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한·불 우정콘서트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는 방탄소년단.
#성공 비결 1
남다른 성장 서사에서 나오는 진정성
방탄소년단은 리더 RM(24·본명 김남준)을 비롯해 슈가(25·본명 민윤기), 진(26·본명 김석진), 제이홉(24·본명 정호석), 지민(23·본명 박지민), 뷔(23·본명 김태형), 정국(21·본명 전정국)까지 7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다. 신인 시절엔 팀명을 두고 ‘방시혁 프로듀서가 탄생시킨 소년들’이라는 뜻이라고 놀림 아닌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팬덤이 해외 각국으로 확장되면서 지난해 ‘BTS’를 공식적인 팀명으로 내걸었다. BTS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글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표기한 것이면서 동시에 ‘Beyond The Scene’의 약자이기도 한데, 여기에는 ‘매 순간 청년들의 장면을 뛰어넘는다’는 그들만의 성장 서사가 담겨 있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허름한 연습실을 전전하다가 빌딩을 세웠다’는, 일명 자수성가형 아이돌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선 아이돌들의 성장이 음악 외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으로 부를 축적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그 과정 자체가 그들이 만드는 음악의 모티프가 되고 직접 쓰는 노래의 가사가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니세프의 새로운 청소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왼쪽)9월 27일 ABC 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학교 3부작’에 이어진 ‘화양연화 시리즈’의 수록곡 ‘이사’에서 리더 RM은 정든 숙소를 떠나는 감정을 담아 ‘17평 아홉 연습생 코찔찔이 시절 엊그제 같은데 그래 우리도 꽤 많이 컸어’라며 ‘논현동 3층, 고마웠어’라는 가사로 랩을 마친다. 두 장의 앨범으로 발매된 ‘화양연화 시리즈’는 방탄소년단을 국내 정상급 아이돌로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그 어느 앨범보다 멤버들의 자전적인 가사가 많이 담겼다.
방탄소년단이 부르는 노랫말은 멤버들의 생생한 경험과 감성이 우러난 것이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진정성과 무게감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팬들 역시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보여주는 청춘의 다양한 얼굴과 감정들을 이 그룹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만찢남 같은 비주얼과 군무로 팬덤을 만드는 기존 아이돌 그룹보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통해 1020세대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그것에 가깝다. 해외의 많은 팬들도 BTS를 이야기할 때 ‘투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같은 ‘틴 팝 아이돌’과는 달리 오래된 록 밴드 뮤지션들의 저항 정신이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쩔어’ 같은 곡에는 ‘3포 세대, 5포 세대’ 같은 라임에서 저항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최근 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은 국내 팬들뿐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데뷔한 2013년은 비스트와 인피니트를 필두로 한 그룹들이 커다란 팬덤을 만들고, 그들을 따라 ‘중소 기획사 성공 신화’를 꿈꾸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면서 자연스럽게 ‘좁은 문’이 된 매체 홍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시기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은 팀 성장의 기반을 다진 데뷔 초 2년 동안 ‘전국구 아이돌’로 대중적 인기를 좇기보다 가까이에 있는 팬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전략을 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디지털 원어민’으로 불리는 10대 초·중반의 소년 소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팬덤이 형성되기 전, 방송가에서 ‘초통령’으로 통했을 정도다. 지상파 방송보다 소년 소녀가 열광하는 온라인 채널을 주된 활동 무대로 삼아 자신들이 만든 각종 콘텐츠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방탄소년단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채택했던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이제 거의 모든 아이돌이 모방하는, 성공을 부르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성공 비결 2
팬덤 ‘아미’와의 직접적인 소통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텐츠는 ‘물량 공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한다. 데뷔 초에는 다른 팀이 흔히 공개하지 않는 영상도 가감 없이 내놓곤 했다.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끄는 계기가 된 각종 퍼포먼스 영상이 큰 축을 담당한다. 기존의 많은 아이돌이 보여주던 타이틀 곡 안무 연습뿐만 아니라 연말 시상식 무대 퍼포먼스 등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활동은 전부 다 유튜브로 공유해왔다.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넘쳐나는 콘텐츠에 긴 시간 집중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작업들이 멤버들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멤버 정국은 영상을 직접 찍고 편집해 ‘G.C.F’라는 뮤직비디오 시리즈를 연재하고 래퍼 RM과 슈가, 제이홉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믹스테이프(CD나 음원 유통 사이트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공개되는 노래나 앨범)를 발표했다. 네이버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V+ 채널이나 유튜브 오리지널 등 유료 영상 서비스를 통해서는 양질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K팝의 핵심 중 하나인 화려한 퍼포먼스를 사랑하는 해외 팬덤에게는 언어 장벽이 없는 댄스나 짤막한 일상 영상 등을 자주 선보이는 방탄소년단이 꽤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이자 팬들을 지칭하는 애칭)’는 SNS상에서 서로 지역과 언어를 초월해 활발히 소통한다. 국내 팬덤과 해외 팬덤이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하는 다른 아이돌 팬덤과 달리 아미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다.
#성공 비결 3
콘텐츠의 유일무이함, 그 자체
런던 오투 아레나 공연
TV 속 연예인보다 ‘나의 타임라인’에서, 그리고 눈앞의 무대에서 함께 뛰고 호흡하는 아티스트가 되기를 택한 방탄소년단의 결단은 아미에게 제대로 꽂혔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팀명을 BTS로 바꾸었음에도 아미가 방탄소년단의 변화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다.
뉴욕 스타필드 공연
‘BTS 신드롬’은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K팝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이 보인 행보를 모방하려는 시도 또한 3년 동안 이어져왔지만, ‘제2의 방탄소년단’은 아직도 등장하지 못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일반화하기 힘든, 아주 특수한 케이스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은 3년을 유지해온 이 특수성 자체에 있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뉴시스 뉴스1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빅히트 ABC Lo renzo Bevilaqua 방탄소년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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