고 디테일을 채웠느냐에 따라 판가름 나기에 변별력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려대는 최근 기출문제가 없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비슷한 수준 대학들의 기출문제를 통해 대비하면 됩니다. 서울 내 상위권 대학들의 논술 유형은 대동소이해서 통합적인 준비가 가능합니다. 논술은 크게 설명형, 비판형, 요약형, 비교형, 대안 제시형, 견해 논증형이라는 6가지 기본 유형이 있는데요. 상위권 대학들이 보편적으로 출제하는 유형인 만큼 타 대학 기출문제를 통해 충분히 기본기를 다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는 공통적으로 표나 그래프 등 자료 해석 문항을 출제합니다. 당초 수험생들이 특정 학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희망 학교의 문제 유형이 바뀌어서 출제될 가능성도 있기에 여러 학교의 기출문제를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좋아하는 주제나 방향성은 있습니다. 기본기 준비를 끝냈다면 2018년 이전 고려대 기출문제를 공부하며 출제위원이 좋아하는 주제나 경향을 익히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교마다 논술 채점 기준도 비슷한가요.
독해력, 사고력, 표현능력 등 기본적인 역량 평가는 비슷합니다. 다만 학교마다 선호하는 글쓰기 특징은 있죠. 예컨대 서강대나 한양대, 과거의 고려대는 서본결 구성을 갖춘 한 편의 글을 선호합니다. 연세대나 성균관대는 서론과 결론을 군더더기로 여기고 문항별로 요건만 갖춘 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요.
연세대 인문논술은 난도가 높다고 정평이 났는데요.
연세대는 인문논술에 수리 문항을 출제하고 영어 제시문도 일부 출제합니다. 국어, 영어, 수학 모든 영역을 아울러야 해서 난도가 있습니다. 특히 수리 문항을 어려워하는 문과생들이 많은데요.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게 합격생 가운데 수능은 수학 3등급을 받은 학생도 있습니다. 즉, 문과 기준 수학 3등급이라도 연세대에 합격할 답안을 쓸 수 있다는 거죠. 수리논술 때문에 이과 수학을 공부하는 등의 과투자를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서울대는 논술 전형을 치르고 있지 않아요.
논술 전형이 없을 뿐이지 서울대 면접 고사는 논술을 구술 형태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면접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 문제, 인문계열 학생들은 인문과학 혹은 사회과학 제시문을 풀어야 합니다. 경영대 같은 경우에는 수학 문제도 풀어야 하죠. 여느 대학 논술 전형과 문제가 동일하거나 더 어렵기도 합니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 인문대 중장기발전계획위원회에서 교수님들이 논술 부활을 논의하기도 했었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논술도 잘한다?
논술 전형은 주로 어떤 학생들이 준비해야 유리한가요.기본적으로 교과 학습 역량이 우수한 학생들이 논술도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술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시험을 볼 때가 많아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의 개념 이해가 잘돼 있다면 그것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응용 능력 역시 좋겠죠. 똑같이 논술을 접해본 적 없다면 평소에 문예적 글을 잘 쓰는 학생들보다 오히려 교과 학습을 충실히 한 학생들이 논술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능 성적에 비해 내신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내신과 수능 성적 모두 좋은 학생이라면 논술에까지 투자하기가 힘에 부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시로 상위권 대학을 노리기 빠듯한 학생이라면 수능에 더 투자하기보다 논술 공부를 하는 것이 입시 결과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논술 준비에 언제부터 얼마나 투자해야 하나요.
인문논술은 최소 겨울방학, 늦어도 3월부터는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과 학생들 가운데서도 1000자 넘는 글쓰기 훈련을 안 해본 학생이 많은데, 형식에 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4~5시간 투자하는 것만으로 기본기를 충분히 익힐 수 있어요. 많은 학생이 고3 여름방학 이후에 급하게 논술 전형으로 트는 경우도 많은데요. 제대로 준비하기에는 늦은 시점이지만 다른 수험생들도 비슷한 상황이기에 ‘나만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내신이나 수능 공부를 해왔던 것이 논술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술도 독학이 가능한가요.
가능하죠. 대부분의 학교가 해설과 예시 답안을 공개하고 평가 기준도 알려주고 있어요. 논술에서는 첨삭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언젠가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첨삭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원서 접수 마지막 날, 경쟁률을 확인한 뒤 지원하는 게 좋을까요.
논술은 경쟁률의 영향이 큰 편입니다. 대학이 공개한 학과별 합격생 논술 점수를 보면 인기 학과들의 점수가 더 높아요. 예를 들면 사회과학 계열 중에서는 경영·경제, 인문계열은 국문과나 영문과 같은 인기 학과들이 논술 점수의 커트라인도 높습니다. 같은 점수가 나왔다면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지원할 때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죠. 합격만 놓고 본다면 논술 전형의 경우 원서 접수 마지막 날까지 경쟁률을 확인하고 전년도 경향도 살피면서 끝까지 눈치 게임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글씨를 잘 쓰면 합격률이 높아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당연히 올라가죠. 사람이 평가하잖아요. 글씨가 예쁘면 일단 알아보기 쉽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읽기 어렵게 써놓으면 평가할 수가 없겠죠. 다른 사람들이랑 소통하기 힘들 정도로 자기 글씨가 어려움을 준다면 이를 교정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글씨가 예쁘다고 뽑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고 명료하게, 알아보기 쉽게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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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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