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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변비·설사·혈변 보이면 이미 상당히 진행?

| 인터뷰 |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최영철 기자

2023. 05. 02

증상으로 본 질병, 대장암은 종양이 대장 막아야 증상 나타나는 경우 많아…검사 자주 받는 게 최선의 예방법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조영철 기자]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조영철 기자]

내 몸, 그중에서도 대장의 건강을 확인하려면 대변의 모양과 색깔 등을 반드시 관찰해야 한다. 대변의 모양과 색깔, 양 등이 평소와 다르게 바뀌었다면 대장의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고 혈변 증상까지 보인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사실 변비와 설사, 혈변은 꼭 대장암이 아니라도 다른 수많은 대장 질환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병이 아닌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혈변 증상은 항문의 치질과 관련된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대장암 환자가 변비와 설사, 혈변 증세를 보인다면 이미 악성종양이 대장의 많은 부분을 잠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타 장기로의 전이 가능성도 그만큼 클 수 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대장암 전문의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다른 장기로 전이를 막아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실제 대장내시경검사가 확대 보급된 2000년대 이후 국내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장암의 주요 증상과 예방·치료법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재발성 대장암 등 난치성 암과 복잡하고 난해한 수술을 많이 하는 명의이자 복강경수술 및 로봇수술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대한외과학회 학술이사와 대한암학회 기획이사, 대한외과로봇수술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위치에 따라 다른 대장암 증상들

먼저 대장의 위치와 구조, 기능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대장은 소장 끝에서 출발해 차례대로 맹장(충수), 결장, 직장, 항문관으로 연결된다. 대장의 길이는 약 1.5m로, 실은 대장보다 소장이 더 길다. 그런데도 대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굵기가 소장보다 굵어서다. 결장은 다시 오른쪽에서 올라가는 상행결장과 가로로 걸쳐져 있는 횡행결장, 왼쪽으로 내려오는 하행결장, 에스상결장(구불잘록창자)으로 나뉜다. 에스상결장은 에스(S) 모양(狀)으로 구불구불하게 생겼고, 직장은 똑바르게 밑으로 뻗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대장은 물과 비타민 B(적혈구와 면역세포 재생 촉진), 비타민 K(단백질 활성화를 촉진하고 혈액 응고 및 뼈 건강에 관여) 등을 흡수한다. 대장암은 주로 결장과 직장에서 생긴 악성종양을 가리킨다.”



대장암의 종류를 크게 구분한다면.

“대장 내부의 벽은 점막, 점막하조직, 근육층과 종근, 4개의 장막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장암의 약 95%는 점막에서 발생하는 선암이다. 드물게 대장 점막에 점액을 분비하는 림프계 세포에서 발생하는 림프종, 근육 조직이나 신경 조직에서 발생하며 위장관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장관기질성종양, 대장의 신경내분비세포에서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직장에서 비교적 많이 발견되는 신경내분비종양, 대장의 편평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항문 주변 피부에서 발견되는 편평세포종양 등으로 나뉜다.”

대장암 증상은 상당히 진행됐을 때에 나타난다고 한다.

“변비, 혈변 등 대장암 증상은 대장이 암 조직에 의해 막혔을 때 나타나는데, 크기가 어느 정도 되더라도 변이 통과가 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장암은 종양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고 한다. 우선 우측의 상행결장암부터 설명해달라.

“오른쪽에 있는 대장, 즉 상행결장은 왼쪽에 있는 하행결장보다 대장의 직경이 크고 그 안의 내용물도 액체성이다. 때문에 통과 장애 현상(변비, 설사 등)은 암이 상당히 진행돼 대장을 어느 정도 막았을 때 나타난다. 흔히 보이는 증상으로는 오른쪽 아랫배에 심하지 않은 통증, 식욕감퇴, 소화불량, 빈혈, 체중감소 등이 있다. 오른쪽 아랫배에서 멍울(종괴)이 만져지는 경우도 10% 정도 된다. 빈혈검사를 하는 도중 상행결장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암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만성적 출혈이 빈혈을 유발한 것이다.”

좌측 대장이나 직장 쪽의 증상은 어떤가.

“좌측 하행결장암이나 직장암은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주된 증상이며, 이는 장이 막혀서 나타나는 것이다. 우측 상행결장을 통과한 변은 횡행결장과 좌측 대장을 지나면서 계속 농축되는 반면 대장의 지름은 좁아지기 때문에 변비와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우측 대장암보다 흔하게 보이고, 장폐쇄 증상도 자주 발생하며,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장이 막힌 부분에는 통과하지 못한 고형 변이 쌓이고 뚫린 부분으로는 묽은 변만 나오니까 설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직장암은 끈적끈적한 점액성 혈변을 보거나 변비 또는 설사를 동반할 수 있다. 배변 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며, 항문 가까이 암이 발생한 경우 변 자체를 보기 힘들게 된다. 뒤가 무지근한 느낌이 종종 나타나며 대변이 가늘어지기도 한다.”


대장암 위험군? 50대 이상 나이와 가족력!

대장내시경검사를 할 때 떼어내는 용종이 대장암일 가능성이 큰가.

“암으로 진행하지 않는 용종(과형성용종, 염증성용종 등)이 더 많다. 원래 암세포로 태어나 자라는 용종(De novo·대장암)이 있고, 샘종-샘암종 과정을 거쳐 처음엔 암이 아니었다가 암으로 진행되는 암이 있다. 후자를 선종성용종이라 하는데, 세포 분화도에 따라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달라진다. 50대 이상인 경우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으라는 것도 용종이 암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대장암의 위험 요인에 대해 말해달라.

“우선 나이다. 대장암은 주로 중년 이후에 발생한다. 50세 이상은 대장암 발생률이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은 더 증가한다. 다음은 가족력이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진다. 특히 일차 가족(부모, 형제, 자녀)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 유전적 대장암 증후군이 있는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훨씬 커진다.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증후군으로는 린치증후군과 가족성샘종폴립증이 있다. 이때 유전적 요인과 대물림은 구별해야 한다. 유전성 대장암은 전체 암의 5% 정도이며 그 외 대장암은 이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대장암 예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달라.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섭취,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생활이다. 대장암 예방에 좋은 음식은 나물, 해조류, 조개, 통밀, 현미, 오메가3, 고구마, 감자 등이다.”

대장암 진단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고 대장내시경검사 주기는 어떻게 되나.

“우선 일반 건강검진 때 하는 대변검사(분변잠혈반응검사·FOBT)가 있다. 만 50세 이상 남녀라면 1년에 한 번씩은 해야 한다. 만약 이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대장내시경검사를 하게 된다. 50세 이상은 5년에 한 번씩 하는 게 일반 가이드라인이다. 가족 중에 가족성샘종폴립증,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증후군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50세가 되기 전에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는 게 좋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장이중조영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직장에 문제가 있다면 직장수지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흔히 섭취 칼로리가 많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위험성도 커진다고 한다. 왜 그런가.

“고칼로리 음식 섭취는 체중 증가와 비만을 유발하며 이는 대장암 발병 위험과 관련이 깊다. 비만은 몸의 염증 반응과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는데, 이 두 요소가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촉진할 수 있다. 고칼로리 식단은 일반적으로 풍부한 지방과 당분(탄수화물)을 포함하며 이러한 성분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붉은 고기가 대장암 발병 위험성을 높이지만 섬유소가 많은 음식과 함께 먹으면 발병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한다. 왜 그런가.

“적색육에서 발암원으로 문제가 되는 건 헴철이다. 헴철은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각종 채소나 과일 등 섬유소가 많은 식품 섭취를 통해 몸에 축적된 헴철을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

수술 후 재발한 전이 대장암을 비롯해 각 기별 5년 상대 생존에 대해 말해달라.

“대장암은 재발하면 생존율이 떨어진다. 재발 암은 수술 부위에서 발생하는 국소전이와 타 장기에 전이되는 원격전이로 나뉜다. 대장암의 특성상 간이나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대장암 0~1기의 생존율은 거의 100%이고 2기는 90%, 3기는 70~80%지만 4기가 되면 25% 정도로 감소한다. 하지만 4기라고 해도 다 같은 4기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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