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About 밀회
jtbc 드라마 ‘밀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희애와 유아인의 ‘치정 속 순수’라는 대주제 안에는 화보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는 여성들의 욕망이 들어 있다. 과연 이 시대 마흔 즈음의 여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무엇일까.
마흔일곱의 김희애와 스물여덟 유아인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반응’에 많은 이들이 넋을 놓고 빠져들고 있다. jtbc 드라마 ‘밀회’ 얘기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과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의 음악적 교감과 애틋한 사랑을 그린 ‘밀회’는 흔하디흔한 불륜을 뛰어넘어 보는 이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서스펜스를 품고 있다. 처음부터 이들의 관계에 촉을 세우는 주변의 눈초리 때문에 시청자들은 언제 혜원과 선재의 비밀이 폭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떤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삶을 사는 혜원을 통해 중년 여성의 의식 속에 내재돼 있는 행복의 조건인 일, 가정,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꺼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1 연봉 1억원, 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 산다는 것
혜원의 직업은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겸 서한아트센터 부대표다.하지만 실상은 상류층의 치부를 가려주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서한그룹 서필원(김용건) 회장의 후처이자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심혜진)의 심복으로 그룹 차명 계좌 관리부터 예술대학 입시 뒷거래를 비롯해서 회장의 딸이자 서한아트센터 대표인 ‘망나니’ 서영우(김혜은)의 뒷수발, 하다못해 서 회장의 여자 관계까지 관리한다. 그 대신 그가 얻은 건 화려한 커리어와 상류층과 어울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부와 명예. 한때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지만 대학 때 건초염으로 피아노를 그만두면서 영우의 룸메이트이자 ‘시녀’로 유학길에 오른 혜원은 귀국 후 서한예술재단에서 일을 시작해 이를 악물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문득문득 밀려오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괴로움을 느낀다. 과연 혜원은 각박한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인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자리를 사랑과 맞바꿀 수 있을까.
2 “가끔은 집이 회사 같을 때가 있단다”
가정은 포근하고 안락한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혜원에게 가정은, 결혼은 어쩌면 행복해 보이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지 모른다. 서한음대 피아노과 교수인 남편 강준형(박혁권)이 과거 영우의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라 치고 부부로 12년을 살았다. 둘 사이 아이는 없다. 준형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혜원에게 늘 ‘중2병’ 사춘기 소년처럼 칭얼대고, 결국 ‘천박한’ 부와 명예를 유지하고자 선재와 혜원의 관계를 확신하고도 질끈 눈을 감아버린다. 이런 현실에서 혜원에게 집이란 결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집이라는 데가 가끔 직장 같을 때가 있단다”라고 선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이를 대변해준다. 그럼에도 지금껏 가정을 깨거나 이혼을 생각해본 적 없던 혜원이 선재를 만난 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영우에게 마작 패로 맞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누가 시켰냐? 그런 사람들 일 봐주면서 너도 명품 걸치고 다니잖아”라고 쏘아붙이는 남편에게 “이 집, 당신 교수 자리 다 토해내고 아무것도 없는 20대로 돌아가지 뭐.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좋겠어”라고 응수한다. 혜원이 정말로 지키고 싶은 건 가정과 남편일까, 아니면 선재일까.
3 가꾸고, 가꾸고, 가꿔야 하는 것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얘기가 있다. ‘여자 나이 마흔, 늙어 보인다면 게으르거나 가난한 것 둘 중에 하나다.’ 여자로 태어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아닌가. 극 중 오혜원의 나이는 마흔. 첫눈에 반해 속내를 고백하는 대목에서 “여신 같다”고 표현한 선재의 말에 반기를 들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건 오혜원이 아닌 김희애에 대한 찬사와도 같은데, 실제로 김희애는 중년 여성들의 워너비로 통한다. 군살 없는 날씬한 몸매와 매끈한 피부, 우아한 말투에 세련된 패션 감각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다. 드라마에서 김희애는 늘 무릎을 덮는 미디 스커트에 허리가 강조되는 벨트를 매고 목 라인을 은근히 노출시키면서 여성스러움을 드러낸다. 집에서 자주 입고 있는 화이트 셔츠도 가녀린 몸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좋다. 헤어스타일도 우아, 청순, 섹시를 오간다. 오피스 룩에는 곱게 빗어 하나로 묶어 똑 부러지는 인상을 주고, 선재와 있을 때는 스무 살 소녀처럼 찰랑찰랑한 생머리 혹은 섹시하게 헝클어진 긴 머리를 선보인다. 선재의 “섹시하다”는 특급 칭찬에 괜스레 보는 이의 얼굴도 발그레해진다.
4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픈 욕망
혜원에게 ‘사랑’은 화보 같은 일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었다. 어쩌면 스스로 필요 없다 여기며 내면의 여성성을 핍박해 왔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선재를 만나기 전까지는. 처음 선재의 고백을 받았을 때도 이성으로, 체면과 양식으로 끝까지 버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혜원은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중 결국 선재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렇게 말한다. “한창 사랑할 나이에 머리만 더럽게 굴렸어. 어떻게든 벗어나야지. 영우한테 묻어서라도 유학 가야지 그런 마음. 심장은 진작 모래주머니가 됐는데 이제 와서 그 시절에 못했던 것을 찾아먹겠다는 심보인 건지”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결국 선재의 집에서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하룻밤을 보내는 혜원은 다음 날 선재에게 ‘너를 사랑한다 말할 순 없지만 앞으로 너에게 배워볼게. 이건 불륜이고 너한테 해로운 일이고 죄악이지. 지혜롭게 잘 숨고 너 자신을 지켜. 더러운 건 내가 상대해. 그게 내 전공이거든’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위태롭기만 하다. 이미 둘의 관계를 눈치챈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결국 혜원과 선재의 비밀스런 관계는 유한할 수밖에 없음을 모두가 아는 상황. 과연 혜원은 앞으로 그려질 혹독한 시련 속에서 ‘불륜으로 더럽혀진 순수한 사랑’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글·김유림 기자 | 사진·jtbc 제공
jtbc 드라마 ‘밀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희애와 유아인의 ‘치정 속 순수’라는 대주제 안에는 화보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는 여성들의 욕망이 들어 있다. 과연 이 시대 마흔 즈음의 여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무엇일까.
마흔일곱의 김희애와 스물여덟 유아인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반응’에 많은 이들이 넋을 놓고 빠져들고 있다. jtbc 드라마 ‘밀회’ 얘기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과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의 음악적 교감과 애틋한 사랑을 그린 ‘밀회’는 흔하디흔한 불륜을 뛰어넘어 보는 이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서스펜스를 품고 있다. 처음부터 이들의 관계에 촉을 세우는 주변의 눈초리 때문에 시청자들은 언제 혜원과 선재의 비밀이 폭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떤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삶을 사는 혜원을 통해 중년 여성의 의식 속에 내재돼 있는 행복의 조건인 일, 가정,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꺼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1 연봉 1억원, 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 산다는 것
혜원의 직업은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겸 서한아트센터 부대표다.하지만 실상은 상류층의 치부를 가려주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서한그룹 서필원(김용건) 회장의 후처이자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심혜진)의 심복으로 그룹 차명 계좌 관리부터 예술대학 입시 뒷거래를 비롯해서 회장의 딸이자 서한아트센터 대표인 ‘망나니’ 서영우(김혜은)의 뒷수발, 하다못해 서 회장의 여자 관계까지 관리한다. 그 대신 그가 얻은 건 화려한 커리어와 상류층과 어울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부와 명예. 한때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지만 대학 때 건초염으로 피아노를 그만두면서 영우의 룸메이트이자 ‘시녀’로 유학길에 오른 혜원은 귀국 후 서한예술재단에서 일을 시작해 이를 악물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문득문득 밀려오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괴로움을 느낀다. 과연 혜원은 각박한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인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자리를 사랑과 맞바꿀 수 있을까.
2 “가끔은 집이 회사 같을 때가 있단다”
가정은 포근하고 안락한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혜원에게 가정은, 결혼은 어쩌면 행복해 보이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지 모른다. 서한음대 피아노과 교수인 남편 강준형(박혁권)이 과거 영우의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라 치고 부부로 12년을 살았다. 둘 사이 아이는 없다. 준형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혜원에게 늘 ‘중2병’ 사춘기 소년처럼 칭얼대고, 결국 ‘천박한’ 부와 명예를 유지하고자 선재와 혜원의 관계를 확신하고도 질끈 눈을 감아버린다. 이런 현실에서 혜원에게 집이란 결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집이라는 데가 가끔 직장 같을 때가 있단다”라고 선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이를 대변해준다. 그럼에도 지금껏 가정을 깨거나 이혼을 생각해본 적 없던 혜원이 선재를 만난 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영우에게 마작 패로 맞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누가 시켰냐? 그런 사람들 일 봐주면서 너도 명품 걸치고 다니잖아”라고 쏘아붙이는 남편에게 “이 집, 당신 교수 자리 다 토해내고 아무것도 없는 20대로 돌아가지 뭐.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좋겠어”라고 응수한다. 혜원이 정말로 지키고 싶은 건 가정과 남편일까, 아니면 선재일까.
떳떳하지 못한 사랑 때문에 치러야할 댓가가 얼마나 혹독할지, 아직 두 사람은 모른다.
3 가꾸고, 가꾸고, 가꿔야 하는 것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얘기가 있다. ‘여자 나이 마흔, 늙어 보인다면 게으르거나 가난한 것 둘 중에 하나다.’ 여자로 태어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아닌가. 극 중 오혜원의 나이는 마흔. 첫눈에 반해 속내를 고백하는 대목에서 “여신 같다”고 표현한 선재의 말에 반기를 들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건 오혜원이 아닌 김희애에 대한 찬사와도 같은데, 실제로 김희애는 중년 여성들의 워너비로 통한다. 군살 없는 날씬한 몸매와 매끈한 피부, 우아한 말투에 세련된 패션 감각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다. 드라마에서 김희애는 늘 무릎을 덮는 미디 스커트에 허리가 강조되는 벨트를 매고 목 라인을 은근히 노출시키면서 여성스러움을 드러낸다. 집에서 자주 입고 있는 화이트 셔츠도 가녀린 몸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좋다. 헤어스타일도 우아, 청순, 섹시를 오간다. 오피스 룩에는 곱게 빗어 하나로 묶어 똑 부러지는 인상을 주고, 선재와 있을 때는 스무 살 소녀처럼 찰랑찰랑한 생머리 혹은 섹시하게 헝클어진 긴 머리를 선보인다. 선재의 “섹시하다”는 특급 칭찬에 괜스레 보는 이의 얼굴도 발그레해진다.
4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픈 욕망
혜원에게 ‘사랑’은 화보 같은 일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었다. 어쩌면 스스로 필요 없다 여기며 내면의 여성성을 핍박해 왔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선재를 만나기 전까지는. 처음 선재의 고백을 받았을 때도 이성으로, 체면과 양식으로 끝까지 버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혜원은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중 결국 선재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렇게 말한다. “한창 사랑할 나이에 머리만 더럽게 굴렸어. 어떻게든 벗어나야지. 영우한테 묻어서라도 유학 가야지 그런 마음. 심장은 진작 모래주머니가 됐는데 이제 와서 그 시절에 못했던 것을 찾아먹겠다는 심보인 건지”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결국 선재의 집에서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하룻밤을 보내는 혜원은 다음 날 선재에게 ‘너를 사랑한다 말할 순 없지만 앞으로 너에게 배워볼게. 이건 불륜이고 너한테 해로운 일이고 죄악이지. 지혜롭게 잘 숨고 너 자신을 지켜. 더러운 건 내가 상대해. 그게 내 전공이거든’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위태롭기만 하다. 이미 둘의 관계를 눈치챈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결국 혜원과 선재의 비밀스런 관계는 유한할 수밖에 없음을 모두가 아는 상황. 과연 혜원은 앞으로 그려질 혹독한 시련 속에서 ‘불륜으로 더럽혀진 순수한 사랑’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글·김유림 기자 |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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