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자리한 ‘이화장’은 뜻 깊은 손님을 맞았다.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오스트리아 하인즈 피셔 대통령의 부인 마르기트 피셔 여사(65)가 이곳을 찾아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자취를 둘러본 것. 피셔 여사는 지난 2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전해 듣고, 마침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이화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76)와 며느리 조혜자 여사(65)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아 이화장 본채와 별채, 기념관 등을 안내했다.
이화장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지난 92년 작고할 때까지 머무른 집.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 대통령 부부가 광복 후 귀국한 뒤 일정한 거처없이 지내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인 33명이 구입해 선물한 곳이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65년 이 대통령이 작고한 뒤에도 이곳에 혼자 머물렀는데, 프란체스카 여사 생전에는 오스트리아 대사가 새로 부임할 때마다 인사를 왔다고 한다. 이같은 이화장의 사연을 전해들은 피셔 여사는 “한국 최초의 퍼스트레이디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무척 놀랐다”며 “두 나라의 깊은 인연이 담긴 장소를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말 전해 들어
이화장을 찾은 오스트리아 대통령 부인 마르기트 피셔 여사(가운데)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왼쪽), 며느리 조혜자 여사(오른쪽).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프란체스카 여사는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이 대통령을 만나 1934년 결혼식을 올렸다. 스코틀랜드에서 유학하며 영어통역관 자격증을 따낼 만큼 영어에 능통했던 그는 모국어인 독일어와 함께 불어 또한 능숙하게 구사하고 속기와 타자에도 능해 세계를 떠돌며 활동하던 이 대통령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이 대통령 취임 뒤에는 비서 역을 맡기도 했다.
며느리 조혜자 여사는 “시어머니는 자신이 가난한 독립운동가의 아내라는 점을 늘 자랑스럽게 여겼고,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을 그런 마음 자세로 사셨다”며 “이 대통령 퇴임 뒤에는 한 번도 미용실에 가지 않은 채 늘 스스로 머리를 올렸으며, 여러 번 깁고 수선한 낡은 한복을 입었다”고 회고했다.
조 여사는 이날 피셔 여사에게 프란체스카 여사가 생전에 사용하던 낡은 타자기와 30년간 사용한 세숫대야, 부엌용품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셔 여사는 “양국의 문화교류에 큰 업적을 남긴 오스트리아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검소한 삶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피셔 여사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직물디자인 아티스트로 하인즈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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