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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열정의 배우

연극 ‘필로우 맨’으로 7년 만에 무대 서는 최민식

기획·송화선 기자 / 글·김은애‘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4. 20

영화 ‘올드보이’의 배우 최민식이 7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연극 ‘필로우 맨’에서 음울하고 괴기스러운 소설을 쓰는 작가 카투리안 역을 맡은 것. 전체 대사의 3분의 1이 그의 몫일 만큼 비중 큰 배역을 연습하느라 요즘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민식을 만났다.

연극 ‘필로우 맨’으로 7년 만에 무대 서는 최민식

“연극은 말 그대로 ‘생 라이브’입니다. 카메라가 연기를 거르거나 과장하지 않기 때문에 날것 그 자체가 드러나죠. 연극이야말로 제가 ‘배우’임을 깨닫게 해주는 진정한 매체인 것 같아요.”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온 배우 최민식(45)은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지난 2000년 공연했던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7년 만에 선택한 작품은 ‘필로우 맨’. 지난 2003년 영국에서 초연된 후 로렌스 올리비에상, 토니상 등 연극계의 저명한 상을 휩쓴 작품이다. 최민식이 맡은 주인공 카투리안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 소설을 쓰는 무명 작가로, 자신이 쓴 소설과 똑같은 방식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살인 혐의를 받고 체포된다. 경찰 취조과정에서 그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는 것이 이 연극의 포인트. 전체 대사의 3분의 1이 최민식의 몫일 만큼 이 작품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생으로 교류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나요”
그의 대표작인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속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강렬하고 독특한 캐릭터의 배역을 맡은 데 대해 최민식은 “아무래도 나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며 “‘필로우 맨’ 대본을 읽으며 뭔가 좀 불편하지만, 그 색다름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무거운 내용을 선호하는 게 아닌데, 비슷한 역을 거듭 맡게 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것이 내 팔자인 모양”이라는 그는 “다중적인 카투리안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중압감이 느껴지지만, 대본을 읽으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 기대와 두려움이 참 좋다”고도 덧붙였다.
82년 극단 ‘뿌리’의 연극 ‘우리 읍내’로 데뷔한 최민식에게 연극무대는 고향과 같은 곳. 그는 “오랜만에 하려니 호흡이 달리고 힘에 부치지만, 나의 소리와 몸짓, 숨소리, 땀구멍까지 관객과 ‘생’으로 교류할 걸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난다”며 행복감을 표현했다.
카투리안의 극중 대사 가운데 “꼭 죽여야 한다면 나를 죽이고, 내 이야기는 태우지 말고 남겨달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는 최민식. 그가 이 연극을 통해 연기자로서 ‘태워지지 않을’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연극 ‘필로우 맨’은 오는 5월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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