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그는 냉철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대통령을 연기했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미남배우의 전형이지만 포스터 속 그는 유난히 빛났다. 빈틈없이 재단된 감색 정장을 입고 미소 짓는 모습은 영화 ‘대통령의 연인’의 마이클 더글러스보다 멋졌다. 장진 감독의 신작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로 돌아온 배우 장동건(37). 꽃미남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성실히 자신을 담금질해온 그에게 진한 남자의 향기가 묻어났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박수칠 때 떠나라’ ‘킬러들의 수다’ 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장진 감독의 작품. 개성 있는 대통령 3명의 이야기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이순재, 고두심, 장동건이 각각 로또에 당첨된 대통령, 이혼 위기에 처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매력적인 싱글 대통령을 연기했다. 장동건이 맡은 차지욱은 일에서는 카리스마 넘치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마음 약한 인물.
“코미디 영화는 처음이에요. 경험하지 못한 장르라 걱정이 많았는데, 평소 장진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해 믿고 출연을 결정했죠. 이순재·고두심 선배님과 함께 출연해 흥행에 대한 심적 부담도 덜했고요(웃음).”
9월22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장동건은 출연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간 장동건이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린 작품은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 두 작품 모두 맡은 배역은 진지했고 결말은 우울했다. 투박한 사투리로 연기한 것도 공통점. 첫 코미디 연기에 대해 그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답했다.
“촬영 내내 현장 분위기가 너무 즐거웠어요. 촬영이 끝난 뒤 감독님께 ‘분량이 적은 것 같은데, 제 이야기로만 다시 한 번 찍으면 안 될까요’라고 농담할 정도였죠.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는 모두 심각하고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붙여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아 현장에서 스트레스가 덜했고, 자유롭게 연기 톤을 조절할 수도 있었죠. 그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장동건도 어린 시절 대통령을 꿈꾼 적이 있다. 이번 대통령 역할을 하기 위해 취임식 자료도 살피고 연설하는 장면도 참고했다. 싱글 대통령으로 분한 그가 생각하는 싱글을 위한 정책은 어떤 것일까.
“싱글을 위한 정책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정책적으로 짝짓기를 할 수는 없겠죠(웃음). 요즘 싱글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나 노후대책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국가경쟁력 증진을 위해 싱글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오랜 세월 ‘원조 꽃미남’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려 한다.
“이제 꽃미남 소리를 듣기 미안한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아저씨’라는 호칭을 받아들이도록 스스로를 설득 중이에요(웃음). 외모에 대한 칭찬은 기분 좋으면서도 다른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장동건은 92년 MBC 공채탤런트로 연예계 문을 두드렸다.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마지막 승부’를 통해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그는 ‘걸어다니는 조각’의 호칭에 만족하지 않고 돌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을 선언했다. 이곳은 많은 배우가 시험을 보고 떨어질 정도로 입학이 까다로운 학교.
“과대평가를 경계하는 편이에요. ‘잘생겼다’ ‘연기 잘한다’는 칭찬은 고맙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하죠. 다른 사람의 칭찬보다 스스로의 만족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서른일곱, 조금씩 싱글이 지겨워질 때”
스스로를 점검하고 다잡는 사이 서른일곱 노총각이 됐다. 데뷔 이후 1,2번 진지한 연애를 했지만 결혼의 인연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싱글의 자유로움,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니다. 해가 지날수록 빈 옆자리가 주는 허전함은 커져만 가고, 결혼과 아이 등 그 나이에 해야 할 보편적인 것들이 그리울 때도 많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무엇이 가장 두렵고 싫은가 라는 질문에 대해 “혼자 밥 먹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답했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고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도 열심히 참가한다.
지난해 선배 배우 박중훈과의 친분으로 출연한 ‘박중훈 쇼’에서 밝힌 그의 이상형은 손목과 팔목선이 가늘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속 쌍꺼풀이 예쁜 여성.
“어릴 때는 외로움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싱글이 조금씩 지겨워져요. 가끔은 캔 맥주 3개를 마시고야 겨우 잠이 들죠. 분명 친구들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이야기를 소통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는 내년에 ‘세탁소 무사’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드루 배리모어, 브라질 축구선수 카카 등과 함께 세계식량계획(WFP)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사회로 세계로 진지하게 보폭을 넓혀가는 장동건의 꿈은 ‘평생배우’. 배우로서의 역할과 소명을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꽃미남 평생배우’가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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