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영화 ‘순흔’으로 데뷔한 배우 김동욱(35)은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에서 미남 카페 종업원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곧이어 영화 ‘국가대표’(2009)에서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 비행 청년을 연기해 영화계 블루칩으로 떠올랐지만 이후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연기파’로 불린다. 배우 김동욱의 진가는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과 ‘신과 함께-인과 연’(2018)에서 드러났다. 이 영화에서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복수심에 사로잡힌 원귀가 되는 김수홍을 연기한 그는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주인공 윤화평을 연기해 또다시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국적 엑소시즘 드라마를 표방한 ‘손 the guest’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영혼을 지배하는 악령과 영매, 가톨릭 사제, 형사가 사투를 벌이는 극적 구조로 예측할 수 없는 공포를 유발하며 최고 4.1%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김동욱이 연기한 윤화평은 ‘큰 귀신’ 박일도로 인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후 20년 넘게 그를 쫓는 영매. 윤화평 자신과 귀신에 빙의된 인물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홀리고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동욱의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후련합니다(웃음). 촬영해야 할 분량도 많았고,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찍는 일도 쉽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들이 만만치 않았죠.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무척 흥미로웠어요. 영매라는 것도 그렇지만 무속인 집안에서 외롭게 자라나,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령을 쫓는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정했죠. 이 작품이 마니아들이 주로 보는 장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이 되긴 했지만 김홍선 PD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걱정되진 않았습니다.
드라마 게시판에 김동욱 씨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좋게 봐주셨다면 너무 다행이에요. 시청자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화평이의 심리적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어요.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빙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무당, 구마(驅魔) 다큐멘터리도 보고 관련 자료도 읽으면서 공부했죠. 모든 걸 완성한 채 촬영을 시작한 게 아니고,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구체화했어요. PD님, 동료 배우들과 어떻게 연기해야 화평이란 인물에 대한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에 관해 많이 의논했어요. 화평이란 인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연기한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오싹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주로 밤에 폐건물 같은 으슥하고 무서운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섬뜩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특히 스태프들이 밖에서 촬영하고 저 혼자 그 공간에 있을 때는 좀 오싹했어요.
공포물 같은 경우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았나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 땐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 작품과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액션 히어로물이나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힐링을 했어요. 현장에서도 틈틈이 동료 배우들과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면서 많이 웃으려고 했고요.
김동욱 씨가 느낀 피로감이 윤화평이란 극 중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어요. 제가 연기하는 윤화평은 잠도 잘 못 자고, 지쳐서 살아가는 인물인데 실제로 저도 그렇게 지냈으니까요. 촬영하러 갈 때 ‘오늘 (극 중 인물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겠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죠(웃음).
귀신의 존재를 믿나요. 어떤 사연이 있어서 연기를 잘하나 싶기도 했어요.
특별한 사연은 없어요. 귀신은 무서워해요(웃음). 이번에 꿈을 정말 많이 꿨거든요. 평소에도 가위에 자주 눌리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할 때는 좀 더 심했죠. 어떤 사건 사고에 처해서 누구를 구하고, 도망치는 꿈들을 많이 꿨던 것 같아요.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지 못하는 꿈도 꿨고요. 그 때문에 힘들었지만 동료들 덕분에 훌훌 털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최윤 신부 역의 김재욱 씨, 강길영 형사 역의 정은채 씨와의 케미가 좋았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다들 힘들었음에도 서로 배려하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어요. 재욱이와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 그 친구가 잘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대본을 보고 의문점이 생기면 현장에서 이야기하거나 통화하면서 같이 풀어갔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늘 똑같아요. 대본을 받으면 관객으로서 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게 읽히는가 생각해요. 그 첫인상이 강하게 오는 작품이 있으면 출연을 심도 있게 고민하죠.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을 마쳐도 너무 진부한 연기를 한 건 아닌지, 늘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요.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이 윤화평이란 캐릭터와 비슷해 보여요.
닮은 것도 같네요. 배우에게 고민은 숙명 같아요. 더 좋은 연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게 뭘까 계속 고민하면서 나아가야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을 끝내고 좋은 평을 얻을 때 ‘내가 조금 더 성장했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작품을 모니터링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발견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두 가지 마음이 계속 교차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화평이가 치열하게 절실하게 안타깝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인물로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더 칭찬해도 될 것 같은데, 너무 인색한 것 아닌가요.
이번 작품 끝나고 팬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하지만 새 작품에 들어갈 때는 이런 감정을 털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스스로 더 치열하게 연기에 임할 것 같거든요. 작품이 끝났을 때 칭찬을 들으면 또 행복할 것 같고요.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자신감은 조금씩 생기긴 했어요.
‘손 the guest’ 시즌2가 제작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처음엔 예정에 없던 건데, 감사한 일이죠. 시청자들이 그만큼 좋게 봐주셨다는 이야기니까요.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덱스터스튜디오 리얼라이즈픽처스 키이스트 OCN
‘손 the guest’에서 주인공 윤화평을 연기해 또다시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국적 엑소시즘 드라마를 표방한 ‘손 the guest’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영혼을 지배하는 악령과 영매, 가톨릭 사제, 형사가 사투를 벌이는 극적 구조로 예측할 수 없는 공포를 유발하며 최고 4.1%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김동욱이 연기한 윤화평은 ‘큰 귀신’ 박일도로 인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후 20년 넘게 그를 쫓는 영매. 윤화평 자신과 귀신에 빙의된 인물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홀리고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동욱의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후련합니다(웃음). 촬영해야 할 분량도 많았고,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찍는 일도 쉽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들이 만만치 않았죠.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무척 흥미로웠어요. 영매라는 것도 그렇지만 무속인 집안에서 외롭게 자라나,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령을 쫓는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정했죠. 이 작품이 마니아들이 주로 보는 장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이 되긴 했지만 김홍선 PD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걱정되진 않았습니다.
드라마 게시판에 김동욱 씨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좋게 봐주셨다면 너무 다행이에요. 시청자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화평이의 심리적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어요.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빙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무당, 구마(驅魔) 다큐멘터리도 보고 관련 자료도 읽으면서 공부했죠. 모든 걸 완성한 채 촬영을 시작한 게 아니고,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구체화했어요. PD님, 동료 배우들과 어떻게 연기해야 화평이란 인물에 대한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에 관해 많이 의논했어요. 화평이란 인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연기한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오싹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주로 밤에 폐건물 같은 으슥하고 무서운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섬뜩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특히 스태프들이 밖에서 촬영하고 저 혼자 그 공간에 있을 때는 좀 오싹했어요.
공포물 같은 경우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았나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 땐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 작품과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액션 히어로물이나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힐링을 했어요. 현장에서도 틈틈이 동료 배우들과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면서 많이 웃으려고 했고요.
김동욱 씨가 느낀 피로감이 윤화평이란 극 중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어요. 제가 연기하는 윤화평은 잠도 잘 못 자고, 지쳐서 살아가는 인물인데 실제로 저도 그렇게 지냈으니까요. 촬영하러 갈 때 ‘오늘 (극 중 인물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겠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죠(웃음).
귀신의 존재를 믿나요. 어떤 사연이 있어서 연기를 잘하나 싶기도 했어요.
특별한 사연은 없어요. 귀신은 무서워해요(웃음). 이번에 꿈을 정말 많이 꿨거든요. 평소에도 가위에 자주 눌리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할 때는 좀 더 심했죠. 어떤 사건 사고에 처해서 누구를 구하고, 도망치는 꿈들을 많이 꿨던 것 같아요.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지 못하는 꿈도 꿨고요. 그 때문에 힘들었지만 동료들 덕분에 훌훌 털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최윤 신부 역의 김재욱 씨, 강길영 형사 역의 정은채 씨와의 케미가 좋았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다들 힘들었음에도 서로 배려하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어요. 재욱이와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 그 친구가 잘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대본을 보고 의문점이 생기면 현장에서 이야기하거나 통화하면서 같이 풀어갔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늘 똑같아요. 대본을 받으면 관객으로서 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게 읽히는가 생각해요. 그 첫인상이 강하게 오는 작품이 있으면 출연을 심도 있게 고민하죠.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을 마쳐도 너무 진부한 연기를 한 건 아닌지, 늘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요.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이 윤화평이란 캐릭터와 비슷해 보여요.
닮은 것도 같네요. 배우에게 고민은 숙명 같아요. 더 좋은 연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게 뭘까 계속 고민하면서 나아가야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을 끝내고 좋은 평을 얻을 때 ‘내가 조금 더 성장했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작품을 모니터링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발견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두 가지 마음이 계속 교차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화평이가 치열하게 절실하게 안타깝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인물로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더 칭찬해도 될 것 같은데, 너무 인색한 것 아닌가요.
이번 작품 끝나고 팬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하지만 새 작품에 들어갈 때는 이런 감정을 털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스스로 더 치열하게 연기에 임할 것 같거든요. 작품이 끝났을 때 칭찬을 들으면 또 행복할 것 같고요.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자신감은 조금씩 생기긴 했어요.
‘손 the guest’ 시즌2가 제작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처음엔 예정에 없던 건데, 감사한 일이죠. 시청자들이 그만큼 좋게 봐주셨다는 이야기니까요.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덱스터스튜디오 리얼라이즈픽처스 키이스트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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