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5일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부선(43·본명 김근희)이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에 구속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가 밝힌 구속 사유는 7월11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자신의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등 200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에 걸쳐 승용차와 아파트 등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 검찰은 김부선이 지난 83년과 86년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으로 각각 벌금 1백만원을 선고받은 데 이어 90년에도 대마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돼 징역 8월을 복역했으며, 98년에도 벌금 4백만원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7월14일 낮 서울 옥수동 집에서 긴급 체포된 김부선은 소변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보였고 자신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그의 혐의를 포착하고 첫 검거에 나선 것은 지난 7월12일. 당시 그는 수사관들이 자신의 아파트를 방문하자 현관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5층 아파트 창문으로 뛰어내렸는데 다행히도 곧바로 땅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한차례 나뭇가지에 걸렸다가 떨어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4일 낮, 그는 검찰에 전화를 해 자진출두 방식으로 자신의 집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81년부터 패션 브랜드 ‘죠다쉬’ ‘프로스펙스’ 등의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83년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로 영화에 데뷔, 85년 ‘애마부인 3’ ‘토요일은 밤이 없다’를 거치며 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로 자리 잡았다.
모델 출신의 육감적인 몸매와 고전적인 외모로 80년대 남성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는, 그러나 두 차례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연기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그 와중에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됐고, 임신을 한 후에야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졸지에 미혼모 신세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0년에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옥살이를 하며 연예계를 떠나야 했다. 이후 ‘염해리’라는 또 다른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80년대 대마초 흡연으로 활동 중단한 뒤 미혼모 돼 힘겨운 삶 살아
지난해 10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개봉 무렵 기자와 만났던 그는 “80년대 당시 여배우들의 생활은 굉장히 고단했다. 많은 유혹이 있어서 영화사나 매니저들의 ‘관리’를 받았고, 영화 촬영이 없을 때는 늘 집에만 처박혀 있어야 했다. 그러니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고 그러다 ‘노는’ 친구들을 만나 대마초를 접하게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몇 번의 구속과 옥살이 후 그는 혹독한 인생의 길을 걷게 됐다. 영화사로부터의 연락은 고사하고 그동안 ‘언니, 동생’ 하며 지냈던 동료 연기자들조차 그의 전화를 피한 것.
“힘겹고 외로울 때 다가온 사람이 있었죠. 딸아이 미소의 아빠인데, 무엇보다도 대화를 나눌 친구가 필요한 제게 너무나 친절하고 따스했어요. 금방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그 남자는 만날 때마다 그를 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말했지만 막상 임신 사실을 알리자 얼굴이 파래지며 자신을 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만날 당시 이혼남이라고 밝혔던 것도 알고 보니 거짓으로, 그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의 원래 꿈은 미스코리아. 그러나 왼쪽 팔뚝에 깊은 우두자국이 있어 출전을 포기했다고 한다. 대마초에 의한 구속 역시 그의 인생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었지만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내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면 견뎌내자’는 생각으로 그는 혼자 딸을 낳아 키웠다. 남자로부터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을 수 없었던 그는 이후 제주도의 친정과 서울 언니집을 오가면서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다녔다. 남대문에서 옷을 사다 지방 도시에 납품을 하거나 홍콩, 일본 등지로 보따리 장사를 떠나는 등 예전의 스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정착의 필요성을 느꼈던 그는 몇 년 전부터 한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해왔다.
“딸 미소가 점점 자라는데 예전처럼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할 수 없어서 몇 년 전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앞에 카페를 차렸어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또 연예 활동을 하면서 맺어진 인맥을 활용하기도 좋아 시작했죠.”
그의 카페는 테이블 예닐곱 개가 있는 아담한 곳으로 손님 중에는 예전의 ‘섹시 스타’를 알아보고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혹시 마음에 둔 남자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내 첫정을 준 사람이 나를 배신했기 때문에 남자라면 신물이 날 만도 한데 그렇지 않은 게 사람인가보다”며 “마음에 둔 사람은 있으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세상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주 산을 찾는다고 했다. 벌써 10년째 등산을 하고 있는데, 돈도 들지 않고 또 잡념을 없애주어서 좋다고. 특히 오래전부터 앓고 있는 신부전증이 등산을 생활화한 이후로 많이 고쳐졌다며 ‘등산예찬론’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는 연기 복귀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배우는 무대를 떠나도 배우”라며 등산과 운동으로 꾸준히 몸매를 가꾸고, 같은 연배의 동료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첫 출연작이 에로물이라서 그런지 내게 섹시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지만 사실 나는 가볍고 명랑한 연기를 더 잘한다”며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권상우의 동정을 빼앗는 떡볶이집 아줌마로 출연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흥행에 성공하고, 최근 MBC 인기 드라마 ‘불새’에 출연, 자연스럽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다.
그는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기쁨을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적극성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 5월24일 인기리에 방송중이던 드라마 ‘불새’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것. “이곳에 앉기까지 3일 동안 구박과 설움, 고딩 딸에게 엄청 받았답니다” 하고 컴퓨터를 배우게 된 과정을 밝힌 그는 “너무 감사해서요. 비록 작은 배역이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거듭 고맙습니다”라며 드라마를 봐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렇듯 연기에 적극적으로 의욕을 보였던 그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 동료들은 “마음이 아프다. 시련 속에서 오랜 공백기를 갖다 지난해 말부터 연기자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하며 안타까워했다.
“대마초에 한번 빠졌던 사람에게는 늘 그것이 유혹으로 다가와요”
검찰에 따르면 그가 다시 대마초에 손을 댄 것은 지난 2002년 11월. 당시 그는 영화 ‘보리울의 여름’과 ‘말죽거리 잔혹사’ 촬영중으로, 그토록 염원하던 연기 활동을 재개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시 그를 대마초에 빠지게 했을까.
엄마를 꼭 닮은 딸 미소는 그가 구속되자 옥수동 집에서 나와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연기 활동 재개를 곁에서 보아온 측근에 따르면 ‘연기에 대한 불안함과 외로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매스컴이 자신의 연기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또 그만큼 출연 기회가 많아지면서 연기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는 것.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라는 생각에 늘 힘겨워하고 불안해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지난 인터뷰 당시에도 “욕심은 앞서지만 한동안 쉰 탓에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측근은 “그렇게 불안해하고 있을 때 곁에서 누군가 대마초를 내밀었을 것이고, 겉으로 보기엔 괄괄한 성격 같지만 사실 마음이 여린 그가 결국 대마초에 기댔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부선은 인터뷰 당시 “한두 번도 아니고 잘못된 것인지 알면서도 대마초에 빠지는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마초에 한번 빠졌던 사람에게는 힘겹고 외로울 때마다 그것이 늘 유혹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멀리하려 해도 누군가 먼저 내민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상태. 올해 고등학생이 된 딸 미소는 엄마를 닮아 키가 크고 끼가 많은 편. 지난해 한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한 가요콘테스트에 출전해 3위로 입상하기도 했던 딸 미소는 그의 구속 이후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연기 활동을 재개하며 “영화 ‘애마부인’ 당시의 전성기가 다시 오지는 않겠지만 제2의 연기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시트콤도 좋고 영화 조연도 좋고, 단 몇 장면 출연이라도 그 작품에 악센트를 줄 수 있는 역이라면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던 그. ‘불새’ 이후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여고생 시집보내기’, SBS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연기자로서 제2의 전성기를 꽃피우기 직전 대마초 사건에 휘말려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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