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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기대되는 변신

조선시대 음란소설 작가로 변신한 배우 한석규

글·구가인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6. 03. 08

한석규가 음란소설 작가가 됐다. 영화 ‘음란서생’에서 인기 음란소설 작가로 변신하는 조선 최고 문장가 김윤서 역을 맡은 것. “좋은 배역을 연기할 수 있어 촬영 내내 행복했다”는 배우 한석규를 만났다.

조선시대 음란소설 작가로 변신한 배우 한석규

스크린 밖 한석규(42)는 점잖다. 성우 출신답게 낮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에 느긋한 말투, 반듯한 인상, 늘 웃는 낯으로 깍듯이-혹은 조심스럽게-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사실 그는 배우보다는 도덕 선생님, 혹은 조선시대 선비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배우 한석규에게 영화 ‘음란서생’의 주인공 ‘김윤서’는 ‘꼭 맞는 옷’같이 편해 보인다. 실제로 한석규는 김윤서에 대해 “‘서울의 달’의 ‘홍식’처럼 배우 인생에서 다시 또 하기 어려울 것 같은 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할 만큼, 굉장히 기분 좋아졌어요.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봇물처럼 터졌다고 할까요.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촬영하면서 연기자로서 얼마나 행복했겠습니까.”
한석규가 맡은 영화 속 ‘김윤서’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에서 최고의 인기 음란소설 작가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그에게 영화 ‘음란서생’은 15년 연기생활동안 처음 도전하는 사극.
“‘은행나무 침대’에서 사극에 어울릴 법한 옷을 입은 적이 있는데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웃었던 아픔을 가지고 있어요. 그 순간, 아! 난 사극이 안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죠(웃음). 그래서 제가 사극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한다는 한석규는 인간의 욕구와 그를 채우는 용기, 그 용기를 통해 얻어지는 행복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음란서생’이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평한다.
“영화를 18세 관람가를 넘어 30세 이상 관람가로 했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인간의 욕구와 행복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음란서생’은 현재의 이야기고 앞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겪게 될 일입니다. 그런 주제가 정말 좋았어요.”

영원한 흥행배우 꿈 꾸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 알아
조선시대 음란소설 작가로 변신한 배우 한석규

“하고 싶은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배우 한석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흥행 보증수표’라 불렸던 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는 이에 대해 “영원한 흥행배우가 꿈이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하지만 얼마 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은 여전히 배우 한석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제가 생각하는 배우의 끝이 있어요. 골프선수로 치면 멋있게 정규 라운드 18홀을 끝내고 싶고, 지금은 한샷 한샷 집중해서 치고 있어요. 즐기는 게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죠. 다만 작품을 통해, 내 몸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게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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