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강렬한 삶의 에너지, 낙천적인 태도 닮아왔어요”
까무잡잡한 피부에 카르멘을 떠올리게 하는 검정색 레이스 원피스…. 스페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KBS 손미나 아나운서(34)는 아직 ‘스페인 물’이 빠지지 않은 듯했다. 지난 2004년 7월부터 1년간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에서 유학,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현재 KBS 교양 프로그램 ‘문화지대 사랑하고 즐겨라’ ‘세상은 넓다’,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의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이미지는 물론이고 건강하고 열정적인 면에서 스페인 사람들과 닮은 점이 많다.
“제가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출신인데 졸업하는 날, 과 친구가 ‘그런데 도대체 넌 어느 나라 교포니?’라고 물어봐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웃음). 과 특성상 재외교포가 많기는 했지만 전 토종 한국인이거든요. 어려서부터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낯선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요.”
▼ Energy of Life
“스페인 유학을 결심했을 때 ‘놀러 가느냐’는 오해 있었지만 소중한 재충전의 시간이 됐어요”
좋은 경험을 하면 얼마 동안은 그 기운으로 거뜬하게 버틸 힘이 생긴다. 그에게 스페인 체류 경험은 그런 좋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후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좋은 환경 속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공부하며 얻은 자신감이 외모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스페인은 축제와 투우, 시에스타(낮잠) 등 놀고 쉬는 문화(?)의 인상이 강한 나라다. 때문에 그가 아나운서로 드물게 스페인으로 유학을 간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놀러 가는구나’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인들도 ‘공백기를 가지면서까지 굳이 스페인에 갈 필요가 있느냐’ ‘결혼은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했다고.
“그런 것들이 두려워 떠나지 않았다면 저는 영원히 당시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았을 거예요. 스페인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곳에서 나와 마주하는 신선함과 함께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사실 그의 스페인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대학 4학년 때인 95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바로 귀국하지 않고 몇 개월간 스페인에 머물며 현지 문화를 체험한 적이 있다고.
“남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군에 입대해 자기를 단련할 시간을 갖잖아요. 저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호주로 연수를 갔는데 마침 스페인에서 7개월 동안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진정한 독립은 경제적인 독립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도 마다하고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언젠가는 (스페인에) 다시 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꿈을 이룬 거죠.”
그가 스페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 사람들의 낙천적인 삶의 태도 때문. 스페인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도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과 쾌락을 즐기는 한편 아픔과 고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스페인인의 평균수명은 80세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76.5세보다 3.5세가량 많아요. 담배 많이 피고 술 많이 마시는 걸로 유명한 스페인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슬퍼하거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으면 스페인 친구들은 먼저 ‘부모님이 돌아가셨니?’라고 묻고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일 말고는 세상에 슬퍼할 만한 일이 없지 않느냐? 어떤 일이든 네 삶을 완전히 뒤바꿀 만한 것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위로해주곤 했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안되면 깨끗이 잊어버리는 게 스페인 사람들의 특성인데 그게 정신건강에 좋잖아요.”
때로는 그런 여유로움이 불편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아도,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일은 다 되더라”고 한다.
“제가 스페인에 있을 때 아나운서 친구들이 놀러 왔다가 스페인 사람들의 느긋함에 분통을 터뜨린 적이 있어요. 심지어 식당에서도 종업원을 부르면 자기 볼 일 다 보고서야 손님 자리로 오거든요. 그 친구들도 나중엔 ‘어차피 불러도 안 오니 우리끼리 즐겁게 얘기나 하며 기다리자’고 하더군요.”
스페인 사람들은 햇살이 좋으면 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고 맨발로 거리를 거닌다고 한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 자기 기분과 건강에 충실한 것도 그들의 특징이라고.
“광합성을 해서 저렇게 에너지가 넘치나 싶을 정도로 그곳 사람들은 일광욕을 좋아해요. 햇빛을 많이 쬐면 자외선이 우리 몸에서 항우울증 효과가 있는 비타민 D를 합성한다고 하니, 그들의 낙천적인 성격이 일광욕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또 도심을 벗어나면 맨발로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예쁘게 보이려고 굽 높은 구두를 신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요. 저도 늘 굽이 낮은 신발을 신고 다녔는데 건강이 좋아진 건 두말할 것도 없죠.”
스페인에서 잠깐 배웠다는 플라멩고 동작을 보여주는 손미나.<br>그는 조만간 스페인 체류 경험담을 엮은 책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 Beauty · Health Secret
“소금, 지방 적은 채식 위주 식단, 족욕으로 건강 지켜요”
“주변 사람들이 저러다가 제 배가 터지는 게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잘 먹고 잘 자요.”
그럼에도 그는 10년 전 입었던 청바지가 몸에 맞을 정도로 체중이나 몸매에 변화가 없다. 이는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토마토주스를 한 잔 마시고 물을 마셔요. 화장실에도 규칙적으로 가는데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아침에 화장실에 다녀오지 않으면 학교에 안 보낼 정도로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강조하셨는데 그게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식단은 철저하게 채식 중심이다. 식구들이 “우리 집 식탁은 대관령 풀밭”이라고 불평해도 그의 어머니는 꿋꿋하게(?)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덕분에 가족들이 모두 건강한 편인데 특히 그의 어머니는 그와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 만큼 날씬한 몸매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부터 현미밥을 먹고 있고, 양배추 호박잎 등 쌈은 항상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죠. 모든 요리에서 기름과 소금은 최소한으로 하고요. 요즘엔 샐러드를 자주 만들어 먹는데 냉장고에 있는 각종 야채를 꺼내서 한 입 크기로 자른 다음 올리브오일과 식초로 만든 드레싱을 곁들이면 질리지 않고 깔끔한 샐러드를 만들 수 있어요.”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것도 그의 건강비결 중 하나. 항상 물통을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는데 특히 피부 건강에 좋다고.
“단골 식당에 가면 주인 아저씨가 먼저 물주전자부터 주세요. 오죽하면 별명이 ‘수녀(水女)’겠어요?(웃음)”
물을 좋아하는 그는 요즘 족욕(足浴)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반신욕은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지는 반면 족욕은 그보다 힘을 덜 들이면서도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족욕을 할 때는 몸을 덥게 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38~40℃의 물에 발을 정강이까지 담그고 40분 정도 있으면 땀이 줄줄 흐르는데 몸속 노폐물들이 다 빠져나오는 것처럼 시원해요. 물 온도가 내려가지 않게 하려면 빨간 고무통을 준비하는 게 좋고요(웃음). 또 충분히 효과를 보려면 체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감싸야 해요. 제 경우는 목욕 가운을 입고 머리에도 미용 캡을 쓴 다음 수건을 쓰고 미용실에서 쓰는 가운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푹 감싸죠. 물에 아로마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도 좋고 따듯한 차를 마셔도 좋아요.”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그는 운동도 칼로리 소모가 많은 격렬한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수영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기와 근력운동을 한다고 한다.
Mind Control
▼ “모든 일은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편, 오지 아이들에게 외국어 가르치는 게 꿈이에요”
손미나 아나운서는 보수적이고 신중한 편이다. 이는 97년 아나운서로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까지 한 번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없을 정도로 건실하게 방송생활을 해온 그의 자기관리 비결이기도 하다.
“연말연시에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계획할 정도로 모든 일을 오래 생각하고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편이에요. 대학생 때 아나운서가 평생 일할 만한 직업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면식도 없던 이계진 선배(현 한나라당 대변인)를 귀찮게 쫓아다닌 적도 있어요. 대학 선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나중엔 선배가 ‘도대체 어떤 학생이 이렇게 당돌하고 끈질긴지 궁금하다’며 ‘한번 보자’고 하시더군요(웃음). 그때 선배가 해준 조언이 결국 아나운서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초청돼 사회를 맡았던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사회를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스페인어 외에 영어와 불어 실력도 수준급인데 이 역시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공부한 덕분이다.
“언어를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꿈을 이루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아 대학시절 이후 꾸준하게 공부했어요.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영어를 익혔고, 프랑스어는 스페인에 체류하는 동안 바칼로레아(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 학원에 다니면서 배웠죠. 다음에는 이탈리아어와 일본어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평생에 딱 1년만이라도 온전히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보는 게 제 꿈인데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산골이나 오지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싶거든요. 그런 일을 같이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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