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스페셜 기획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글·김명희 구희언 기자, 고현실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KBS 제공

2011. 09. 16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이 장안의 화제다. 주위에서 만날 마주칠 것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노래하는 것뿐인데 배꼽 잡고 웃다가 이내 코끝이 찡해진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는 일요일 저녁, 감동이라는 기분 좋은 선물을 전해주는 착한 예능, 청춘합창단 녹화 현장을 찾았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8월9일 오후 여의도 KBS 라디오홀 무대는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청춘합창단원들이 차지했다. 단원들 사이로 이경규·김국진·양준혁·이윤석·전현무·윤형빈 등 익숙한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무대 위에 세 줄로 늘어선 합창단원들은 ‘남격’ 멤버 6명을 포함해 모두 45명. 멤버들을 제외한 단원들은 1960년 이전 출생자들(평균 나이 62.3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지나가는 농담 한마디에도 ‘까르르’ 웃음을 쏟아내는 여성 단원들의 모습은 흡사 사춘기 소녀 같았다. “매주 볼 때마다 젊어지시는 것 같다”는 보컬 코치 임혜영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오디션 때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화제가 된 서울시립합창단 출신의 ‘꿀포츠’ 김성록씨는 이날 연습에 불참했다. 조성숙 PD는 “허리가 안 좋아 지방에서 여기까지 장시간 차를 타기가 부담스러워 못 나올 것 같다고 말하고 오늘만 결석했다”고 전했다.

노래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만나자마자 급속도로 가까워진 어르신들
지난 7월 초 첫선을 보인 청춘합창단 특집은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참가자들의 사연과 오디션 과정을 잔잔히 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9월24일 열리는 전국민합창대회까지 합창단의 도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을 계획이다. 지금은 매주 화요일에 모여 연습하지만 대회가 가까울수록 연습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조 PD의 설명.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의구심이 많았다. 도대체 어떻게 풀릴까 고민이 많았는데 흘러가는 대로 정리해서 방송을 만들고 있다. 감동을 준다는 방향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다른 예능에서 볼 수 없는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이날 합창단은 지휘자 김태원의 자작곡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단원들은 지휘를 맡은 김태원의 손끝에 시선을 맞추며 소리를 가다듬었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악보를 보며 자신이 부를 파트를 확인했다. ‘남격’ 멤버 중 가장 맏이인 이경규는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서 그런지 서로 급속도로 친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는 가스펠과 가요, 합창을 섞은 곡으로 연습에서 후반 독창은 최고령자인 노강진씨(84)가 맡았다. ‘연륜이 묻어나는 음색’이라는 보컬 코치 박완규의 평가처럼 노씨의 목소리는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울림을 선사했다. 첫 곡 연습이 마무리되자 두 번째 미션곡인 아이돌 메들리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제작진이 투애니원의 ‘I don’t care’, 소녀시대 ‘지니’, 아이유 ‘잔소리’, 2PM ‘하트비트’, 샤이니 ‘링딩동’ ‘루시퍼’, 시크릿 ‘샤이보이’, 지드래곤 ‘하트브레이커’, 2AM ‘죽어도 못 보내’ 등 총 9곡으로 구성된 메들리를 들려주자 한 여성 단원은 흥에 겨운 춤사위를 선보였고 단원들은 그간의 피로를 잊은 듯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단원들 중에는 이 노래들을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시다. 예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연습량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다”고 걱정을 드러내자 김태원은 “나도 50%는 처음 듣는 노래인데 각자 파트를 분담해서 연습하기 때문에 시간은 촉박하지 않다. 부담감을 최소화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돌 곡을 택한 배경에 대해 “28년 동안 음악을 하며 살아왔지만 사실 나조차도 아이돌의 음악에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게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노래를 자세히 들어보니 역시 히트곡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다. 2AM ‘죽어도 못 보내’ 같은 경우 그 가사와 멜로디가 좋고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를 맡으면서 ‘지휘자는 단원들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이경규의 조언에 따라 트레이드마크였던 짙은 선글라스의 색깔도 옅게 바꿨다. “청춘합창단은 합창 미션이자 김태원의 지휘 미션이기도 하다”는 김국진의 말처럼 김태원은 청춘합창단을 통해 지휘라는 낯선 분야에 도전했다.
합창단 연습을 하기 전 몇 시간씩 따로 지휘 개인지도를 받는다는 그는 “이제껏 누구한테 배우면서 음악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는 희열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제가 클래식을 전공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어요. 천성이 게을러 뭔가 배우는 걸 싫어해 처음에는 지휘가 가시방석이었는데 이제는 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이분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드리는 게 제 역할입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합창단 주연은 어르신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조연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뮤지컬 배우 임혜영과 함께 보컬 코치를 맡고 있는 박완규는 ‘합창단원들의 개인적 성량과 버릇을 모두 파악할 정도로 몰입하고 있다’는 이윤석의 전언대로 쉬는 시간에도 단원들과 일일이 대화하며 부족한 부분을 짚어줬다. 그는 관심이 쏠리고 있는 솔리스트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분은 없다. 본인의 실력과 곡 해석력, 융화력 등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컬 코치답게 ‘남격’ 멤버들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평가를 내렸다.
“양준혁씨는 목소리가 우렁차고 전현무씨는 고운 목소리로 테너 파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규씨는 좋은 베이스 소리를 내고 있어요. 윤형빈씨는 테너에서 베이스로 이동했는데 젊어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김국진씨는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 관을 갖고 있고 이윤석씨는 너무 열정적이에요. 턱이 빠질 정도로(웃음).”
임혜영은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몸 풀기 운동을 지도하며 단원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임혜영의 나긋나긋한 태도와 시원한 미소에 단원들로부터 ‘며느리 삼고 싶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방송 출연 후 출연 중인 뮤지컬 ‘그리스’가 매진이 됐다는 임혜영은 “주변 사람들이 예능은 장난이 아니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남격’ 멤버들도, 어르신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라 방송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연습현장에서 ‘남격’ 멤버들은 간간이 한마디씩 할 뿐 스포트라이트를 단원들에게 양보하고 조연을 자처했다. 이경규는 “우리 역할은 구슬을 연결하는 선 같은 존재”라며 “우리 6명이 선을 잡아줌으로써 구슬 같은 분들이 노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석은 “어르신들과 같이 노래를 해보니까 살아온 시간이 헛되거나 사라진 게 아니라 목소리에 남아 있다는 걸 매번 느낀다. 2~3시간 연습하면 나는 지치는데 어르신들은 지치지 않는 걸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시청률 의식하지 않아요. 그냥, 우리 엄마 아빠 이야기잖아요”
‘보이지 않는 지휘자’조성숙 PD 인터뷰

젊음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이 앞에서 오만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 아이돌 스타를 내세워 젊음을 강조했다면 청춘합창단은 황혼에 접어든 중장년층의 인생 이야기와 그들이 잊고 있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줘 감동을 주고 있다.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신원호 PD의 바통을 이어받아 첫 작품으로 청춘합창단을 이끌게 된 조성숙 PD는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으려고 했을 뿐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제작진도 놀랐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PD와의 일문일답.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국민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청춘합창단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이 같은 인기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김태원·이경규씨를 비롯한 멤버들도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시청률보다 의미 있는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사실 성공한 프로그램의 후속편을 하고 싶어 하는 PD는 별로 없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잘 해봐야 본전치기고, 1편과 달라야 한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도 있고, 못하면 욕먹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를 극복하고 인기를 모으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
“어르신들, 또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우리가 매일 만나는 내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에 잡히지 않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시청자들이 공감해 주는 것 같다.”
예상외의 인기에 합창단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축하 전화를 많이 받고 소식이 끊겼던 어릴 적 친구, 지인들과 다시 연락이 됐다고 좋아하신다. 길을 가다가 알은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시고…. 청춘합창단이 그분들 삶에서는 굉장히 서프라이즈한 이벤트인 것 같다. 즐거운 일탈이랄까, 어안이 벙벙하다고 하시면서도 또 그걸 즐기신다.”
2천 명이 넘는 사람이 서류를 냈다. 심사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했기 때문에, 내가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우리나라에 이처럼 효자 효녀가 많다는 점에 놀랐다. 지원 방법을 모르거나 인터넷 사용이 여의치 않은 부모를 대신해 자녀들이 정성스레 지원서를 낸 경우가 많았다.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외부에서 음악감독을 영입할 수도 있었을 텐데, 김태원씨에게 맡긴 이유는.
“지난해 ‘하모니’ 편에서 박칼린씨가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음악감독은 누구나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오래 고민하다가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합창도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록 음악에서 일가를 이룬 김태원씨라면 음악감독직도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김태원씨가 처음엔 고사했는데 ‘합창단은 아마추어다. 단원과 지휘자 모두 배운다는 생각으로 함께 가자’고 설득했더니 수락했다.”
김태원씨가 합창곡을 직접 만들었다. 제작진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건가.
“아니다. 전혀 시나리오에 없던 거다. 합창곡을 고르는데, ‘넬라판타지아’처럼 ‘이거다’ 싶은 곡이 없어 고심하고 있던 차에 김태원씨가 곡을 쓰겠다고 했다. 사실 조금 걱정이 됐다. 오래 음악을 했고, 좋은 곡을 많이 쓰셨지만 합창곡은 처음인 데다 연습을 불과 일주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때라 시간이 촉박했다. 여러 번 김태원씨에게 ‘정말 곡을 쓰실 수 있겠느냐’고 확인하고, ‘나중에 안 되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씀까지 드렸다. 그런데 굉장히 훌륭한 곡을 써주셨다. 김태원씨는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합창 연습을 하면서 특히 힘든 점이 있다면.
“40여 명이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이 인원이 함께하다 보면 혹시나 마음을 다치는 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또 다들 고령이셔서 건강이나 체력도 걱정이다. 다행히 단원 중 최규용 선생님이 의사(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센터장)다. 그분이 주치의 노릇까지 해주시고, 합숙할 때는 간호사도 두 사람 대기하고 있다. 사실 연습이나 합숙을 할 때 제작진은 체력을 고려해 ‘이쯤에서 쉬어 갔으면’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단원들이 더 열심히 한다. 말리지 않으면 다들 밤샘이라도 할 기세다.”
서울시립합창단 출신인 베테랑 성악가 김성록씨와 김태원씨 사이에 긴장감이 돌 때가 있다. 제작진에겐 걱정스러운 점일 수도 있겠다.
“심사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했고 김태원씨가 김성록씨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한 것 같다. 합창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는 두 분이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편집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춘합창단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라는 이야기도 있다.
“편집을 많이 해서 재미있는 장면 위주로 보여드리는 게 좋은지,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보여드리고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옳은지 아직 고민 중이다. 사실 지난해 ‘하모니’ 편을 할 때도 그랬지만, 합창이 재미있기는 굉장히 어렵다.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편집하지 않고 보여드리는 것은 우리 시청자들이 그걸 좋아하고, 그것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을 본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 PD도 청춘합창단을 연출하면서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
“합창단원들께는 딸같이 굴지만, 실제로 우리 부모님께는 ‘촬영한다’ ‘편집한다’는 핑계로 집에도 자주 못 들어가는 나쁜 딸이다. 이제는 부모님도 그러려니 하신다(웃음).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잘 안 하시는 편인데 얼마 전 청춘합창단 오디션이 방영될 때는 ‘눈물이 나더라. 우리 딸 고생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났다.”


★ 말말말
1 “언제 떠올려도 아름다운 추억이 됐으면…”(김태원)
“지난해 ‘하모니’ 편이 워낙 센세이션을 일으켰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살아온 날들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역경이라고도 할 수 없다. 자작곡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는 어떻게 보면 종교적일 수도 있는데, 나는 천국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종교가 없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으로 만들려고 했다. 나는 추억을 소중하게 여긴다. 합창단원들께는 대회 입상보다 지금 연습하는 순간들이 매우 아름답게 각인될 것이다. 뭔가를 가르치는 차원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 생각해도 아름답게 해드리려고 한다.”

2 “합창단을 뒤에서 지휘하는 사람은 나다”(이경규)
“합창의 생명은 단원과 지휘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김태원에게 안경 색깔을 빼라고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색깔을 빼면 보는 사람들이 당황하니까 서서히 색을 줄이고 있다. 박완규에게는 아예 선글라스를 벗으라고 했다. 선한 사람인데 선글라스 때문에 인상이 강하다. 선한 모습을 보여야 합창단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자잘한 지휘는 내가 하고 있다(웃음).”

3 “립싱크 하려고 했는데…”(전현무)
“노래는 자신 없어서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립싱크를 했는데 아카펠라를 하는 바람에 바로 티가 났다. 이번 기회가 노래 실력을 키우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묻어가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합창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한다.”

4 “타율로 치면 3할까지 끌어올리겠다”(양준혁)
“내가 이렇게 노래를 못하는 줄 몰랐다. 합창단을 시작하기 전에는 악보 보는 법도 몰랐는데 하나하나 배우면서 하니까 조금씩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 타율로 치면 1할5푼에서 2할8푼까지 끌어올렸는데 3할까지 끌어올리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5 “어르신들이 소년 소녀 같다”(임혜영)
“항상 긴장하고 어르신들 마음이 안 다치게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아이돌 메들리 안무를 준비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 노래이니만큼 움직임이 빨라서 단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안무를 구성할 계획이다. 연극적인 요소를 넣는 것도 검토 중이다. 율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어르신들과 피부로 많이 부딪힐 거 같은데 어떻게 짤지 고민 중이다. 계획된 건 없지만 어르신들 마주칠 때마다 눈을 보고 어떤 마음인지를 읽고 반응하려 한다. 일단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하는 게 목표다.”

“어르신들과 같이 노래를 해보니까 살아온 시간이 헛되거나 사라진 게 아니라 목소리에 남아 있다는 걸 매번 느낀다. 2~3시간 연습하면 나는 지치는데 어르신들은 지치지 않는 걸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이윤석)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파란만장·우여곡절 가슴 울리는 사연들

62.3세. 50대부터 80대까지 어르신 40명으로 구성된 ‘청춘합창단’의 평균 나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삶이란 지평선은 끝이 보이는 듯해도 가까이 가면 갈수록 끝없이 이어진다’는 노래 가사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스티비 원더’ 심양순(68·소프라노)
망막에 구멍이 뚫려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심양순씨는 그나마 시력이 나은 왼쪽 눈에 의지해 세상을 본다. 어둠 속에서 살던 그에게 빛을 찾게 해준 것은 바로 노래였다. 1남2녀의 엄마인 그는 “합창단을 하면서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청춘합창단이 그에게 꿈을 꾸게 해줬기 때문. 아내의 노래 연습을 도우려 남편은 악보를 확대해주고 딸은 피아노 반주를 해준다. 맑은 목소리로 ‘남자의 자격’ 구성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맏언니 노강진(84·알토)
아들이 몰래 신청해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노강진씨는 젊은 시절 한국 최초의 주부합창단 외에도 다양한 합창단에 몸담았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아일랜드 민요 ‘종달새’를 부르며 끝까지 음정과 박자를 맞추려고 노력해 박완규의 눈가를 적셨다. 노래 부를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그에게 합창단 생활은 행복의 연속이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꿀포츠’ 김성록(54·테너)
양봉업자 김성록씨는 청춘합창단에서 화제의 정점에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풍긴 그는 성대에 꿀을 바른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감동을 안겼다. 선글라스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는데 바로 녹내장 때문.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박인수 테너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젊은 시절 소프라노 조수미와 실력을 겨뤘고 서울시립합창단에도 몸담았지만 건강 문제로 성악을 그만뒀다. 이후 전국을 떠돌며 양봉업을 했다. 청춘합창단에서 테너장을 맡았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병상 투혼 이만덕(56·테너)
이만덕씨는 지난해 7월 큰조카와 작은조카에게 간과 신장을 이식받았다. 간경화와 신장병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그는 주치의의 허락을 받아 오디션에 참가했다. 아내는 처음에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말에 건강을 염려해 만류했지만, 합격 소식을 듣고는 반색했다고. 담즙을 받아내는 주머니를 차고 오디션에 임한 그는 “저렇게 좋은 테너 음색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극찬을 받으며 합창단에 합류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빚어내는 감동의 하모니 현장을 가다
호텔 CEO 권대욱(61·베이스)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CEO 권대욱씨는 36세에 건설회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도 수료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세계적인 호텔의 사장이지만 “단 한 번도 내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열정으로 청춘합창단에 도전장을 낸 그는 합창 연습을 위해 회사 주주들에게 허락까지 받았다고. 합격 전화를 받고는 대학 입학 이후 최대의 기쁨이라며 작가에게 문자를 보냈던 그는 안정적인 노래 실력과 중후한 음색이 매력적이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