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33)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린다. 1998년 ‘핑클’ 멤버로 데뷔할 당시 그의 몸무게는 68kg. 이효리·이진·성유리 등 인형처럼 예쁘고 가녀린 멤버들 사이에서 그의 평범한 외모는 유난히 주목을 받았다. 멤버들 가운데 안티 팬이 가장 많았고, 그룹 해체 후 이효리와 성유리가 댄스가수와 연기자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는 꽤 오랜 시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건강 미인의 대명사가 됐다. 누가 봐도 예쁜 몸매인 건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옥주현 스스로 자신의 몸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몸신’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가 들려준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는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나도 예뻐지고 싶다”
“학창 시절에는 스스로 특별히 못생겼다거나 뚱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예뻤다는 건 아니고, 그런 주제 자체에 상당히 무감했죠. 그런데 핑클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어요. 처음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하거나 ‘학교를 덜 가도 되니 좋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래서 살을 빼야 한다는 소속사 관계자분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68kg의 육중한 몸으로 당당히 데뷔 무대에 올랐어요. 노래는 곧잘 한다는 평을 들었지만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비난도 많이 받았고 안티 팬도 많았죠.”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노래였다. 중학교 졸업 후 성악가의 꿈을 안고 이탈리아 유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 입학시험도 치르지 않은 그였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유학을 포기했지만 노래에 대한 열망을 접지 않았고, 핑클 멤버가 되면서 비로소 꿈을 이뤘다. 그런데 사람들은 갓 스무 살도 되지 않은 그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생각지도 못한 일로 시련에 부딪힌 옥주현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나는 왜 효리 언니나 유리, 진이와 같은 타고난 미모와 몸매를 갖지 못한 걸까’라는 생각에 화가 나고 억울했어요. ‘굳이 연예인이 돼 무대에 서지 않았더라면, 또는 이런 인형 같은 외모의 멤버들과 함께 그룹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인 비난은 듣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는 푸념도 했죠.”
그런 화풀이는 애꿎은 스타일리스트에게 돌아갔다. ‘왜 유리나 진이한테만 공주 같은 옷을 입히는 건데, 그래 얘들은 옷태가 나니까 예쁜 옷 입히고 싶겠지. 나한테는 펑퍼짐한 바지 쪼가리나 던져주고’라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유리나 진이 옷은 두세 벌만 빌리는 데 반해 혹시나 안 맞거나 싫어할까봐 제 옷은 열 벌 이상 빌려야 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의 고충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때였죠. 돌아보면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짜증이 난 게 아니라 뚱뚱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던 거였어요.”
무대 의상이 맞지 않아 온몸에 랩을 둘둘 감은 적도 있다. 옥주현은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고, 자신도 예뻐지고 싶었다. 눈과 코를 성형하고 보톡스를 몇 차례 맞았다. 얼굴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성형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성형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지금까지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얼굴은 의학의 힘을 빌렸지만, 몸은 자신의 노력으로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
“제가 전신 성형을 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보디 성형을 반대해서라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만약 운동으로 지금의 몸을 만들지 못했다면 아직까지 보디 성형을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길고 긴 다이어트 흑역사
그 후 다이어트와의 긴긴 싸움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빠른 시일 내에 효과를 보고 싶어 무리한 욕심을 냈다. 단식원에 들어가기도 하고,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모조리 다 해봤다. 단식원에서 열흘 만에 8kg이나 뺀 적도 있다. 하지만 효과는 잠시, 몸매는 금방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매운 음식으로 폭식을 일삼으며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가고 피부까지 엉망이 됐어요. 얼굴은 물론 몸까지 폭삭 늙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살이 조금 찌면 ‘또 단식원에 가면 되지 뭐. 컴백 열흘 전쯤 들어갔다가 컴백하는 날 짠 하고 나오면 될 거야’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사이 몸무게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다이어트와 요요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그러다 한의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위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건강을 생각지 않고 다이어트에 매달렸던 게 후회가 되면서 자신의 몸에게 한없이 미안해져 눈물이 났다. 솔로 1집 활동을 끝낸 2004년 즈음이다. 옥주현이 요가를 만난 것도 그때다. 그는 요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몸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됐다.
“얼굴은 하루에도 수십 번 넘게 들여다보면서 몸은 기껏해야 착장이 잘 맞는지 거울 앞에 잠시 서보는 것이 전부고 그나마 옷발로 몸이 가려진 날에는 ‘이만하면 괜찮은 몸’이라고 착각하며 지낼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요가를 하다 보니 스튜디오 벽면 전체를 메운 전신 거울 앞에서 매일 내 몸을 보게 되고, 타이트한 요가복을 입은 내 진짜 보디라인과 마주하게 됐어요. 처음으로 체중이 아닌 체형을 들여다보게 된 거죠. 확실한 자극이 되더군요. 그때부터 몸의 생김새를 인정하고, 매일 내 몸과 반갑게 인사하며 조금은 더딜지라도 즐겁고 건강한 방법으로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됐어요.”
날씬하고 건강한 몸은 10년 노력의 결과물
2004년 처음 요가를 시작한 뒤 그의 체중 변화는 2kg 안팎에 불과했다. 그렇게 10년간 유지한 덕분에 옥주현은 요요 없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의 주인이 됐다.
1년 정도 요가와 식이요법을 병행해 옥주현은 체중을 20kg 가까이 감량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몸매 예쁜 연예인, 다이어트에 성공한 연예인 등으로 꼽혔다. 몸이 예뻐지자 자신감이 붙었다. 2005년 8월 ‘아이다’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후에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시작했고, 근력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요가 사업 실패로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오고 자살까지 떠올렸던 절망의 순간에도 그는 극복의 수단으로 운동을 택했다. 틈틈이 발레와 필라테스도 익혔다. 이런 운동은 다이어트에도 좋지만 호흡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 옥주현은 그렇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잡아갔다. 그리고 ‘아이다’ ‘시카고’ ‘캣츠’ ‘황태자 루돌프’ ‘엘리자벳’ 등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뮤지컬 여제로 거듭났다. 그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디에도 요령은 없다는 것이다.
“흔히 연예인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한 번에 몇십만원짜리 개인 트레이닝을 받고 전문가가 짜준 특별한 식단으로 세 끼를 해결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결국 운동과 식습관은 자발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환경도 말짱 헛수고가 되고 말아요. 관건은 ‘틈틈이, 꾸준히’와의 싸움이며 ‘2주일 만에 몇 kg 감량’ 하는 식의 다이어트는 어떤 방법으로도 요요를 피할 수 없어요.”
2004년 처음 요가를 시작한 뒤 그의 체중 변화는 2kg 안팎에 불과했다. 지독하게 운동하고 관리한 덕분이다. 그렇게 10년간 유지한 덕분에 옥주현은 요요 없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의 주인이 된 것이다. 지금 그의 몸에 흔들리는 살이라고는 없다.
“‘10년 전으로 돌아가겠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스’라고 답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절대 노’예요. 어떻게 이 몸을 만들었는데 다시 돌아가겠어요? 저는 정말 제 몸을 사랑합니다.”
내 몸의 바운스를 깨워라
옥주현이 체력과 탄력을 키우는 다이어트 노하우를 공개한다. 단식원부터 원푸드 다이어트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는 옥주현이 택한 궁극의 운동법은 발레 스트레칭과 필라테스. 직접 해보고 가장 효과 본 핵심 동작 25가지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다. 그만의 다이어트 레시피와 더불어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과 같은 다이어트 명언들까지 깨알같이 들어차 있다. 중앙m·b, 1만5천8백원.
■ 참고도서·내 몸의 바운스를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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