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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첫 방한 뒷얘기

글 이설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9. 12. 22

‘한식 마니아’답게 능숙한 젓가락질로 불고기를 집었다. 미군 장병들과 격의 없이 악수를 나눴고, 한국 장병들에게는 “같이 갑시다”라는 어설픈 한국말을 건넸다. 다섯 번째 만남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친밀함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짧은 방한일정 이모저모.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첫 방한 뒷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1박2일, 중국 3박4일, 한국 1박2일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방의 일환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날인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문제, 6자 회담 재개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18일 저녁 7시45분경 ‘에어 포스 원’을 타고 경기도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간단한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가 영접에 나섰다. 미국 쪽 수행인사는 모두 2백여 명.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 톰 도닐론 국가안보 부보좌관,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국장, 캠벨 차관보 등이 포함됐다.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자녀교육 문제로 오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장 숙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로 이동했다. 그가 묵은 최고층(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330㎡으로 하루 숙박료는 8백만원 선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호작전에는 경찰, 군, 청와대 경호처 등 모두 1만3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다음 날 오전 오바마 대통령은 주한 미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숙소로 초청했다. 그는 “한국이 주요 8개국(G8) 회담에 참가한 데 이어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돼 기쁘다. 아시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한 번 더 오겠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오전 11시경 미국에서 공수한 캐딜락을 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 차는 GM사에서 오바마를 위해 제작한 특수방탄차로, 군용화물기를 통해 운반돼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기간 내내 함께 했다. 이 대통령과 포옹의 인사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본관 앞 대정원에서 군악대의 미국 국가와 애국가 연주 등 환영식을 지켜봤다. 전통 국악대의 복장을 눈여겨본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래 가장 인상적이다”라는 말에 이 대통령이 “싸우기에는 불편한 복장”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본관 1층의 청와대 방명록에는 “I am grateful for the wonderful hospitality of the Republic of Korea. May the friendship between our two people be everlasting.(대한민국의 멋진 환대에 감사합니다.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합니다)”이라고 썼다.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첫 방한 뒷얘기

1 정상회담 후 오찬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걸어가며 대화하는 두 정상. 2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기간 동안 미국에서 공수한 캐딜락으로 이동했다. 3 태권도복을 선물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정권지르기 포즈를 취했다.



오전 11시15분 본관 접견실에서 시작된 단독 정상회담은 낮 12시30분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당초 35분간 단독회담을 한 뒤 양측 참모들을 배석해 확대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정상이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면서 단독회담이 길어져 확대회담은 생략됐다. 미국 측 배석자인 캠벨 차관보는 회담 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정상회담에 상당히 많이 참여했지만 오늘처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회담을 마친 뒤 두 정상은 나란히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회견장까지 복도를 걸으면서 단둘이 영어로 대화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북핵 문제와 한·미 FTA에 집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발언 말미에 “한국음식, 바비큐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 오찬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상춘재에서 열린 정상 오찬도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태권도복과 검은띠, 그리고 명예유단자증을 선물했다. 태권도복 오른쪽 소매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새겨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4년간 태권도를 수련해 녹색띠를 딴 데 착안한 선물이라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복을 펼쳐본 뒤 ‘정권지르기’자세를 선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져온 선물은 저자 벤저민 토머스가 서명한 ‘링컨 전기’ 한정판이었다. 미셸 여사의 선물로는 영문 한국요리 책을 준비했다.
오찬상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불고기와 김치를 포함, 숯불바비큐와 비프스테이크가 올랐다. 또 “날이 추운데 꼭 대접해야 한다”는 김윤옥 여사의 의견으로 당초 식단에 없던 신선로도 나왔다. ‘한식 마니아’인 오바마 대통령은 능숙한 젓가락질로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를 순방하는 8일 동안 국빈 오·만찬을 먹었더니 살이 쪘다”고 걱정하자 이 대통령이 “한식은 칼로리가 높지 않아 괜찮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취향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건배주로는 캘리포니아산 레드와인 ‘샤토 몬텔레나 에스테이드 카베르네 소비뇽’(2005년산)과 화이트와인 ‘피터 마이클 라프레 미디 소비뇽 블랑’(2006년산)을 선택했다.

“선생님 봉급 얼마냐” 한국 교육에 깊은 관심
오찬을 하면서도 두 정상은 활발한 대화를 나눴다. 평소 한국의 교육에 관심을 보여온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제도 현황이 어떠냐” “선생님 봉급 수준이 어떠냐”고 물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열이 높다. 속된 말로 거지도 가난의 되물림을 끊으려 교육은 시킨다. 그런 저력이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한·미 FTA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예정보다 20분을 넘겨 오찬을 끝낸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3시55분경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해 주한미군과 한국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 부대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자 해당 부대 장병들은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그는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던 중 카투사 병사들을 향해 서툰 한국말로 한미연합사 슬로건인 “같이 갑시다”를 외치기도 했다. 약 20분간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격의 없이 장병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악수한 뒤 ‘에어포스 원’에 올랐다.
한편 20여 시간에 불과한 체류시간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하고 대학생과 좌담을 한 데 비해 일정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것. 순방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도 같은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체류 기간보다 성과가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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