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같은 모습은 20년 전과 다를 바 없지만, 어떤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도 결국은 아이들 이야기로 귀결된다. 걸 그룹 ‘쥬얼리’ 출신 배우 이지현(38)의 이야기다. 그는 “쥬얼리 시절의 일들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련한 기억”이라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해서 예전 생각은 더 안 나는 것 같다”고 꿈을 꾸듯 말했다.
쥬얼리는 2001년 데뷔해 2015년 공식 해체까지, 무려 14년 동안 활동해온 전설의 걸 그룹이다. 몇 차례 멤버들이 교체되는 부침을 겪었지만 ‘Again (어게인)’ ‘니가 참 좋아’ ‘Super Star(슈퍼스타)’ ‘One More Time(원 모어 타임)’ 등 제목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는 곡들을 내놓으며 사랑받았다. 이 중 대부분의 히트곡들은 2000년대 초반 이지현이 원년 멤버로 있을 때 발표됐다. 그는 쥬얼리에서 노래와 랩을 맡으며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SES’의 유진과 ‘핑클’의 성유리처럼 그룹의 비주얼을 담당했다. 당시 이지현은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쥬얼리에 합류했지만 이때가 연예계 첫 데뷔는 아니었다. 중학생 시절인 1998년 아시아 최초의 한일 합작 걸 그룹인 ‘써클’의 멤버로 데뷔했었다.
이지현을 이야기할 때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X맨을 찾아라’ 중 ‘당연하지(무슨 질문이든 무조건 “당연하지”라고 대답해야 한다)’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예쁘장하고 새침한 얼굴과 달리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상대를 제압해, ‘당연하지 5대 천황’ ‘퀸 오브 당연하지’ 등으로 꼽혔었다. 그러나 2006년 이지현은 4집을 끝으로 쥬얼리를 탈퇴했고, 이후 연기자로 변신했다. 2007년 방영된 SBS 드라마 ‘사랑하기 좋은 날’이 연기자로서 그의 데뷔작이다.
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이지현은 2013년 일반인과 결혼해 딸 서윤(9)과 아들 우경(7)을 낳고 방송 활동을 다시 시작하며 ‘엄마사람’ ‘런닝맨’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지만 2016년 합의이혼 소식을 알렸고, 이듬해인 2017년 안과 전문의와 재혼했지만 지난해 또다시 파경 소식을 전했다.
두 번의 아픔을 겪은 그는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 10월 채널S ‘힐링산장’ 시즌2 출연을 시작으로,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에 출연 중이다. 방송을 통해 우경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또한 이지현은 “공황장애 약을 먹은 지도 거의 1년이 되어간다. 하루에 한 번씩은 증상이 왔다 간다. 호흡하기가 힘들고 음식이 안 넘어간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새침한 외모와 달리 엄마로서 씩씩하고 사랑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반갑게도 7년 만에 다시 방송에서 만나게 됐어요. 방송 복귀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MBC 아침드라마 ‘내일도 승리’를 끝으로 최근까지 쉬었어요. 육아에만 전념해 왔는데 지난해 공황장애를 앓으며 몸이 좀 아팠습니다. 1년을 꼬박 투병하면서 마음이 아주 답답해졌지요.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되는데,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때 병을 어느 정도 극복하면 경제 활동도 하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내가 키운다’에 싱글맘으로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어요. 특히 둘째 우경이가 ADHD라서 팬들의 걱정을 많이 샀는데,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방송에서 우경이가 ADHD를 앓는 아이로만 너무 부각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우경이를 아픈 아이로만 생각하고, 기사도 그런 부분만 나가니 엄마로서 속상하더라고요. 방송이 우경이의 전부를 다 보여주는 건 아니거든요. 우경이는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애교가 많은 아이인데, 그런 건 아직 방송에 비치지 않았어요. 반전 매력도 있고 엄청나게 웃기기도 해요. 아마 앞으로 우경이의 다른 면들이 방송을 통해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방송 중에 “아들에게 맞고 사는 엄마”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저는 매일 그렇게 살아와서 익숙해요. 그런데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방송을 보고 아마 놀라셨을 거예요. 사람들이 있으면 저는 분위기를 망칠까 봐 아이에게 화를 잘 내지 않아요. 어떻게 해서든 빨리 넘기려고 그냥 버티는 쪽이지요. ‘그만하겠지’ 하고요.
촬영 팀이 없을 때는 우경이를 혼내기도 하나요.
그럼요! 우경이가 때리면 “아프다. 하지 마라” 하면서 저지하죠. 다만 촬영팀뿐 아니라 다른 손님이나 외부 사람들하고 있으면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에요. 제가 화를 내면 분위기가 심각해질까 봐 장난처럼 넘기려고 애를 쓰고요.
방송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규식 박사를 만나 상담과 검사도 진행했어요. 상담은 도움이 됐나요.
상담을 받고 나서 더 어려워졌어요. 육아가 정말 복잡한 게, 자판기같이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거든요. 박사님이 “이 방법을 쓰세요”라고 제안하셔서 막상 해봐도 바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요. 그러면 저는 ‘왜 이러지?’ 하면서 고민하게 되고, 아이에게 어떤 다른 육아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지요.
첫째 서윤이가 무척 의젓해 보여요. 방송에서 서윤이가 “엄마가 동생 편을 들어도 저를 사랑한다는 걸 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대견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서윤이는 우경이가 아픈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성숙한 것 같아요. 또 그만큼 저도 서윤이가 소외되지 않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가끔은 아이다 보니 폭발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협상을 해요. “네가 원하는 거 해줄게” 하고요. 좋아하는 파충류 카페에 간다든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이를 달래고 있어요.
서윤이가 너무 귀엽던데 엄마를 많이 닮았나요.
저와는 정반대예요. 걸 크러시예요. 남자아이같이 놀아요(웃음). 놀이동산에 가면 허리케인이나 롤러코스터처럼 360°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혼자 타고 내려올 정도예요. 저는 도마뱀과 곤충이 질색인데, 저와는 정반대로 너무 좋아하고요. 서윤이가 도마뱀을 무척 사랑해서 “도마뱀을 사랑하듯 엄마를 좀 사랑해봐”라고 할 정도라니까요.
서윤이가 유튜브도 하던데, 연예인이 된다고 하면 밀어줄 생각인가요.
아니요. 솔직히 안 했으면 좋겠어요. 파충류 좋아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연예인은 반대예요. 유튜브 정도까지는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경이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 궁금해요.
우경이가 굉장히 똑똑해요. 지금은 유치원에 등원하면서 수학 학원에도 다녀요. 수학을 잘해서 일곱 살인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경시대회에도 나갔어요. 또 굉장히 논리적이라 제게 논리적으로 대들고요(웃음).
육아를 도와주는 분이 있나요.
친정 엄마가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사하면서 거리가 멀어졌어요. 대신 이모가 봐주고 계세요. 우경이를 감당할 사람이 별로 없는데, 다행히 이모가 시간이 되시고 우경이도 잘 봐주세요. 우경이 역시 이모를 잘 따르고 있고요. 이모가 계셔서 정말 마음이 편해요. 이모가 세 분 계신데, 두루 잘 지내고 있답니다.
방송 복귀 후 얻은 게 있다면요.
일단 복귀를 잘했다는 거죠. ‘내가 키운다’는 정말 제게 딱 맞는 프로그램인데, 출연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모든 엄마가 똑같겠지만, 지현 씨는 특히 모성애가 강한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을 끼고 있는 걸 좋아해요. 아이들이 제 손을 떠나는 게 싫어요. 외출할 때도 같이 나가고 싶고, 일하는 장소에도 데리고 다니고 싶을 정도예요. 일을 하면서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고요. 집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야 마음이 안정돼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미치겠어요(웃음).
아이를 낳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된 거죠. ‘남녀 간의 사랑은 별것도 아니구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자식이구나’ 라고요. 또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들이 나를 사랑해서 아직도 내 뒷바라지를 해주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
‘내가 키운다’에 함께 출연한 패널들이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혼자 육아하다 보면, 온종일 투덕거리는 아이들을 달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가요. 그러면 ‘도대체 나는 누가 위로해주지?’ 하고 답답할 때가 있거든요. ‘내가 키운다’를 촬영하면서 현숙 언니, 나영 씨, 구라 오빠 등이 공감해주고 맞장구쳐주니 위로가 되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복귀하면서 댓글이 많이 걱정됐어요. 그런데 ‘응원합니다’라는 댓글이 많아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 말 한마디가 정말 제 마음을 스르르 녹게 하더라고요.
엄마가 되기 전후를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쥬얼리 시절의 일들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련한 기억이에요. 사실 기억이 안 나는 것들도 많고요. 지금 현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가려져 있는 것 같아요. 현재가 너무 행복하고, 아이들하고 할 것도 너무 많아서 예전 일은 더 기억이 안 나는 걸 수도 있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에는 후회가 없겠네요.
엄마가 된 건 절대 후회 없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주변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빨리 낳으라고 말하곤 해요. 여자에게 아이는 정말 큰 존재이고 축복이니 그 감정을 좀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정말 몰라요.
써클 멤버로 중학생 때 데뷔해 어느덧 24년 차가 됐네요. 너무 일찍 데뷔한 것에 대해 후회도 하나요.
너무 세상을 모를 때 데뷔한 건 후회가 되지만, 세상을 모르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같아요(웃음). 그나마 ‘세상이 이렇구나’라고 깨닫게 된 건 쥬얼리 탈퇴 이후인 듯해요. 그때부터 조금씩 ‘내가 우물 안에 살았구나’라는 걸 알아가게 됐어요.
연예계 생활을 돌아볼 때 편안했던 시절은 언제였나요.
사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요. 늘 힘들었으니까요. 너무 바빴고, 잠도 못 잤고, 차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러니 그때는 자아를 찾기는커녕, 매일 연습실과 방송국을 오가며 살아서 현실 세계에 대해 너무 몰랐어요.
이지현의 인생에서 쥬얼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겠죠.
열아홉 살에 준비해서 스무 살에 데뷔했어요. 6~7년간 활동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의 저를 많이 기억하시더라고요. 얼마 전 쥬얼리를 함께했던 (박)정아 언니와 통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니가 참 좋아’를 배경음악으로 틀어주셨거든요. 정아 언니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했는데, 순댓국을 보고 ‘순대 참 좋아’를 했다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제가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해?”라며 웃었는데, 언니가 “할 게 없는 거 보다 낫다”고 하더라고요. 언니 말을 들으니 그 얘기가 맞는 것 같았어요.
그만큼 ‘니가 참 좋아’가 사랑을 받았다는 거겠죠.
근데 막상 프로그램에서 ‘니가 참 좋아’를 해보라고 시키면 되게 부끄럽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걸 그룹 활동할 때 가사도 작성하고, 시를 쓰기도 했어요. 요즘에도 글을 쓰나요.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미혼이었을 때는 책을 너무 좋아했어요.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읽으면서 굉장히 난해한 삶에 대해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을 만큼요. 그런데 그것도 한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책을 봐도 활자가 머리에 안 들어와 똑같은 문장을 계속 읽고 있어요(웃음). 그나마 하고 있는 건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 재우고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 보는 정도예요.
방송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20대 후반에는 진짜 열정적으로 운동했는데, 임신과 출산을 거치고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는 운동을 못 했어요. 제가 술을 못하는데, 내면을 다스리고 풀 데가 없으니 운동으로 풀고 있다고나 할까요. 술을 못하니 취미가 건전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 가족 모두가 마찬가지인데, 엄마와 오빠 모두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도 좋아요. 또 우경이를 키우려면 힘이 있어야 해요. 자칫하면 밀릴 것 같더라고요.
가수, 연기자, 예능인으로 두루 활동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요. 연기자로 좀 더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답니다. 또 ‘내가 키운다’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싱글맘과 싱글대디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옛날의 ‘당연하지!’ 이미지는 지워주시고, 동네 푸근한 아줌마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지만요. 제발 이전 이미지는 지워주세요(웃음).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이지현 스타제국 헤어 민영(미러미러 청담) 메이크업 가은(미러미러 청담) 스타일리스트 오진아
쥬얼리는 2001년 데뷔해 2015년 공식 해체까지, 무려 14년 동안 활동해온 전설의 걸 그룹이다. 몇 차례 멤버들이 교체되는 부침을 겪었지만 ‘Again (어게인)’ ‘니가 참 좋아’ ‘Super Star(슈퍼스타)’ ‘One More Time(원 모어 타임)’ 등 제목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는 곡들을 내놓으며 사랑받았다. 이 중 대부분의 히트곡들은 2000년대 초반 이지현이 원년 멤버로 있을 때 발표됐다. 그는 쥬얼리에서 노래와 랩을 맡으며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SES’의 유진과 ‘핑클’의 성유리처럼 그룹의 비주얼을 담당했다. 당시 이지현은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쥬얼리에 합류했지만 이때가 연예계 첫 데뷔는 아니었다. 중학생 시절인 1998년 아시아 최초의 한일 합작 걸 그룹인 ‘써클’의 멤버로 데뷔했었다.
이지현을 이야기할 때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X맨을 찾아라’ 중 ‘당연하지(무슨 질문이든 무조건 “당연하지”라고 대답해야 한다)’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예쁘장하고 새침한 얼굴과 달리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상대를 제압해, ‘당연하지 5대 천황’ ‘퀸 오브 당연하지’ 등으로 꼽혔었다. 그러나 2006년 이지현은 4집을 끝으로 쥬얼리를 탈퇴했고, 이후 연기자로 변신했다. 2007년 방영된 SBS 드라마 ‘사랑하기 좋은 날’이 연기자로서 그의 데뷔작이다.
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이지현은 2013년 일반인과 결혼해 딸 서윤(9)과 아들 우경(7)을 낳고 방송 활동을 다시 시작하며 ‘엄마사람’ ‘런닝맨’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지만 2016년 합의이혼 소식을 알렸고, 이듬해인 2017년 안과 전문의와 재혼했지만 지난해 또다시 파경 소식을 전했다.
두 번의 아픔을 겪은 그는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 10월 채널S ‘힐링산장’ 시즌2 출연을 시작으로,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에 출연 중이다. 방송을 통해 우경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또한 이지현은 “공황장애 약을 먹은 지도 거의 1년이 되어간다. 하루에 한 번씩은 증상이 왔다 간다. 호흡하기가 힘들고 음식이 안 넘어간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새침한 외모와 달리 엄마로서 씩씩하고 사랑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반갑게도 7년 만에 다시 방송에서 만나게 됐어요. 방송 복귀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MBC 아침드라마 ‘내일도 승리’를 끝으로 최근까지 쉬었어요. 육아에만 전념해 왔는데 지난해 공황장애를 앓으며 몸이 좀 아팠습니다. 1년을 꼬박 투병하면서 마음이 아주 답답해졌지요.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안 되는데,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때 병을 어느 정도 극복하면 경제 활동도 하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내가 키운다’에 싱글맘으로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어요. 특히 둘째 우경이가 ADHD라서 팬들의 걱정을 많이 샀는데,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방송에서 우경이가 ADHD를 앓는 아이로만 너무 부각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우경이를 아픈 아이로만 생각하고, 기사도 그런 부분만 나가니 엄마로서 속상하더라고요. 방송이 우경이의 전부를 다 보여주는 건 아니거든요. 우경이는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애교가 많은 아이인데, 그런 건 아직 방송에 비치지 않았어요. 반전 매력도 있고 엄청나게 웃기기도 해요. 아마 앞으로 우경이의 다른 면들이 방송을 통해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방송 중에 “아들에게 맞고 사는 엄마”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저는 매일 그렇게 살아와서 익숙해요. 그런데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방송을 보고 아마 놀라셨을 거예요. 사람들이 있으면 저는 분위기를 망칠까 봐 아이에게 화를 잘 내지 않아요. 어떻게 해서든 빨리 넘기려고 그냥 버티는 쪽이지요. ‘그만하겠지’ 하고요.
촬영 팀이 없을 때는 우경이를 혼내기도 하나요.
그럼요! 우경이가 때리면 “아프다. 하지 마라” 하면서 저지하죠. 다만 촬영팀뿐 아니라 다른 손님이나 외부 사람들하고 있으면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에요. 제가 화를 내면 분위기가 심각해질까 봐 장난처럼 넘기려고 애를 쓰고요.
방송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규식 박사를 만나 상담과 검사도 진행했어요. 상담은 도움이 됐나요.
상담을 받고 나서 더 어려워졌어요. 육아가 정말 복잡한 게, 자판기같이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거든요. 박사님이 “이 방법을 쓰세요”라고 제안하셔서 막상 해봐도 바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요. 그러면 저는 ‘왜 이러지?’ 하면서 고민하게 되고, 아이에게 어떤 다른 육아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지요.
걸 크러시 첫째와 수학에 재능 있는 둘째
딸 서윤이, 아들 우경이와 함께한 이지현. 두 아이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을 만큼 너무 예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서윤이는 우경이가 아픈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성숙한 것 같아요. 또 그만큼 저도 서윤이가 소외되지 않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가끔은 아이다 보니 폭발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협상을 해요. “네가 원하는 거 해줄게” 하고요. 좋아하는 파충류 카페에 간다든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이를 달래고 있어요.
서윤이가 너무 귀엽던데 엄마를 많이 닮았나요.
저와는 정반대예요. 걸 크러시예요. 남자아이같이 놀아요(웃음). 놀이동산에 가면 허리케인이나 롤러코스터처럼 360° 회전하는 놀이기구를 혼자 타고 내려올 정도예요. 저는 도마뱀과 곤충이 질색인데, 저와는 정반대로 너무 좋아하고요. 서윤이가 도마뱀을 무척 사랑해서 “도마뱀을 사랑하듯 엄마를 좀 사랑해봐”라고 할 정도라니까요.
서윤이가 유튜브도 하던데, 연예인이 된다고 하면 밀어줄 생각인가요.
아니요. 솔직히 안 했으면 좋겠어요. 파충류 좋아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연예인은 반대예요. 유튜브 정도까지는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경이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 궁금해요.
우경이가 굉장히 똑똑해요. 지금은 유치원에 등원하면서 수학 학원에도 다녀요. 수학을 잘해서 일곱 살인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경시대회에도 나갔어요. 또 굉장히 논리적이라 제게 논리적으로 대들고요(웃음).
육아를 도와주는 분이 있나요.
친정 엄마가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사하면서 거리가 멀어졌어요. 대신 이모가 봐주고 계세요. 우경이를 감당할 사람이 별로 없는데, 다행히 이모가 시간이 되시고 우경이도 잘 봐주세요. 우경이 역시 이모를 잘 따르고 있고요. 이모가 계셔서 정말 마음이 편해요. 이모가 세 분 계신데, 두루 잘 지내고 있답니다.
방송 복귀 후 얻은 게 있다면요.
일단 복귀를 잘했다는 거죠. ‘내가 키운다’는 정말 제게 딱 맞는 프로그램인데, 출연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모든 엄마가 똑같겠지만, 지현 씨는 특히 모성애가 강한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을 끼고 있는 걸 좋아해요. 아이들이 제 손을 떠나는 게 싫어요. 외출할 때도 같이 나가고 싶고, 일하는 장소에도 데리고 다니고 싶을 정도예요. 일을 하면서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고요. 집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야 마음이 안정돼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미치겠어요(웃음).
아이를 낳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된 거죠. ‘남녀 간의 사랑은 별것도 아니구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자식이구나’ 라고요. 또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들이 나를 사랑해서 아직도 내 뒷바라지를 해주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
‘내가 키운다’에 함께 출연한 패널들이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혼자 육아하다 보면, 온종일 투덕거리는 아이들을 달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가요. 그러면 ‘도대체 나는 누가 위로해주지?’ 하고 답답할 때가 있거든요. ‘내가 키운다’를 촬영하면서 현숙 언니, 나영 씨, 구라 오빠 등이 공감해주고 맞장구쳐주니 위로가 되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복귀하면서 댓글이 많이 걱정됐어요. 그런데 ‘응원합니다’라는 댓글이 많아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 말 한마디가 정말 제 마음을 스르르 녹게 하더라고요.
엄마가 되기 전후를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쥬얼리 시절의 일들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련한 기억이에요. 사실 기억이 안 나는 것들도 많고요. 지금 현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가려져 있는 것 같아요. 현재가 너무 행복하고, 아이들하고 할 것도 너무 많아서 예전 일은 더 기억이 안 나는 걸 수도 있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에는 후회가 없겠네요.
엄마가 된 건 절대 후회 없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주변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빨리 낳으라고 말하곤 해요. 여자에게 아이는 정말 큰 존재이고 축복이니 그 감정을 좀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정말 몰라요.
운동으로 내면 다스리고, 드라마 출연 꿈꿔
‘쥬얼리’ 활동 당시 원년 멤버인 서인영, 박정아, 이지현, 조민아가 함께한 모습(왼쪽부터).
너무 세상을 모를 때 데뷔한 건 후회가 되지만, 세상을 모르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같아요(웃음). 그나마 ‘세상이 이렇구나’라고 깨닫게 된 건 쥬얼리 탈퇴 이후인 듯해요. 그때부터 조금씩 ‘내가 우물 안에 살았구나’라는 걸 알아가게 됐어요.
연예계 생활을 돌아볼 때 편안했던 시절은 언제였나요.
사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요. 늘 힘들었으니까요. 너무 바빴고, 잠도 못 잤고, 차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러니 그때는 자아를 찾기는커녕, 매일 연습실과 방송국을 오가며 살아서 현실 세계에 대해 너무 몰랐어요.
이지현의 인생에서 쥬얼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겠죠.
열아홉 살에 준비해서 스무 살에 데뷔했어요. 6~7년간 활동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의 저를 많이 기억하시더라고요. 얼마 전 쥬얼리를 함께했던 (박)정아 언니와 통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니가 참 좋아’를 배경음악으로 틀어주셨거든요. 정아 언니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했는데, 순댓국을 보고 ‘순대 참 좋아’를 했다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제가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해?”라며 웃었는데, 언니가 “할 게 없는 거 보다 낫다”고 하더라고요. 언니 말을 들으니 그 얘기가 맞는 것 같았어요.
그만큼 ‘니가 참 좋아’가 사랑을 받았다는 거겠죠.
근데 막상 프로그램에서 ‘니가 참 좋아’를 해보라고 시키면 되게 부끄럽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걸 그룹 활동할 때 가사도 작성하고, 시를 쓰기도 했어요. 요즘에도 글을 쓰나요.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미혼이었을 때는 책을 너무 좋아했어요.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읽으면서 굉장히 난해한 삶에 대해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을 만큼요. 그런데 그것도 한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책을 봐도 활자가 머리에 안 들어와 똑같은 문장을 계속 읽고 있어요(웃음). 그나마 하고 있는 건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 재우고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 보는 정도예요.
방송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틈틈이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20대 후반에는 진짜 열정적으로 운동했는데, 임신과 출산을 거치고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는 운동을 못 했어요. 제가 술을 못하는데, 내면을 다스리고 풀 데가 없으니 운동으로 풀고 있다고나 할까요. 술을 못하니 취미가 건전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 가족 모두가 마찬가지인데, 엄마와 오빠 모두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도 좋아요. 또 우경이를 키우려면 힘이 있어야 해요. 자칫하면 밀릴 것 같더라고요.
가수, 연기자, 예능인으로 두루 활동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요. 연기자로 좀 더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답니다. 또 ‘내가 키운다’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싱글맘과 싱글대디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옛날의 ‘당연하지!’ 이미지는 지워주시고, 동네 푸근한 아줌마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지만요. 제발 이전 이미지는 지워주세요(웃음).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이지현 스타제국 헤어 민영(미러미러 청담) 메이크업 가은(미러미러 청담) 스타일리스트 오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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