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 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봉 서열 1위는 SK그룹 최태원(54) 회장이 차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주)SK,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 그룹의 4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총 3백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가 94억원, 상여금이 2백7억원을 차지한다. 2012년에는 상여금을 받지 못했으나 해당 연도의 계열사 실적 호전으로 상여금이 늘어나면서 총보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삿돈 4백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돼 1년 내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3백억원대의 ‘옥중 경영’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2월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후 (주)SK와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내년부터 최 회장은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연봉 2위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에서 1백40억원을 받은 정몽구(76)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현대건설과 현대파워텍, 현대엔지비 등 계열사들의 등기이사로도 올라 있지만 이들 기업에선 보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회장은 연봉 이외에도 주식 배당금으로 4백95억원을 받아 지난해 전체 소득은 6백35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자산 총액은 1백80조9천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4조2천억원 더 늘었으며 정 회장 소유의 주식 평가액은 7조1천1백30여 억원으로 국내 재벌 총수 중 1분기 내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불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매분기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주식 자산 평가액이 가장 많이 올랐지만, 올 1분기에는 정 회장이 이 회장을 제치며 크게 선전한 것. 정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를 비롯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등의 주식이 모두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실 경영·횡령에도 ‘고액 연봉’ 회장님들

연봉 10위를 기록한 CJ그룹 이재현(54) 회장(47억원)과 18위를 차지한 효성그룹 조석래(79) 회장(39여 억원) 또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고액 연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룹 내 직원들과 함께 부외 자금(장부 기록 없이 이뤄지는 금융 거래)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총 1천6백억원의 세금 포탈과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2백6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 등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고 법정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4월 24일 항소심 첫 재판이 이뤄진다.

구속ㆍ수감 중에도 거액의 연봉을 받은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 ‘삼성맨’ 3인
연봉 4위와 5위, 8위는 재벌 총수가 아닌 샐러리맨 출신의 임원에게 돌아갔다. 비록 삼성전자 경영진에 한정돼 있지만 말단 월급쟁이로 시작해 고위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4위를 차지한 권오현(62) 삼성전자 부회장(부품 부문 총괄)은 지난해 급여 17억7천8백만원, 상여금 20억3천4백만원, 기타근로소득(특별 격려금) 29억5천1백만원을 받아 총 67억6천3백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권 부회장은 197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이사·부사장·사장을 거쳐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로 ‘능력 있는 샐러리맨의 대표’로 꼽힌다. 연봉 서열 5위인 신종균(58)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62억1천3백만원을 받았다. 급여 11억7천4만원에 상여금 15억9천5백만원, 기타근로소득이 34억4천4백만원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TV와 생활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윤부근(61) 사장도 50억8천9백만원의 연봉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급여 11억7천4백만원에 상여금 14억8천1백만원, 기타 근로소득은 24억3천4백만원이다. 윤 사장은 지난 2월 차녀 결혼식을 치른 뒤 축의금으로 받은 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기부는 축의금을 전달한 사람들의 명의로 이뤄졌다고 한다.

‘성공한 샐러리맨의 좋은 예로’로 꼽히는 삼성 임원 3인방.
여성 등기임원 연봉 1위 롯데 신영자 사장
이번 연봉 공개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여성 등기임원은 총 5명이다. 그중 롯데쇼핑 신영자(72) 사장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연봉 톱 10에 9위로 이름을 올렸다. 신 사장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로부터 지난해 총 50억3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호텔롯데에서 32억3천8백만원, 부산롯데호텔에서 12억7천5백만원, 롯데건설에서 5억1천7백만원을 받은 것. 호텔롯데에서 받은 급여만 25억원(상여금은 7억원)으로 아버지인 신격호(92) 총괄회장(5억원)과 남동생 신동주(60) 롯데홀딩스 부회장(9억9천9백만원)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다. 전체 연봉 역시 신 사장이 롯데그룹 일가 중 가장 많다. 신격호 회장은 33억5천만원, 신동빈(59) 롯데그룹 회장은 44억4천1백만원, 신동주 부회장은 27억9천1백만원이다. 하지만 신영자 사장은 지난 2012년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 고액 연봉의 정당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는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연봉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직에서 줄줄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4월 초 신동빈 회장이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며칠 뒤 신격호 총괄회장도 롯데리아의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에는 총수 일가인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부회장, 신영자 사장 등 4명이 동시에 등기이사직을 반납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연봉 공개에 따른 부담과 함께 문제가 불거졌던 계열사에서 발을 빼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전 ·현직 핵심 임원들의 납품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번져 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렸고,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1백23층 규모의 제2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에서 잇달아 인명 사고가 일어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데다 롯데카드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돼 기업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전문 경영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물러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신영자 사장 뒤를 잇는 연봉 2위의 여성 등기임원은 삼성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연봉을 공개한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부진 사장의 동생인 이서현(41) 삼성에버랜드 패션 사업 부문 사장은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과 더불어 등기이사로 올라 있지 않아 이번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부진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30억9백만원. 급여 10억4천만원에 상여금 5억6천9백만원, 기타근로소득 14억원을 받아 연봉 서열 25위를 기록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1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3위는 고(故)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52) 한진해운 회장에게 돌아갔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에서 총 29억8백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4위는 현정은(59) 현대그룹 회장으로 계열사 3곳에서 총 2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상선에서 8억8천만원, 현대로지스틱스에서 8억1천만원, 현대엘리베이터에서 8억1천만원을 기록했다. 최은영 회장과 현정은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회장이라는 점과 배우자 사망 후 해운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앞으로 산적해 있는 당면 과제 등 공통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지막 순위에 이름을 올린 이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 현재현 회장에 비해 3억6천만원가량 적은 10억8천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5명의 연봉 공개 여성 등기임원은 오너 일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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