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의 즐거운 한때. 오랜만에 만난 문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박완서씨와 단소 연주를 하는 우애령씨(위에서부터).
충북 제천시 덕산면 월악산 중턱에 위치한 월롱마을은 풍요로운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지난 4월23일 이 곳으로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이 봄나들이를 떠났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매년 탄생하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들의 친목모임. 회원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문단에 갓 나온 당선자를 축하하고 우의를 다지기 위해 모인다. 올해의 모임 장소는 월롱마을 끝에 자리한 작가 박재희씨의 작업실 ‘달실’. 지난 89년 ‘춤추는 가얏고’로 당선된 박씨는 오는 7월 재충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데, 출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자 자신의 작업실에 초대했다.
이날 모임은 ‘스무 살의 축제’로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장정옥씨의 환영회를 겸한 자리기도 했다. 여성동아 문우회의 환영회 전통은 그해 배출된 당선자가 선배 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 그래서 이른 새벽 대구에서 올라온 장씨는 박씨와 여성동아 문우회 총무 신현수씨와 함께 음식을 장만했다.
낮 12시를 넘어서자 문우회 회원들이 속속 달실에 도착했다. 이날 모임에는 지난 70년 ‘나목’으로 당선된 작가 박완서씨를 비롯해 윤명혜·노순자·우애령·최순희·송은일씨 등 여성동아 출신 문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74년 ‘타인의 목소리’로 당선된 노순자씨는 “충주호와 어우러진 월악산 절경을 감상하다 보니 힘든 줄 모르고 올라왔다”며 나들이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한국 문단의 명맥 잇고 문단의 지류 일으키자고 다짐
처음에는 문우회 선배들에게 수줍게 인사를 건넨 장정옥씨도 시간이 흐르면서 문우회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장씨는 “사실 예전부터 여성동아 문우회에 관심이 많았다.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도전했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닌 문우회 회원이 됐다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점심 만찬 후 장씨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 박재희씨가 가야금 연주를, 94년 당선자 우애령씨가 단소 연주를 들려준 것. 여성작가들 사이에서 ‘청일점’으로 주목받은 박씨의 남편이자 용인대 중국학과 장현근 교수는 대금을 불어 분위기를 돋웠다.
문우회 모임 하루 전 중국 상하이에서 귀국한 박완서씨는 장정옥씨를 재차 격려하면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에 얽힌 숨은 뒷얘기를 들려줬다.
“많은 사람이 저를 여성동아 장편소설 첫 번째 당선자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저는 3회 당선자예요. 지난 68년 제1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자는 문단에 나오자마자 이민을 가 작가로 활동하지 않았고, 이듬해 배출된 수상자는 남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당선이 취소됐죠. 이런 이유로 70년 수상자인 제가 첫 번째 당선자와 같은 수혜를 받았는데, 여성동아 출신 문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동시에 느껴요. 앞으로도 많은 여성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전을 통해 문단에 발을 내디뎌 한국 문단의 명맥을 잇고 한국 문단의 지류를 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지난 75년, 정권 비판으로 광고탄압을 받은 동아일보가 광고면을 백지로 발행할 때 동아일보에 ‘여성동아 문우회’라는 이름으로 동아일보를 지지하는 광고를 실으면서 모임을 결성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올해로 33년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공간을 만들어 문학을 논하고 종종 만나 친목을 다지는 여성동아 문우회는 이날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식수를 달실 입구에 심으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오는 6월 박완서씨의 ‘땅 집에서 살아요’, 우애령씨의 ‘와인 바에서’ 등 집과 가정을 테마로 한 12인의 단편소설을 엮어 소설동인지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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