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심금, 1960, 캔버스에 유채, 114×146cm, 개인소장</B><br>마그리트는 종교적 주제를 표현한 작품도 많이 남겼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포도주는 성혈을 의미하며 그릇은 인간의 자아를 상징한다. 영원한 생명을 담고자 하늘을 향해 맑고 투명한 의지로 입을 벌리고 있는 그릇이 구름 혹은 하늘과 만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
<B>보이지 않는 선수, 1927, 캔버스에 유채, 152×195cm, 벨기에 왕립미술관</B><br>초현실주의자로서 마그리트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마그리트가 ‘빌보케’로 부른 난간 기둥을 닮은 가로수, 야구를 하는 두 남자, 야구공 대신 자리 잡은 거대한 거북이 같은 물체, 마스크를 쓴 젊은 여성이 어우러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어른에게 한낱 모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림이 어린 소년에게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보였다는 이야기.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시되는 새로운 세기, ‘초현실주의’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전’은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하다. 상식을 뒤엎는 기발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대중문화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 20세기 미술계의 거장이다. 2003년 연세대 논술고사, 2004년 수능문제에 그의 작품을 소재로 삼은 문제가 출제되고, 검은 양복에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그림 ‘골콘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을 장식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3년여 기간의 준비 끝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마그리트 회고전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유명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마그리트의 걸작들과 개인 소장품을 비롯해 사진, 영상작업, 친필 서신 등 총 2백70여 점의 다양한 작품과 자료들이 소개된다.
그림 속으로 탐험하는 기분 느끼게 하는 신선한 공간 배치
이번 전시는 벨기에의 마그리트 전문 공간 연출자인 윈스턴 스프리에가 직접 기획했다. 컨셉트는 ‘산책과 비밀의 정원 속 미로’. 이는 그의 초기 작품 ‘보이지 않는 선수’에서 착안한 것으로 관람객들은 마치 직접 마그리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동선이 한 방향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면서 미로 속을 연상케 하는 공간 배치, 어두운 조명, 상당수의 작품들이 안전대 없이 전시돼 진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등 기존 전시회와 다른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가을 벨기에 왕립미술관 내에 개관하는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의 완공에 앞서 열린 것으로 마그리트 미술관이 개관되면 마그리트의 이 같은 대규모 해외 전시는 열리기 힘들 것이라고.
개막 열흘 만에 관람객 3만 명을 돌파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대중의 관심도 매우 높은 편. 올 1월부터는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과 학부모 관람객이 크게 늘고 있다.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의 성격에 맞게 회화 작품뿐 아니라 그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 전시된 드로잉에선 마그리트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작품 제작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관은 연대별로 구성돼 마그리트 화풍의 변화를 시대 순으로 따라갈 수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립미술관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 교사들이 이번 전시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프로그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진중권씨와 이주헌씨의 강연 등이 진행된다.
전시 기간 4월1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입장료 성인 1만원, 청소년 8천원, 어린이 6천원, 단체(20인 이상) 1천원 할인
문의 02-332-8182 www.renemagritte.co.kr
<B>보물섬, 1942, 종이에 과슈, 33×48.7cm, 벨기에 왕립미술관</B><br>마그리트는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새와 잎을 혼합한 작품 시리즈를 1942년에 시작한다. 이 시리즈는 ‘보물섬’과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두 가지 이름이 붙었다. |
<B>회귀, 1940, 캔버스에 유채, 50×65cm, 벨기에 왕립미술관</B><br>자신의 알을 향해 돌아오는 새의 몸은 낮의 하늘로 뒤덮여 있고, 새의 주변은 별이 촘촘히 박힌 밤의 하늘이다. 마그리트는 새와 하늘처럼 연관성이 있는 이미지를 중첩하거나 밤과 낮의 하늘처럼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대비시키는 것을 즐겼다. 마그리트는 새나 하늘, 구름처럼 익숙한 사물이나 풍경을 그리면서도 그것을 엉뚱하게 배치해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선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초현실의 세계’가 바로 마그리트만의 독특한 초현실주의 세계다. |
<B>대화의 기술, 1950, 캔버스에 유채, 65×81cm, 개인 소장</B><br>이 작품 속에는 마그리트 그림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알려진 검은 중절모를 쓴 신사 두 사람이 뒷모습으로 등장한다. 두 신사가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돌조각의 아래에는 REVE(레브)라는 알파벳이 보인다. 레브는 프랑스어로 꿈이라는 뜻. |
<B>붉은 모델, 1953, 캔버스에 유채, 38×46cm, 개인소장</B><br>마그리트는 밤과 낮처럼 공존할 수 없는 대상들을 결합시키도 했지만 발과 신발처럼 유사성이 있는 사물들을 독특하게 결합해 낯선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심금’을 감상하며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
마그리트 아저씨의 이상한 그림나라로 초대합니다!
서울 시립미술관 1강의실. 초등학생 서른 명의 초롱초롱한 눈길이 정면의 스크린에 집중된다. 화면에 보이는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보물섬’. 새의 모습을 닮은 나뭇잎들이 서로 정답게 마주보거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 사고력 체험 워크숍’을 지도하는 창의력 개발 전문가 송명희씨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고 자유롭게 느낌을 얘기해보라고 한다.
“나뭇잎이 새로 변하고 있어요.” “이상해요.” “생명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신비로워요.”
다시 두 번째 그림이 화면에 나타난다. ‘붉은 모델’. 사람의 발과 워커가 섞인 듯한 모습.
“징그러워요.” “신발인지 발인지 모르겠어요.”
“이 두 그림엔 공통점이 있어요. 그게 마그리트 아저씨의 그림나라를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첫 번째 열쇠예요. 그게 뭘까요?”
송명희씨의 질문에 아이들의 다양한 대답이 쏟아지고 그중 가장 정확한 답인 ‘변신’을 맞춘 우빈이(정평초4)에겐 깜짝 선물이 주어진다. 아이들은 부러운 시선을 던지며 다음 발표에 더 열을 낸다.
50분의 워크숍이 끝날 무렵 아이들은 르네 마그리트처럼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을 소재로 직접 그림을 그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 양식을 내려받은 후 이메일로 신청하고 관람권을 구입하면 이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용은 무료. 매회 선착순 30명.(매주 화·목·토·일요일, 개학 후 토·일요일 진행. 초등 1~3학년 오후 1시, 초등 4~중학생 오후 3시) 문의 02-332-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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