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가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지만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결혼과 연애에도 관심 많은 서른 둘, 박은영과의 민낯 인터뷰.
연 예인의 민낯 공개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민얼굴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정한 용모와 말투, 철저한 자기 관리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아닌가. 하지만 박은영(32)이기에 망가지는 모습도 이상하지 않다. 얼마 전 KBS ‘인간의 조건 여성판-화학제품 없이 살기’에 출연해 민얼굴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코트 대신 목욕 가운을 두른 채 방송국을 활보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박은영 아나운서. 언제부터인가 박은영은 이렇게 KBS 예능을 책임지고 있다.
‘연예가 중계’ 녹화 때도 민얼굴로 나오더라. 아나운서로서 수용하기 힘든 미션이었을 것 같은데.
프 로그램 규정상 화학 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화장품도 다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졌잖아요. 결국 쌀가루를 이용해서 대충 얼굴색을 밝히고 연필로 눈썹만 그렸죠. 제가 여배우 미모도 아닌데 ‘화장 안 하면 프로그램 못 합니다’ 이럴 순 없잖아요(웃음). 방송을 보며 TV를 부수고 싶었지만(웃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오히려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반응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갈등한 적은 없나.
매 번 프로그램에 충실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솔직히 만약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라면 ‘아나운서가 어떻게…’ 라는 생각으로 망가지길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방송의 생리도 알고, 또 이미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사실 일부러 망가지려고 작정하고 망가지는 건 아니에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예상 밖으로 털털하다고 하시지만,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평소 저와 똑같다고 해요(웃음). 억지로 하려고 하면 저도 부자연스러워서 못해요.
지난해 말 K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까지 받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저 한테는 정말 큰 상이고 방송인으로서 제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도 됐어요. 지난해 ‘맘마미아’를 하게 된 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뮤직뱅크’나 ‘위기탈출 넘버원’ ‘연예가 중계’ 등을 맡았지만 ‘맘마미아’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데다 엄마와 함께한다는 게 좋았어요. 언제 또 그런 기회가 있겠어요. 엄마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꾸 연기를 하셔서 제발 그러지 말고 평소대로 하라고 많이 잔소리를 했죠. ‘맘마미아’에서 하차한 요즘도 계속 방송에 욕심을 내셔서 제가 자제시키고 있어요(웃음).
‘맘마미아-맞선’ 편에서 ‘먹방’으로, ‘인간의 조건’에서는 요리 자격증을 지녔음에도 ‘허당 요리 실력’으로 큰 웃음을 줬다. 실제로 먹는 걸 좋아하나.
피 아니스트 윤한 씨와 맞선을 볼 때는 녹화 중간에 담당 PD가 따로 저를 부르더니 ‘방송이라고 일부러 재미있게 하려 하지 말고 진짜 평상시대로 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그게 평상시 제 모습이거든요(웃음). ‘맘마미아’에서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원래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카메라가 따라다니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배도 금방 고프더라고요(웃음). 요리 자격증은 사실은 수료증이에요. 선배 여자 아나운서들과 방배동에 있는 이탤리언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받았죠. 그렇다고 요리 실력이 좋진 않아요. 배울 때만 잠깐이고 나중에 집에서 복습할 일이 없으니 금세 잊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조건’ 때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집에서 수료증을 챙겨 왔어요.
솔직 털털한 예능 체질
초 등학교 2학년 때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뽑혀 무용을 시작한 박은영 아나운서는 예중, 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때만 해도 무용 말고는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 한 학기 남겨뒀을 때 그는 진지하게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하다 아나운서로 진로를 변경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에게 “은영이는 나중에 아나운서 시키세요”라고 한 담임 선생님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노현정 아나운서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결국 그는 두 번의 도전 끝에 2007년 KBS에 입성했다.
비교적 늦게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 시험에서 낙방했을 때 조바심이 나지 않았나.
사 실 그럴까 봐 대학원을 다녔어요(웃음). 부모님은 지금껏 애써서 무용을 가르쳐놨더니 이제 와서 다른 일 하겠다고 한다며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교수님께도 눈치가 보여서 합격할 때까지 일절 말씀 드리지 않았고요. 나중에 아나운서가 됐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논문은 못 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대학원 등록금이 얼만데 마무리를 안 하냐’고 하도 뭐라고 하셔서 울며 겨자 먹기로 써서 2년 전에 간신히 통과했어요(웃음).
처음부터 노현정 아나운서 닮은꼴로 화제가 된 게 사실이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창 원 KBS에 있을 때 처음 그런 내용이 기사로 났어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웃음), 사람들은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노현정 아나운서가 워낙 인기가 많았고 결혼으로도 유명세를 많이 타서 그런 것 같아요.
터보 춤으로 처음 유명세를 탔다. 처음부터 예능에 관심이 많았나.
1 년 2개월간 지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당시 신원호 PD가 연출한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게 됐어요. 중학교 때부터 김종국 씨 팬이어서 학창 시절에 ‘트위스트 킹’ 춤을 외워서 친구들과 함께 추고 놀았는데, 마침 방송에서 터보 춤을 선보일 기회가 생긴 거죠. 그날 정말 재미있게 녹화를 마쳤는데 그다음 주에 ‘뮤직뱅크’ 여자 MC가 갑자기 하차하면서 언제든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제가 그 자리를 맡게 됐어요. 그러다 다시 신원호 PD로부터 ‘남자의 자격’ 합창단 출연 제의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예능을 하게 됐어요.
뉴스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당 연히 하고 싶었죠(웃음). 제 실제 성격이 워낙 사람 좋아하고 까불거려서 방송에서의 이미지는 180도 달랐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다 자기 성격대로 가더라고요. 다른 동기들을 봐도 처음엔 예능 하다가 결국 뉴스 하는 친구도 있고, 뭐든 억지로 하려고 하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예능이 잘 맞아요. 다행히 체력이 좋고 목소리가 커서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우선은 저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상형은 다정다감하고 강인한 성품의 소유자
1 남 3녀 중 둘째 딸인 박은영 아나운서는 어려서부터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자기 주장이 강했다. 지금껏 부모 속 한 번 썩이지 않고 엄친딸로 잘 자라 늘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는 집안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문제는 바로 결혼. 부모님은 그와 눈만 마주치면 언제 결혼할 거냐며 성화라고 한다. 그러면서 늘 “네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는 게 행복하다”고 얘기하지만 그의 생각은 반대다. 그는 “상대방 의사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쯤 결혼하고 싶나.
결 혼만 하면 남편한테 정말 잘할 자신 있어요(웃음). 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만 하며 사신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저도 결혼하면 저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언니가 아기를 낳았는데 꼬물꼬물대는 아기를 보니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더 들더라고요.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인연이 나타나면 좋겠어요(웃음).
여자 아나운서는 신붓감 1위 아닌가. 주위에서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이 줄 섰을 것 같은데.
흔 히 말하는 집안 보는 선자리는 입사 3~4년 차 때 제일 많다가 이후에는 그것도 시들해져요. 특히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해서 그런지 연예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누가 소개를 시켜준다고 하더니 상대방 집안에서 제가 너무 바쁘고 워커홀릭인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했다는 거예요. 제 일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결혼하고 가정생활이 힘들 정도로 일 욕심이 많은 건 아닌데(웃음). 어쨌든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만나는 연예인들과 사적인 감정이 생기지는 않나.
솔직히 주위에서 소개시켜준다는 분도 있고 만날 기회도 많지만 일과 사생활은 분리하자는 주의예요. 서로의 일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거든요. 안 그래도 신비주의가 너무 없어서 탈이에요(웃음).
그렇다면 어떤 남자가 이상형인가.(이 질문에서 박은영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 휴대전화에 저장해놓은 메모를 찾아 읊었다.)
어 느 날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도대체 난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하고요. 결국 제가 이상형으로 적은 사람은 ‘다정다감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에요. 외모보다는 성격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웃겨주면 되니까 유머 감각이 없어도 돼요. 대신 가벼운 남자는 별로인 거 같아요.
일을 안 할 때는 주로 뭐하나. 취미가 있나.
불 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 7일 근무를 했어요. ‘연예가 중계’가 토요일 생방이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주말에 녹화를 많이 하거든요. 이제는 일요일에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빠져서 그나마 여유가 생겼어요. 사실 그동안 취미 생활을 즐길 형편이 못 됐어요. 쉬는 날에는 거의 집에 있는데, 누워서 책 보는 걸 좋아해요. 평소에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집에서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늘어지게 되더라고요. 책을 보면 좋은 게, 몸도 편하고 잡생각도 없어진다는 거예요(웃음).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싶나.
제 가 KBS에 몸담은 지 7년이 됐는데 지금껏 욕심내서 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혼자 튀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고, 하등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갈 때 시청자들도 그 노력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조만간 봄 개편이 있을 텐데 프로그램을 더 하게 될지, 덜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회사가 맡긴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죠. 개인적인 소망은…, 올해는 꼭 결혼하고 싶어요. 하하.
글·김유림 기자|사진·조영철 기자|헤어·하나(에이바이봄)|메이크업·박선미(에이바이봄)|스타일리스트·강미란
연 예인의 민낯 공개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민얼굴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정한 용모와 말투, 철저한 자기 관리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아닌가. 하지만 박은영(32)이기에 망가지는 모습도 이상하지 않다. 얼마 전 KBS ‘인간의 조건 여성판-화학제품 없이 살기’에 출연해 민얼굴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코트 대신 목욕 가운을 두른 채 방송국을 활보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박은영 아나운서. 언제부터인가 박은영은 이렇게 KBS 예능을 책임지고 있다.
‘연예가 중계’ 녹화 때도 민얼굴로 나오더라. 아나운서로서 수용하기 힘든 미션이었을 것 같은데.
프 로그램 규정상 화학 제품을 일절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요. 화장품도 다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졌잖아요. 결국 쌀가루를 이용해서 대충 얼굴색을 밝히고 연필로 눈썹만 그렸죠. 제가 여배우 미모도 아닌데 ‘화장 안 하면 프로그램 못 합니다’ 이럴 순 없잖아요(웃음). 방송을 보며 TV를 부수고 싶었지만(웃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오히려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반응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갈등한 적은 없나.
매 번 프로그램에 충실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솔직히 만약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라면 ‘아나운서가 어떻게…’ 라는 생각으로 망가지길 두려워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방송의 생리도 알고, 또 이미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사실 일부러 망가지려고 작정하고 망가지는 건 아니에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예상 밖으로 털털하다고 하시지만,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평소 저와 똑같다고 해요(웃음). 억지로 하려고 하면 저도 부자연스러워서 못해요.
지난해 말 K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까지 받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저 한테는 정말 큰 상이고 방송인으로서 제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도 됐어요. 지난해 ‘맘마미아’를 하게 된 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뮤직뱅크’나 ‘위기탈출 넘버원’ ‘연예가 중계’ 등을 맡았지만 ‘맘마미아’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데다 엄마와 함께한다는 게 좋았어요. 언제 또 그런 기회가 있겠어요. 엄마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꾸 연기를 하셔서 제발 그러지 말고 평소대로 하라고 많이 잔소리를 했죠. ‘맘마미아’에서 하차한 요즘도 계속 방송에 욕심을 내셔서 제가 자제시키고 있어요(웃음).
‘맘마미아-맞선’ 편에서 ‘먹방’으로, ‘인간의 조건’에서는 요리 자격증을 지녔음에도 ‘허당 요리 실력’으로 큰 웃음을 줬다. 실제로 먹는 걸 좋아하나.
피 아니스트 윤한 씨와 맞선을 볼 때는 녹화 중간에 담당 PD가 따로 저를 부르더니 ‘방송이라고 일부러 재미있게 하려 하지 말고 진짜 평상시대로 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그게 평상시 제 모습이거든요(웃음). ‘맘마미아’에서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원래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카메라가 따라다니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배도 금방 고프더라고요(웃음). 요리 자격증은 사실은 수료증이에요. 선배 여자 아나운서들과 방배동에 있는 이탤리언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받았죠. 그렇다고 요리 실력이 좋진 않아요. 배울 때만 잠깐이고 나중에 집에서 복습할 일이 없으니 금세 잊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조건’ 때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집에서 수료증을 챙겨 왔어요.
솔직 털털한 예능 체질
초 등학교 2학년 때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뽑혀 무용을 시작한 박은영 아나운서는 예중, 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때만 해도 무용 말고는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 한 학기 남겨뒀을 때 그는 진지하게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하다 아나운서로 진로를 변경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에게 “은영이는 나중에 아나운서 시키세요”라고 한 담임 선생님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노현정 아나운서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결국 그는 두 번의 도전 끝에 2007년 KBS에 입성했다.
비교적 늦게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 시험에서 낙방했을 때 조바심이 나지 않았나.
사 실 그럴까 봐 대학원을 다녔어요(웃음). 부모님은 지금껏 애써서 무용을 가르쳐놨더니 이제 와서 다른 일 하겠다고 한다며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교수님께도 눈치가 보여서 합격할 때까지 일절 말씀 드리지 않았고요. 나중에 아나운서가 됐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논문은 못 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대학원 등록금이 얼만데 마무리를 안 하냐’고 하도 뭐라고 하셔서 울며 겨자 먹기로 써서 2년 전에 간신히 통과했어요(웃음).
처음부터 노현정 아나운서 닮은꼴로 화제가 된 게 사실이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창 원 KBS에 있을 때 처음 그런 내용이 기사로 났어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웃음), 사람들은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노현정 아나운서가 워낙 인기가 많았고 결혼으로도 유명세를 많이 타서 그런 것 같아요.
터보 춤으로 처음 유명세를 탔다. 처음부터 예능에 관심이 많았나.
1 년 2개월간 지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당시 신원호 PD가 연출한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게 됐어요. 중학교 때부터 김종국 씨 팬이어서 학창 시절에 ‘트위스트 킹’ 춤을 외워서 친구들과 함께 추고 놀았는데, 마침 방송에서 터보 춤을 선보일 기회가 생긴 거죠. 그날 정말 재미있게 녹화를 마쳤는데 그다음 주에 ‘뮤직뱅크’ 여자 MC가 갑자기 하차하면서 언제든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제가 그 자리를 맡게 됐어요. 그러다 다시 신원호 PD로부터 ‘남자의 자격’ 합창단 출연 제의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예능을 하게 됐어요.
뉴스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당 연히 하고 싶었죠(웃음). 제 실제 성격이 워낙 사람 좋아하고 까불거려서 방송에서의 이미지는 180도 달랐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다 자기 성격대로 가더라고요. 다른 동기들을 봐도 처음엔 예능 하다가 결국 뉴스 하는 친구도 있고, 뭐든 억지로 하려고 하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예능이 잘 맞아요. 다행히 체력이 좋고 목소리가 커서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우선은 저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상형은 다정다감하고 강인한 성품의 소유자
1 남 3녀 중 둘째 딸인 박은영 아나운서는 어려서부터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자기 주장이 강했다. 지금껏 부모 속 한 번 썩이지 않고 엄친딸로 잘 자라 늘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는 집안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문제는 바로 결혼. 부모님은 그와 눈만 마주치면 언제 결혼할 거냐며 성화라고 한다. 그러면서 늘 “네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는 게 행복하다”고 얘기하지만 그의 생각은 반대다. 그는 “상대방 의사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쯤 결혼하고 싶나.
결 혼만 하면 남편한테 정말 잘할 자신 있어요(웃음). 평생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만 하며 사신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저도 결혼하면 저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언니가 아기를 낳았는데 꼬물꼬물대는 아기를 보니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더 들더라고요.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인연이 나타나면 좋겠어요(웃음).
여자 아나운서는 신붓감 1위 아닌가. 주위에서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이 줄 섰을 것 같은데.
흔 히 말하는 집안 보는 선자리는 입사 3~4년 차 때 제일 많다가 이후에는 그것도 시들해져요. 특히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해서 그런지 연예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누가 소개를 시켜준다고 하더니 상대방 집안에서 제가 너무 바쁘고 워커홀릭인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했다는 거예요. 제 일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결혼하고 가정생활이 힘들 정도로 일 욕심이 많은 건 아닌데(웃음). 어쨌든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만나는 연예인들과 사적인 감정이 생기지는 않나.
솔직히 주위에서 소개시켜준다는 분도 있고 만날 기회도 많지만 일과 사생활은 분리하자는 주의예요. 서로의 일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거든요. 안 그래도 신비주의가 너무 없어서 탈이에요(웃음).
그렇다면 어떤 남자가 이상형인가.(이 질문에서 박은영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 휴대전화에 저장해놓은 메모를 찾아 읊었다.)
어 느 날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도대체 난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하고요. 결국 제가 이상형으로 적은 사람은 ‘다정다감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에요. 외모보다는 성격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웃겨주면 되니까 유머 감각이 없어도 돼요. 대신 가벼운 남자는 별로인 거 같아요.
일을 안 할 때는 주로 뭐하나. 취미가 있나.
불 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 7일 근무를 했어요. ‘연예가 중계’가 토요일 생방이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주말에 녹화를 많이 하거든요. 이제는 일요일에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빠져서 그나마 여유가 생겼어요. 사실 그동안 취미 생활을 즐길 형편이 못 됐어요. 쉬는 날에는 거의 집에 있는데, 누워서 책 보는 걸 좋아해요. 평소에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집에서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늘어지게 되더라고요. 책을 보면 좋은 게, 몸도 편하고 잡생각도 없어진다는 거예요(웃음).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싶나.
제 가 KBS에 몸담은 지 7년이 됐는데 지금껏 욕심내서 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혼자 튀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고, 하등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갈 때 시청자들도 그 노력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조만간 봄 개편이 있을 텐데 프로그램을 더 하게 될지, 덜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회사가 맡긴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죠. 개인적인 소망은…, 올해는 꼭 결혼하고 싶어요. 하하.
글·김유림 기자|사진·조영철 기자|헤어·하나(에이바이봄)|메이크업·박선미(에이바이봄)|스타일리스트·강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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