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발표된 후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커졌다. 가장 주목받았던 변화는 9등급 상대평가로 매겨지던 고등학교 내신 등급이 5등급으로 단순화하는 것. 대입 수시 지원의 핵심인 내신성적이 상향 평준화돼 특목·자사고에서 내신성적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비교적 해소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과학고, 외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종로학원이 2028학년도 입시를 치르게 되는 중학교 2학년 이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의 83%가 대입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자사·특목고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특목·자사고 경쟁률은 5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폐지하려던 외고·자사고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존치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11월 입시 전형 절차가 끝난 2024학년도 과학고 경쟁률은 3.83:1로 전년도(3.82:1)와 유사한 수치다. 중3 학생 수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고 선호도가 높아진 셈이다. 20년간 특목·자사고 입시 상담을 해온 임태형(51) 학원멘토 대표에게 특목·자사고 입시 준비법을 물었다.
“내신성적은 기본 조건일 뿐”
특목 · 자사고 입시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영재학교 입시와 나머지 특목·자사고 입시를 구분해야 합니다. 영재학교는 지필고사 중심의 입시를 실시합니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고난도 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영재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늦어도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준비를 시작합니다.
사교육의 도움이 필수적이네요.
사교육 없이 입학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수학·과학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라 하더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문제 푸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합격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서류와 면접 중심으로 학생을 뽑는 전형을 늘리고 있으니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 8개가 있는 영재학교(과학예술영재학교 포함)는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아 사실 법적 정의로는 특목·자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따르는 특목·자사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선발을 원칙으로 한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활용하여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핵심인성요소를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서류와 면접을 통해 심사하는 전형이다. 임 대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부분의 특목·자사고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고입 준비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학교생활이 고입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말인가요.
영재학교를 제외한 학교의 입학전형은 대개 내신성적으로 1단계 평가를 하고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면접으로 구성됩니다. 실제로 영재학교 대비 학원은 많지만 나머지 특목·자사고 대비 학원은 적은 이유입니다.
외고·국제고의 경우 영어 성적 올 A, 과학고의 경우 수학·과학 성적이 올 A를 받아야 입학할 수 있나요.
예전엔 B가 있어도 1단계를 통과하고 면접을 잘 보면 붙을 수 있었지만 특목·자사고 선호도 가 높아지고 있어 그런 경우는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내신성적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특목·자사고 입시에서 내신은 당락을 결정한다기보다 기본 자격 조건입니다. 실질적인 당락은 학생부 내용과 자소서, 면접에서 갈립니다. 학생부에 교과목 선생님들이 기재하는 학생의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과 독서 활동 등이 잘 올라 있어야 합니다.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오나요.
기본적으로 과학고는 수학·과학 질문을 합니다. 면접은 두 번 치릅니다. 첫 번째 면접에서는 학생부나 수학·과학 개념을 질문하고 최종 면접에서는 공통문제를 푸는데, 풀이 과정을 설명해야 합니다. 과학고의 공통문제는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생부나 자소서 등 서류에 대한 질문과 공통질문으로 구성됩니다.
자소서와 면접은 언제부터 준비하면 되나요.
원서 접수 석 달 전부터는 챙기길 권해드립니다. 결국 지금까지의 학교생활과 교과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자소서나 면접을 위해 글쓰기나 스피치 학원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건 핀트를 잘못 잡은 거고요. 전제는 지금까지 중학교 생활에서 어필할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중3부터 준비하긴 어렵겠군요.
현재 아이 성적이 이렇고, 선행을 여기까지 했는데 특목·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부모님들은 점수로만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는 고입과 대입을 치른 분들이 많아서 헷갈리실 수 있는 지점이죠. 특목·자사고 입시는 일정 성적을 조건으로 한 정성 평가라고 봐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성적은 1단계 통과 여부를 가릴 뿐 합격할 수 있는 전제는 아닙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학생이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일이 다 챙길 수는 없거든요. 함께 입시설명회에 간다든지, 선배들의 자소서를 보여준다든지 아이가 학교생활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해줘야 합니다. 또 교과서와 노트 같은 걸 잘 챙겨둬야 합니다. 자소서나 면접을 준비하려면 과거에 써뒀던 걸 참고해야 하는데 그 밑바탕이 되는 자료가 없어서 고생하는 학생이 꽤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도 필요하겠네요.
우리 아이가 어떤 목표를 갖고 공부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게 좋습니다. 학군지가 아니면 반에서 1~2명 정도만 준비하는 입시다 보니 선생님들이 특목·자사고에 대한 정보를 다 아는 건 아니거든요.
“경쟁 스트레스 덜 받는 학생이 유리”
10월 13일 서울 학원가에 2028 대입 개편 관련 입시 설명회 안내문이 붙어 있다(왼쪽). 11월 9일 광주 서구의 한 호텔에서 교육부가 2028 대입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를 하고 있다.
지난해 특목·자사고 경쟁률이 크게 올랐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됩니다. 이미 입시가 끝난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외고, 국제고,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을 조사했을 때 지난해에 비해 그 숫자가 25% 정도 늘어났습니다. 경쟁률이 2017년 전만큼 오를 거냐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 우선 문과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설문을 해보면 80~90%가 이과를 지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문과와 이과 학생 숫자가 비슷한데, 문과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줄면 외고·국제고의 경우엔 경쟁률이 크게 올라가기 어렵겠죠.
특목·자사고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나요.
특목·과학고 전성기 시절엔 상위권 학교는 커트라인이 상위 3% 이내, 중위권 학교는 상위 5~10% 이내의 학생이 입학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외고, 국제고, 과학고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생각해야 합니다.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야 하는 거죠. 외고와 국제고는 기본적으로 외국어 관련 수업이 60% 이상이기에 언어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고는 수학·과학에 관심이나 이해도가 커야겠고요. 오히려 전 과목 성적이 고루 잘 나오는 학생들은 자사고를 많이 고려하는 편입니다.
특목·자사고에 적합한 학생이 있나요.
전형 이름대로 자기주도학습이 잘되는 학생들입니다. 이건 성실성과는 다른데요. 공부에 대해 스스로 호기심을 느끼고 관심 분야가 명확해야 합니다. 흔히 메타인지라고 말하죠. 또 승부욕이 강한 학생이 유리합니다. 아무래도 내신성적이 잘 나오기 힘든데 승부욕이 있어야 그걸 버텨내는 힘이 생깁니다. 경쟁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덜 느끼는 학생들이죠.
고등학교 진학 후 학생이 잘 적응하려면 선행학습이 필수인가요.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경우 입학 후 적응을 생각하면 사실상 필수라고 봐야 합니다. 고2·3 과정에 해당하는 심화 수학을 1학년 때 배치하거든요.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경우 선행이 필수는 아니지만 잘하는 학생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내신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행학습이 돼 있으면 좋겠죠.
전출이나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가요.
일반고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학업적인 문제보다는 교우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거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체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도 특목·자사고 선택에서 중요합니다.
특목·자사고에 진학하지 못한 경우 어떤 일반고를 가야 할까요.
올해까지 저는 무조건 내신 따기 좋은 학교를 추천했습니다. 서울대를 제외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입시 결과를 보면 일반고에서 진학한 비율이 상승했습니다. 입시에서 내신성적만 보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때문인데요. 일반고에서 최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내신이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 중2 학생부터는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아요.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내신 체계가 바뀌면 대학에서 학생부교과전형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인원을 줄이거나 수능 최저 등급을 올리거나 비교과 부분을 함께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조건 내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비교과라든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경쟁력을 갖춘 학교에 진학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의대 진학은 학군지 일반고나 자사고가 유리”
대한민국 입시 레이스에서 고입은 대입을 위한 발판이다. 특목·자사고 입시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특목·자사고 졸업생 중 명문대 진학 비율은 높다. 2023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중 특목·자사고 학생 비율(38.9%)은 오히려 10년 전(32.5%)에 비해 상승했다. 임 대표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가 검토되던 2017년 이후 상위권 학생들의 특목고 선호도가 떨어졌지만 대입 실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각 학교의 입시 노하우와 학생들의 눈높이가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5등급 상대평가 제도가 시행되면 특목·자사고에서 어느 정도 내신성적을 받아야 ‘인서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나요.
학교 간 차이는 있지만 ‘중경외시’(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라인에 입학하려면 내신 커트라인을 3등급 중후반에서 4등급 초반으로 봅니다. 평균 내신 등급이 4등급이라고 하면 상위 35% 정도의 학생을 말합니다. 각 과목에서 4등급(누적 40%) 안에 들어야 하니까 평균을 내면 조금 더 올라간다고 보는 거죠. 9등급제에서 4등급은 5등급제에서 2등급(누적 34%)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목·자사고에서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려면 1등급 후반대에서 2등급 초반대 내신 커트라인이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두는 학생은 특목·자사고 대신 일반고 진학이 유리한가요.
최상위권 의대의 경우 학종으로 뽑는 인원이 많지만 39개 전체 의대로 확대하면 정시 비중이 가장 큽니다. 수능 성적이 높게 나오는 학군지 일반고나 자사고가 유리하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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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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