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김은숙 파워를 입증하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초반은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맘마미아’같던 콜린(이종현)의 친아빠 찾기가 끝나고 네 남자의 첫사랑 김은희(박주미)가 등장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물의 태생적 한계인 작위적인 대사나 ‘한국에 저런 40대 남자 무리가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과한 설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약간의 ‘오글거림’만 참아낸다면 요즘 유행인 장동건의 말투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김수로(임태산 )의 연애관에 공감하며 김민종(최윤)의 눈빛에 젖어들다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종혁(이정록)의 행동거지에 혀를 끌끌 차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네 남자가 팬들을 위해 한데 모여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신사의 품격’으로 잃어버린 이름 되찾은 사연
▼ 드라마가 대박을 터뜨렸네요.
김수로 잘될 줄 알았습니다.
장동건 드라마 방송 전과 후에 야외 촬영 할 때 사람들 반응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어린 친구들도 작품에 관심이 많은 것 같고요. 상하이영화제 때문에 중국에 갔는데 한국말로 ‘김도진! 김도진! ’ 하는 걸 보고 영화와 달리 인기를 빨리 체감할 수 있는 드라마의 특성을 느꼈어요.
김민종 ‘신사의 품격’은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제 이름을 찾게 해준 작품이죠. 김종민에서 김민종으로…(웃음). 예전에 왕성하게 활동했을 땐 사람들이 다 제가 김민종인 걸 알았는데, 근래에는 ‘어… 야… 김종민이다! ’ 라는 소리를 듣곤 했거든요.
이종혁 저도 민종이 형과 같은 맥락에서 제 이름을 안 헷갈리고 부르는 분이 많이 생겼어요. 이젠 김성수 씨와 착각하지 않는 분들도 생겨서 좋아요(웃음).
▼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종혁 정록이의 장점은 순수함이에요. 철이 없어 미움도 받지만, 순수한 마음이 많이 보이죠. 자칫하면 밉보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너무 비호감은 아니라 귀엽죠.
김민종 최윤은 아내와의 사별도 그렇고 아픔이 많은 친구예요. 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땐 철부지 같은 모습이 나오는데, 마냥 어둡기만 한 캐릭터가 아닌 것이 매력이죠.
장동건 김도진이라는 캐릭터는 까칠함과 예민함이 기본에 깔린 캐릭터예요. 그런 성격이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호감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그래서 시청자에게 호감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죠. 대본에 간간이 나오는 허당 같은 면,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그런 양면성이 김도진의 매력 같아요.
김수로 연기하면서 느낀 건데 임태산이라는 역이 굉장히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친구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재밌을 때는 재밌어 하고, 심각한 일을 당하면 그 즉시 표현하면서 솔직하게 사는, 어떻게 보면 마초 같은 남자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친구와의 관계를 깊이 성찰할 줄 아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극 중 모습과 배우 간 싱크로율 1위에 NG 왕까지
▼ 김하늘 씨 말로는 평소 이미지랑 극 중 역이 정말 비슷한 배우도 있다던데요. 촬영 현장에서 NG는 누가 제일 많이 내나요. 촬영 중 재밌었던 이야기를 해주세요.
김수로 NG 많이 내는 사람은 누구라고 얘기하면 좀 그렇죠.
이종혁 (앞에 놓여 있던 망고 주스를 들이켠다.)
김수로 NG 냈다고 우리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더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까 그런 거고, 사실 그런 건 신경 안 씁니다. 네 명이 밤을 새우면 정말 재밌어요. 넷이 워낙 잘 맞고 성격적으로도 잘 어울리고 관심사도 비슷해요. 틈날 때마다 작품에 대한 해석과 견해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누군가 ‘이건 A야’ 하면 ‘그래 그건 A다’ 하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충돌이 없었어요. ‘어 그래?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런 것도 없었죠. 제가 드라마, 영화, 광고 다 해봤지만… 광고는 왜 나온 거니? 찍고 싶은 거야?
일동 하하하하!!
김수로 나도 정말 철없다(웃음). 가끔 하고 싶은 것들이 튀어나와요. 혼자 혹은 둘이 촬영하며 밤샐 때가 있는데 전화 통화도 자주 해요. ‘어디야, 난 여기서 촬영해’ ‘난 촬영 없는데, 파이팅! ’ 문자도 연인처럼 주고받으며 촬영하고 있어요.
장동건 NG는 다른 작품 할 때에 비해서 모두 많이 내는 편이에요. 대사 분량이 워낙 많고, 토씨 하나까지 틀리지 않아야 하니 NG가 많죠. 재밌는 장면이 많아서 웃음을 못 참는 NG가 대부분이에요. 즐거운 NG라서 오히려 현장 분위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김하늘 씨와 촬영할 때도 즐겁지만 남자 넷이 모여서 찍을 때는 더 재밌습니다. 특히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드라마 초입에 나오는 프롤로그 촬영은 정말 재밌어요.
김민종 개인적으로 함께 살고 싶을 정도로(웃음) 다들 귀엽죠. 한 번은 장동건 씨가 혼자 새벽 촬영을 해서 저랑 김수로, 이종혁 씨가 응원차 장동건 씨 촬영 현장에 찾아갔어요. 이종혁 씨는 집이 경기도 일산인데 그날따라 서울 강남에서 배회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저는 소녀시대 수영 씨 앞에서 춤출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어떻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해야 하나 싶고, 감독님 특징이 한 장면을 여러 번 찍는다는 거거든요. 춤 추는 장면을 10번 넘게 찍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이건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영 씨 앞에서 온갖 재롱을 떨었어요.
이종혁 저는 말주변이 없어서(웃음). 형님들 말대로 항상 현장 분위기는 재밌고 넷이 모이면 피곤한 줄 몰라요.
김민종 (이종혁은) 팀의 막내인데 굉장히 형 같은 매력이 있어요. 건방이 하늘을 찌르고요(웃음).
이종혁 기억에 남는 게 1회 때 장례식장에 모델들이 잔뜩 서 있는 장면이에요. 모델들이 죽 서 있으면서….
장동건 지금 회식 아니야.
김수로 생각하고 얘기해, 지금 (김민종, 이종혁) 너희 둘이 위험하다니까(웃음).
이종혁 하하, 음… NG는 제가 제일 많이 내는 것 같고요. 김하늘 씨가 말씀하신 캐릭터와 평상시 모습이 비슷한 사람도 저 같은데요. 작품 하면 인물에 투영을 시켜서 금방 몰입하는 스타일이에요. 단순해서 작품이 끝나면 곧바로 까먹고요.
주말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인기로 주인공 4인방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완벽한 판타지 vs 있음직한 이야기
▼ 4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배우들의 공감대가 마련된 것 같아요.
이종혁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40대 남자 넷이서 이렇게 친할 수 있다는 게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나요.
김수로 와, 너 인간관계 진짜…(웃음).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운동장 뒤편에 14명의 친구들이 모였어요. 지금도 8~10명씩 모여요. 트위터나 기사들 보면서 ‘이런 친구들, 이런 부류가 어디 있느냐’라는 글을 봤는데, 저는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도 공존한다고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고, 실제로 이보다 더 심한 40~50대 친구나 형님들도 경험했고요. 우정이 남달랐던 부분도 있고 부끄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간접 경험으로 연기하고 있죠. 친구들이 서로 아픈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여자 친구랑 헤어져도 이겨나가게 도와주고, 바에서 칵테일 마시며 농담 따먹기도 하고요.
▼ 이번 드라마로 장동건 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평이 많아요.
장동건 기존에 했던 작품이나 배역이 무거운 게 많아요. 가볍고 유쾌한 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영화에서 연기할 때처럼 접근했는데 적응이 힘들었어요. 앞 장면에서 심각하게 싸우다가 다음 장면에서 넷이 시시덕대거든요. 기존에 해온 작품들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 흐름이라 어려웠지만, 순간순간 장면이 존재하는 목적을 잘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코미디 연기를 하면 재밌고 준비하는 마음도 재밌어요. 요즘에는 오히려 제가 오버를 많이 하면 감독님이 줄여달라고 부탁할 정도죠. 지금도 이틀 밤을 새웠지만 굉장히 즐거워요.
▼ 김수로 씨는 극 중 윤세아(홍세라) 씨와 불 같은 사랑을 하고 있죠.
김수로 임태산이라는 친구는 한 번 사랑하면 끝까지 가는 남자예요. 사랑을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남자답고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 이종혁 씨도 연기 변신을 많이 했어요. 김정난(박민숙) 씨와의 사랑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이종혁 드라마 9회에서 침대에 누워 아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여보 그냥 자?’ 이러는 장면이 나와요. 그랬는데 민숙이 ‘뜨거운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따뜻한 걸 바란다’고 하죠. 그래서 정록이가 정신을 차리고 이벤트를 벌이죠. 계속 철이 없을지, 철든 남자가 될지는 작가님 손에 달렸어요. 그동안 악역이나 차가운 이미지,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틀을 깬 것 같아서 좋고요. 이정록을 열심히 연기해서 시청자들께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 김민종 씨, 극 중 윤진이(임메아리) 씨와의 사랑을 응원하는 시청자가 많은데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나요.
김민종 저는 작가님의 생각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사별의 아픔 때문에 메아리와 사랑을 이루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마음속 사랑은 크지만요. 그리고 윤이 대사 중에 ‘운명이라면 사랑은 이뤄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도 어떤 식으로 관계가 이뤄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하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처음에 스킨십이 너무 없다고 하니까 작가님이 바로 메아리가 볼에 뽀뽀하는 신을 넣어주셨더라고요. 감사합니다(웃음). 늘 저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신사의 품격’이 시리즈로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시청자 여러분이 저희가 드라마사에 한 획을 긋게 많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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