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시사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최원석 PD(35)와 러시아 출신 모델 포모가에바 율라(26)가 10월29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지난 97년 한국에 온 신부 율라는 패션쇼, 케이블 TV 쇼핑채널, 각종 CF에서 활약중인데, 특히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패션쇼에 7년간 고정 출연하고 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율라는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도 한국인과 별 차이가 없다. 처음에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한국생활 7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양식보다 한식을 좋아한다고. 최원석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칭찬합시다’ ‘! 느낌표’ 등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보도국에서 시사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연출을 맡고 있다.
방송국 선배 소개로 만나 크리스마스에 첫 데이트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말 MBC 방송국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한국 홍보 프로그램의 리포터 제의를 받은 율라가 일 때문에 방송국을 찾았는데, 최PD의 선배가 그에게 율라를 소개시켜준 것.
“프로그램 편집하느라 한창 바쁠 때였는데, 선배가 불쑥 찾아왔더라고요. 저는 전날 밤을 꼬박 세운 터라 머리도 못 감고 수염도 덥수룩한 상태였죠. 함께 온 율라가 한국말을 워낙 잘해서 처음엔 신기하고 호기심이 들었어요.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는데 가식적이지 않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을 한 율라가 마음에 든 그는 크리스마스에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다. 율라에게 불쑥 전화를 해 일방적으로 회사 앞으로 오라고 한 것. 율라는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가 남자답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여의도 방송국 근처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가 미리 예약을 해 둔 강남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지만 도로정체가 너무 심해 여의도 근처에 있는 허름한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연기 나는 불판위에서 고기를 구워먹은 두 사람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삼청동의 한 와인 바로 자리를 옮겨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율라가 자신의 인생관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생은 참고 사는 거예요’ 하고 말하는데 저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저와 평소에 형제처럼 지내는 구성작가 한 분이 계신데, 그분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참고 살아라’였거든요. 그런데 젊은 외국인 여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죠. 그 순간 ‘바로 이 여자구나’싶었어요.”
그에게 ‘참고 살라’고 말해준 사람은 현재 율라의 친정오빠를 자처하고 있는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의 박경덕 구성작가. 세 사람 모두 산을 좋아해 등산을 자주 했는데, 그는 북한산에서 처음으로 율라와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데 율라가 평소와 달리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전날 하루 종일 패션쇼 리허설을 해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율라는 쉼터에서 쉬라고 하고 저와 박 작가만 대남문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는데, 율라가 저 밑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결혼식을 검소하게 치른 두 사람은 최원석 PD가 살고 있던 전세 아파트에 신혼집을 꾸몄다.
묵묵히 산을 오르는 율라의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는 그는 성격이 급하고 감정적인 자신과 달리 모델이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소탈하고 진중한 율라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율라는 그의 즉흥적이고 열정적인 면이 마음에 들었다며 그를 두고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오빠는 뭐든 행동으로 보여줘요. 갑자기 ‘여행가고 싶어’ 하고 말하면 바로 차를 몰고 바다로 떠나고,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당장 사다주거든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귀찮아하는 일도 오빠는 알아서 잘 챙겨줘요. 선물도 아무거나 성의 없이 사는 게 아니라 저한테 어울리면서도 꼭 필요한 걸로 해주죠. 항상 저에게 정성을 쏟는 모습이 고마워요.”
두 사람 모두 혹시 다투는 일이 있더라도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대신 마음이 풀리고 나면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었는지 솔직히 얘기하고 그 자리에서 풀어버린다고.
네 명의 아이 낳아 자유방임적인 서양식으로 키우고 싶어
두 사람은 만난지 6개월쯤 되었을 때 결혼을 결심하고 각자의 어머니에게 상대방을 소개시켰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결혼 의사를 밝히기 위해 지난 5월 러시아를 다녀온 율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그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처음에는 당황해 하던 어머니도 율라의 설명을 듣고는 흔쾌히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부산에 계신 그의 어머니 역시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는 듯 웃으셨지만 막상 율라를 인사시키자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
“저희 식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고맙더라고요. 물론 누나와 남동생도 율라를 불편해 하지 않고 다들 식구처럼 대해줘요. 저와 율라 모두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인지 서로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요.”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검소하게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신혼집을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전세 아파트에 꾸밀 예정인데 혼수로 구입하는 물건은 공기청정기와 전기밥솥, 식탁이 전부라고.
“쓰던 물건을 다 버리고 새로 산다는 건 너무 낭비인 것 같아요. 사실 오빠는 결혼하면서 냉장고를 큰 걸로 바꾸자고 했는데, 제가 안된다고 했어요. 쓰던 것도 깨끗하고 성능이 좋은 데 새로 살 필요가 없잖아요.”
아이는 반드시 네 명을 낳을 계획이라는 율라는 “임신하면 임신복 모델을 하면 된다”고 말하며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또한 공부에 대한 욕심도 많아 결혼 후에도 패션관련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자녀교육만큼은 자유롭고 방임주의적인 서양식 교육법을 따를 생각이라는 율라는 아이들을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도 훌륭한 사람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입시위주의 교육 방식에 편입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최PD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평소 감사했던 분들에게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결혼식 준비를 했다”는 이들은 서대문구 봉원동의 봉원사 앞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연말 쯤 러시아를 찾아 다시 한번 결혼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시끄러운 도심 보다는 한적한 산을 좋아한다는 두 사람이 결혼 후에도 소박하고 편안한 가정을 꾸미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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