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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유럽진출 실패·시어머니 구속 등 잇단 시련 겪다 임신으로 함박웃음 되찾은 축구스타 안정환 부인 이혜원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3. 10. 02

지난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최고 스타로 떠오른 안정환. 뛰어난 축구실력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이후 유럽진출 문제와 어머니의 구속 등으로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그가 모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인 이혜원씨가 임신을 한 데다 그동안 갈등을 빚던 어머니 안씨와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 안정환에게 함박웃음을 되찾아준 부인 이씨의 임신 이야기.

남편의 유럽진출 실패·시어머니 구속 등 잇단 시련 겪다 임신으로 함박웃음 되찾은 축구스타 안정환 부인 이혜원

안정환의 부인 이혜원씨(24)의 임신은 안정환(27·시미즈 S펄스)이 지난 8월27일 자신의 인터넷 공식홈페이지 러브테리(www.loveteri.com)에 “저 아빠 돼요. 혜원이가 며칠 전부터 조금 이상해서 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 임신 4주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니어 테리가 나온다네요. 너무 기뻐서 자꾸만 웃음이 나오네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습니다”고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9월11일에도 홈페이지에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혜원이가 아기를 가져서 요즘은 혜원이를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며 은근히 아내 사랑을 자랑하기도 했다.
안정환 부부에게 임신은 다른 어떤 부부의 임신보다도 더 특별한 감동이었다. 2001년 12월 결혼 후 1년8개월 동안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안정환은 아내의 임신 이후 일본 J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는 등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혜원씨의 친정어머니 전봉숙씨(48)로부터 이씨의 임신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해 말부터 ‘빨리 아이를 가지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나중에 낳겠다고 우기더니 막상 아이가 생기니까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해요. 아이가 아이를 가진 것 같아 걱정이긴 하지만 딸과 사위가 좋아하니까 저도 기뻐요.”
사실 안정환은 신혼 초 아내 이씨에게 당분간 아이를 갖지 말자고 제안했다. 신혼생활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 살아본 경험이 없는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불투명하기만 한 유럽진출 문제도 2세를 낳는 데 불안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환은 훈련이나 경기를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아내가 항상 혼자 지내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지난 5월 한일전이 끝난 후 안정환은 결혼 후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하면 그때 아이를 갖자”고 2세 문제를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금세 결론이 날 줄 알았던 진로문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지부진해지자 두 사람은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더구나 언론이나 주위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떠돌면서 이씨가 마음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안타깝게 지켜보았던 어머니 전씨였기에 딸의 임신은 더욱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여러 차례 전씨와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했지만 목소리가 이렇게 밝은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여름만 해도 제가 일본에 가서 뒷바라지를 했을 정도로 혜원이 몸이 좋지 않았어요. 임신은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8월 중순경, 전씨는 혜원씨와 전화통화를 하던중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고 체한 것처럼 소화가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전씨는 그 말에 임신이라고 확신하고 자가 임신테스트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리고 며칠 후 혜원씨는 아무도 모르게 한국으로 돌아와 전씨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일부 언론에 혜원이가 일본에서 임신 판정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은 한국에서 병원에 갔어요. 이미 일본에서 자가 임신테스트를 해서 임신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 병원에 와서 4주째라는 것을 확인했죠. 참, 이건 비밀인데…. 전 거짓말을 못해서(웃음).”

남편의 유럽진출 실패·시어머니 구속 등 잇단 시련 겪다 임신으로 함박웃음 되찾은 축구스타 안정환 부인 이혜원

2세 임신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안정환 이혜원 부부.


그날 저녁 일본에 있는 안정환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자 너무 기뻐했다고 한다.
“혜원이에게 몇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하던 걸요. 그 다음에 통화할 때에도 ‘앉아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자다가도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한밤중에 아파트 창문을 열고 아내가 임신을 했다고 소리질러 자랑하고 싶었다’고 해서 한참 웃었어요.”
그는 “사위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아버지의 정을 못 받은 사람이라 아마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끔찍하게 잘 돌볼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그에게 ‘딸 뒷바라지를 위해 곧 일본에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일 때문에 바빠서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대신 10월경에 혜원씨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임신 2개월째인 요즘이 가장 입덧이 심하고 힘들 때가 아니냐”고 하자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딸의 몸상태를 전했다.
“괜찮은가 봐요. 잘 먹지는 못해도 아주 못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가졌을 때 입덧을 심하게 안했거든요. 혜원이도 절 닮아 그런 것 같아요. 임신하면 신 게 먹고 싶다든지, 갑자기 뭘 먹고 싶은 게 있을 법도 한데 혜원이는 별로 그런 것도 없대요. 그래서 사위가 자꾸 뭐 먹고 싶은 게 없냐고 하니까 나중엔 짜증을 내며 ‘내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을 하겠다’고 할 정도라나요.”

이혜원씨 태몽으로 큰 구렁이가 옆에 있는 꿈 꿔

전씨는 태몽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임신 사실을 알기 며칠 전 이혜원씨 본인이 태몽을 꾸었다는 것.
“꿈속에서 일본의 유명한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데 바로 옆에 구렁이처럼 아주 굵고 큰 뱀이 똬리를 틀고 있더래요. 혜원이가 뱀과 눈이 마주쳤는데, 징그럽거나 무섭지 않고 오히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구렁이처럼 큰 뱀을 태몽으로 꾸면 흔히 아들을 낳는다고 꿈풀이가 되어 있다고 하자 “잘 모르겠다”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전 아들이든 딸이든 감사히 받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임신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죠. 그런데 혜원이나 사위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태교는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첫아이라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씨에 따르면 혜원씨는 집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외엔 특별히 어디를 다닌다든지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성경을 많이 읽는다고 하더군요. 음악도 종교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하고. 선배들이 추천해주는 태교에 좋다는 클래식 음악도 듣는대요…. 하지만 무엇보다 기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안정환의 아내 사랑은 극진한 걸로 이미 유명하다. “옆에서 보면 마치 아기를 다루는 듯해서 웃음이 나오곤 한다”는 전씨는 “임신 후 사위가 집안일을 더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부부의 근황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딸의 임신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10월16일 폭력과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수감중인 안정환의 어머니 안씨(46)에 대해 9월19일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안씨의 구속 이후 안정환이 변호사를 통해 1억원으로 채권자들과 합의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최종 합의에 실패한 것. 이 과정에서 안씨와 안정환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의 잉태로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실형이 선고된 후 안씨는 가족과의 면회에서 “서운한 감정을 모두 털어버렸다. 모든 것을 내 업보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환이가 부디 잘되기를 바란다”는 심경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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