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을 오가며 인기 가도를 달리던 카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1월19일이다. 카라의 강지영, 구하라, 정니콜, 한승연이 법무법인 랜드마크를 통해 소속사 DSP미디어(이하 DSP)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 리더 박규리는 동참하지 않았다. 당초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 동참했던 구하라는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며 전속계약 해지 통보 당일에 의견을 철회했다.
이것이 ‘카라 사태’의 시작이었다. 이후 강지영, 정니콜, 한승연은 ‘카라 3인’으로, 박규리와 구하라는 ‘카라 잔류파 2인’으로 불렸다. 카라 3인 측과 DSP 측은 1월25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을 가졌다. 두 번째 만남 때 양 측은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하면서 “기존 스케줄에 5인이 함께 참여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2월3일 설 당일, 카라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5명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라가 주연을 맡고 있는 TV도쿄 드라마 ‘우라카라’ 촬영을 위해 이날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때만 해도 멤버들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박규리 홀로 좌석에 앉았다’는 등의 보도가 나가면서 ‘박규리 왕따설’이 퍼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박규리는 홀로 한국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더빙한 애니메이션 영화 ‘알파 앤 오메가’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박규리는 자신의 왕따설에 대해 “멤버들 사이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지만 사랑해주시는 팬들과 신념, 두 가지로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86만원 vs 2억원, 엇갈리는 주장
이때까지만 해도 카라의 해체설은 기우 같았다. 그러나 2월11일 박규리의 어머니인 성우 박소현씨와 전화통화를 했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 “카라 일이 잘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아직 모르겠다. 마음이 복잡하다. 몸도 좋지 않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박씨는 “규리랑 멤버들은 정말 잘 지낸다”며 “이번 일이 좋은 쪽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상황을 전했다.
이후 2월14일 카라 3인 측이 DSP 측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전속계약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법원에 소장을 낸 정확한 날짜는 2월11일. 카라 3인 측은 소장에서 “소속사 대표가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해외 활동과 관련해 일본 소속사와 위임약정을 체결해버리고 계약사항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전속계약 무효를 요구했다. 또한 “DSP 측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음원 판매수익이 4억1천만원인 데 비해 이에 든 활동비는 3억9천여만원이라고 밝혔다”며 “활동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싱글 앨범 ‘루팡’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음에도 DSP 측은 6개월간 1인당 86만원만을 지급했다”고 덧붙여 파문을 일으켰다.
카라 3인 측의 정확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니콜의 어머니 김셜리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A 레스토랑과 강지영의 아버지 강건욱씨가 다니는 회사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일부 언론과 인터뷰한 한승연의 아버지 한종칠씨와 강건욱씨의 이야기로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송 제기 후 2월15일 일본 후지TV와 처음 인터뷰에 응한 한씨는 소속사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빚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 그는 “문제가 있다면 리더로서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며 리더 박규리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강씨 역시 다음 날 일본 후지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딸이 속상해하면서 소송까지 꼭 가야 하냐고 묻기도 했다”며 “소속사에서 잘못했으면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잘했다고 하니 화가 안 나겠나. 말로 해서 안 되면 법대로 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강씨는 2월17일 SBS ‘한밤의 TV 연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씨의 발언에 대해 “‘리더’란 단어는 규리가 아닌 소속사 대표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향후 3인의 매니지먼트를 따로 하고 싶다. 아무래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해주겠냐”고 덧붙였다.
카라 3인 측 부모의 잦은 인터뷰와 달리 DSP 측은 조용하다. 다만 DSP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카라 3인 측은 이번 소장에서 일본 본격 진출 전인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루팡’ 판매 수익으로 1인당 86만원만 받았다고 하지만, 음반 판매 수익 이외에 CF, 행사,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해당 기간 1인당 총 2억원을 분배했다는 것. 또한 카라의 계약서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를 거쳤다고 한다.
한편, 이대로 카라가 해체될 경우 한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에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안정대 회장과 대한가수협회 회장인 가수 태진아는 카라 3인 측과 DSP 측의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중재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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