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말 그대로 ‘생 라이브’입니다. 카메라가 연기를 거르거나 과장하지 않기 때문에 날것 그 자체가 드러나죠. 연극이야말로 제가 ‘배우’임을 깨닫게 해주는 진정한 매체인 것 같아요.”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온 배우 최민식(45)은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지난 2000년 공연했던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7년 만에 선택한 작품은 ‘필로우 맨’. 지난 2003년 영국에서 초연된 후 로렌스 올리비에상, 토니상 등 연극계의 저명한 상을 휩쓴 작품이다. 최민식이 맡은 주인공 카투리안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 소설을 쓰는 무명 작가로, 자신이 쓴 소설과 똑같은 방식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살인 혐의를 받고 체포된다. 경찰 취조과정에서 그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는 것이 이 연극의 포인트. 전체 대사의 3분의 1이 최민식의 몫일 만큼 이 작품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생으로 교류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나요”
그의 대표작인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속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강렬하고 독특한 캐릭터의 배역을 맡은 데 대해 최민식은 “아무래도 나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며 “‘필로우 맨’ 대본을 읽으며 뭔가 좀 불편하지만, 그 색다름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무거운 내용을 선호하는 게 아닌데, 비슷한 역을 거듭 맡게 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것이 내 팔자인 모양”이라는 그는 “다중적인 카투리안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중압감이 느껴지지만, 대본을 읽으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생각하는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 기대와 두려움이 참 좋다”고도 덧붙였다.
82년 극단 ‘뿌리’의 연극 ‘우리 읍내’로 데뷔한 최민식에게 연극무대는 고향과 같은 곳. 그는 “오랜만에 하려니 호흡이 달리고 힘에 부치지만, 나의 소리와 몸짓, 숨소리, 땀구멍까지 관객과 ‘생’으로 교류할 걸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난다”며 행복감을 표현했다.
카투리안의 극중 대사 가운데 “꼭 죽여야 한다면 나를 죽이고, 내 이야기는 태우지 말고 남겨달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는 최민식. 그가 이 연극을 통해 연기자로서 ‘태워지지 않을’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연극 ‘필로우 맨’은 오는 5월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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