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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특집기획 | 세계의 여성 리더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 보고관

여성 인권, 바로 지금부터!

글·김명희 기자|사진·박정우 프리랜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2014. 11. 14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도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를 보면 여성폭력 해결은 권익 보호와는 다른 좀 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 보고관으로부터 그 해결책에 대해 들었다.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 보고관
올해 노벨평화상은 아동 노동 금지 운동을 이끈 인도 카일라쉬 사티아르티와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에게 돌아갔다. 11세이던 2009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 탈레반의 여성 차별을 서구에 알려 주목을 받기 시작한 유사프자이는 그 보복으로 탈레반의 습격을 받아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병상에서 일어난 후에도 여성에 대한 차별 금지 및 교육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유사프자이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것은 아직 수많은 여성들이 폭력과 차별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유니세프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0세 미만 소녀들은 10명 중 1명꼴로 심각한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 멀리 외국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1백43명의 여성이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여성긴급전화(1366)에 신고된 가정폭력은 12만 2천여 건, 성폭력은 1만 6천 건에 이른다.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 보고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여성 인권 분야에서 30년 넘게 헌신해온 전문가다. 케이프타운대 공법학 교수, 미국 웹스터대 객원교수로 있으며 2009년 유엔 인권 이사회의 지명을 받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의 실태와 원인 및 결과, 여성폭력에 대해 국가가 취하는 태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 미국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국제인권상을 수상했다. 그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개최한 ‘인권, 폭력, 그리고 교육’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일상적 폭력에 주목

▼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여성폭력에 대해 조사했는데,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폭력은 어떤 것인가.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정, 지역 사회, 국가나 공권력 그리고 이주 여성이나 성매매와 관련된 초국경적인 문제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이다. 가정폭력은 배우자에 의한 폭력, 근친상간으로 인한 폭력, 아동에 대한 폭력, 대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거나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사례가 없을 만큼 가정폭력은 만연해 있으며 해결이 어렵다.



▼ 신체적인 폭력 외에 언어나 문화에서 비롯된 차별도 심각한 폭력 아닌가.

문화 또는 종교가 여성의 가치에 영향을 주거나 특정한 역할을 강요한다면, 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드레스 코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더 많은 차별과 폭력을 낳는다. 미디어에서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여성을 하찮게 여기거나 비하하는 언어적인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주목하는데, 그러다 보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된다. 분쟁 시 폭력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평소 존재했던 차별과 불평등이 악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자신들이 ‘낮은 강도의’ 전쟁 중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집에서 매일 전쟁 같은 폭력 상황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그것을 가져온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 보고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라시다 만주 유엔 여성폭력 특별 보고관. 그 역시 남아공으로 이주한 유색 인종 3세대로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 여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구체적인 목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 여성계의 화두는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로, 양성 평등과 권익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폭력은 인권 신장을 가로막는 가장 만연하고 심각한 문제인 만큼, 나는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이런 가시적인 성취 덕분에 여성 인권도 많이 신장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여성들이 공적인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굉장히 좋은 징조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러한 여성들이 진정한 파워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직에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그런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들이 불평등 해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들의 리더십은 유연하며 포용력이 있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여성으로서 많은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하며 스스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 어떻게 인권이라는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남아공으로 이주한 3세대 자녀로 항상 불평등, 억압을 경험하며 살았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의식은 내 DNA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가난한 유색 인종이 어떤 삶을 이어가야 할지 빤히 보이는 시대에 살았다.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기 위해, 내 부모와 조부모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의를 성취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여겼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 유엔이라는 틀 안에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규범적 표준을 만들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차별과 불평등에 맞섰던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 세계 곳곳, 특히 남아공에는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성, 인종, 지역,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나이에 대한 차별 등 모든 불평등에 대항해야 한다.

▼ ‘여성동아’의 모토가 ‘How to be a woman’이다.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외모 못지않게 마인드도 중요하다. 지금 이 시대 여성들에게 필요한 마인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다운 여성이란, 머리와 가슴을 둘 다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인생에서의 선택지마다 이성과 인간적인 감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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