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의대에 최연소로 입학한 쇼 야노군(왼쪽)과 10세의 나이에 시카고 트루먼 칼리지에 입학한 사유리 야노양(오른쪽)을 키운 한국인 엄마 진경혜씨.
미국을 깜짝 놀라게 한 천재 남매가 있다. 일본인 아버지 가쓰라 야노와 한국인 어머니 진경혜씨(46) 사이에서 태어난 쇼 야노군(16)과 사유리 야노양(11)이 그 주인공. 두 사람은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통해 각각 9세, 10세에 대학에 진학, 화제를 모았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천재이기를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천재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지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지능지수(IQ)가 200이 넘어 ‘측정 불가’인 오빠 쇼는 현재 미국 시카고 의대에 다니고 있다. 아홉 살에 미국 최연소 대학입학 기록을 세우며 로욜라대학에 들어간 뒤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열두 살에는 시카고 의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그는 세 살 때 쇼팽의 왈츠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을 뿐만 아니라 한 해 뒤에는 작곡을 시작할 정도로 천재성을 드러냈다.
쇼가 일곱 살이 됐을 때 그는 일반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뛰어난 학업능력 때문에 그를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기 때문. 결국 엄마 진씨가 홈스쿨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쳐야만 했고 쇼는 고교 과정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00점을 받았다.
여동생 사유리도 정식 학교는 다섯 살 때 1년 다닌 것이 전부다. 그 이후로는 쭉 홈스쿨링을 통해 공부했다. 사유리는 지난해 9월 미국 시카고 트루먼 칼리지에 입학해 영어작문과 미분기하학 수업을 받은 뒤 ‘예쁜 심장을 마음껏 보기 위해’ 오빠처럼 의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색색깔의 모빌로 집중력 키워주고 쿠키 만들면서 분수 개념 가르쳐
남매의 이런 경력을 들으면 보통사람들은 ‘엄마가 아이를 잡았구나’ 하는 오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진씨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말한다.
“두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잠도 못자고 공부한 사람은 바로 저였어요. 공부를 마치 게임처럼, 즐거운 쇼를 하는 것처럼 가르치려면 밤 새워 공부해야 했거든요.”
진경혜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런 그에게 아이들의 학습속도는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모르는 게 많아지자 그는 개인교습까지 따로 받았다고 한다.
쇼와 사유리가 학습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게 된 건 타고난 지능 덕도 있지만, 공부하는 재미를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씨는 두 아이가 어떤 공부든 놀이로 생각하도록 도왔다고.
“아이들은 놀면서도 다 배우더라고요. 억지로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냥 놀게 두면 그 속에서 원리를 터득하죠. 그런 후 다음 단계의 놀이를 자연스럽게 소개해 흥미를 유발시키기만 해도 돼요.”
진씨가 처음 시작한 놀이는 모빌이었다. 아이들이 한 가지 모빌만 보면 지루할까봐 모양과 색깔을 교대로 바꿔주었다고. 그는 “어린 시절 모빌을 보면서 길러진 능력이 훗날 공부할 때 필요한 집중력을 키워줬다”고 말한다.
“우리 집에 와 보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요. 아이들이 천재라니까 뭔가 특별한 교재나 교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장난감은 사지 않고 만들었어요. 그냥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주로 이용했죠. 예를 들어 티슈 박스를 주어 맘대로 휴지를 뽑게 하거나 휴지를 뭉쳐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보게 했어요. 이런 만들기 놀이는 손조작 능력을 향상시켜줄 뿐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거든요.”
부엌은 쇼와 사유리의 놀이터이자 교실이었다. 부엌에 놓인 여러 가지 살림을 두드리면서 음악 놀이를 했는데, 이 놀이를 통해 리듬감을 키운 두 아이는 모두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고 한다.
“계량컵이나 스푼으로 재료를 담으면서 분수의 개념을 가르쳤어요. 4분의 1 스푼의 소금과 파우더를 각각 떠서 2분의 1 스푼에 담게 하면, 4분의 1과 4분의 1을 더해 2분의 1이 된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잖아요. 신나서 쿠키를 만들던 쇼는 ‘엄마, 수학은 참 재밌고 중요한 거예요. 이걸 모르면 맛있는 케이크도 쿠키도 만들 수 없잖아요’ 하고 말하더라고요.”
놀이를 통해 수학을 접한 쇼에게 수학은 따분한 계산 공부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재밌는 놀이였다고 한다. 진씨는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면 그 다음 단계부터는 쉽다”고 설명한다.
“가슴이 따뜻한 천재로 키우기 위해 ‘뛰어난 사람일수록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늘 강조해요”
홈스쿨링으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지만 야노 남매의 사회성은 영재 전문가들이 놀랄 정도다. 이는 진씨 부부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진씨 부부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이 자칫 교만해질까봐 “뛰어난 사람일수록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것을 늘 강조했다. 쇼는 아빠와 함께 매주 화요일 새벽마다 노숙자 보호소에 가서 화장실을 청소하고 잠자리를 정리하는 봉사 활동을 했다고. 봉사활동에 앞서 아빠가 쇼에게 알려준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혹시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해라. 그들의 형편에 대해 동정심을 갖지 말고, 그 사람들과 너를 비교해 행운아라는 생각도 하지 마라. 너의 조그만 힘이 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만 감사해야 한다.”
빡빡하기로 소문난 의과대학 수업을 받으면서도 쇼는 소아과 병원에서 보호자를 위한 식사준비 봉사를 1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다. 또 시카고대학 병원에서 매년 열리는 암 환자 및 소아과 환자를 위한 기념행사의 게스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진씨는 쇼와 사유리가 지식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남의 아픔에 눈물 흘릴 줄 아는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커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는 최근 남매를 키우면서 터득한 교육 노하우를 담아 ‘아이의 천재성을 키우는 엄마의 힘’이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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