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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hank you! Golden Summer④

최민호·이용대·윤진희·이배영, 베이징올림픽 빛낸 스포츠 스타 감동 뒷얘기

글·김민지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8. 09. 17

올여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수많은 선수가 뜨거운 땀을 흘리며, 그보다 더 뜨거운 감동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한 유도의 최민호부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역도의 이배영까지, 지난 20여 일간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해준 감동 신화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최민호·이용대·윤진희·이배영, 베이징올림픽 빛낸 스포츠 스타 감동 뒷얘기


만년 3위 설움 딛은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
베이징올림픽이 낳은 첫 번째 스타는 남자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28)다. 결승전 경기 시작 2분여 만에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파이셔를 화끈한 한판승으로 물리친 그는, 승리가 확정된 순간 그대로 매트 위에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겪은 쓰라린 시련을 씻어내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최민호의 별명은 ‘만년 3위’.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불운 때문이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민호는 늘 우승 후보였지만, 예기치 않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번번이 동메달에 머물렀다. 최민호는 “처음엔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주위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많이 외로웠고, 술을 마시며 방황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유도복을 입은 뒤 그는 같은 대표팀 선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하게 연습에 매달렸다. 키는 163cm지만 근육량이 많아 늘 7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좋아하는 삼겹살과 소주도 입에 대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73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왕기춘은 이런 최민호에 대해 “다른 선수들이 연습하다 힘들어 쉬려 할 때도, 민호형은 꼭 거기서 더 하려 한다. 보이지 않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베이징에서 최민호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다섯 판을 내리 한판승으로 이기는 투혼을 발휘하며 그간의 아픔까지 모두 메다꽂았다.

최민호·이용대·윤진희·이배영, 베이징올림픽 빛낸 스포츠 스타 감동 뒷얘기

금메달 확정된 순간 카메라 향해 윙크 날린 당찬 신세대 이용대
빼어난 실력 못지않게 잘생긴 외모와 발랄한 성격으로 큰 기쁨을 선사한 스타도 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이효정(27)과 짝을 이뤄 12년 만에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긴 이용대(20). 그는 세계 랭킹 1위 인도네시아 팀을 2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카메라를 향해 깜찍한 윙크를 날려 화제를 모았다. 가수 이승기를 닮은 수려한 외모로 금메달 수상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그의 윙크를 받은 인물은 어머니. 이용대는 “한국에서 TV를 보고 계실 엄마를 향해 윙크한 것”이라며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지만 금메달을 땄으니 앞으로 어떻게든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처음 주목받았지만, 사실 이용대는 배드민턴 열기가 높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톱스타라고 한다. 그의 복식 파트너 이효정은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면 현지 여학생들이 우리말로 ‘용대, 용대, 사인’이라고 외쳐 놀라곤 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취미로 라켓을 잡은 뒤 금세 두각을 나타내 화순중학교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용대는 화순실업고등학교 시절 국내 고교대회에서 42전 42승을 기록하며 ‘용대불패’라는 말을 만들어냈던 실력자. 올해 나이 스무 살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또 한 번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줄 선수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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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같던 코치님 영전에 은메달을 바칩니다” 윤진희
역도 53kg급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윤진희(22)도 훈훈한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윤진희는 왼쪽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인상 94kg, 용상 119kg을 들어올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의 은메달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건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이룬 결실이기 때문. 윤진희는 메달을 딴 뒤 “제게 엄마 같았던 김동희 선생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하다 왈칵 눈물을 쏟았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혼해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 윤진희는 고등학교 때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됐다. 그때 윤진희를 돌봐준 사람이 당시 역도 대표팀 코치였던 고 김동희씨. 김 코치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윤진희를 위해 사비를 털어 훈련비를 보태주고, 좀처럼 살이 붙지 않아 고생할 때는 비싼 보약을 사 먹이는 등 최선을 다해 도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4월, 올림픽을 불과 넉 달 앞두고 암으로 36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영광의 순간을 보지 못한 것. 역도 대표팀 오승우 감독은 김 코치의 유골을 쌌던 종이를 베이징으로 가져가, 넋으로나마 그가 누구보다도 아꼈던 제자 윤진희의 경기 모습을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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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보다 빛난 진정한 스포츠맨십 이배영
역도 69kg급에 출전한 이배영(29)은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빛나는 스포츠맨십으로 큰 감동을 준 선수다. 그의 시련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84kg의 바벨을 들어올리려다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면서 시작됐다. 다리 통증 때문에 역기를 떨어뜨린 이배영은 대기실에서 마그네슘을 먹고 바늘로 다리를 찔러 피를 내는 응급조치를 한 뒤 2차 시기 재도전에 나섰지만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그가 세상을 놀라게 한 건, 모두 다 기권을 생각하던 그때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시 역기 앞에 섰기 때문. 3차 시기에서도 끝내 바벨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이배영은 플로어에 쓰러지면서까지 바벨을 잡은 두 손만은 놓지 않는 투혼을 발휘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전 오늘 꼴찌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서는 제가 1등입니다”라고 말한 이배영의 말처럼, 그는 중국 관영방송사인 CCTV가 방송한 ‘올림픽 정신을 빛낸 선수’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등 메달리스트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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