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 톱스타 심은하가 은퇴선언하고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외출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였던 것은 그가 연기자가 아닌 화가로 의외의 인생 전환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부터 그림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왔고, 동생 둘이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떠났을 만큼 그림과 인연이 깊은 그이지만 은퇴선언 후 ‘화가가 되겠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때는 누구나 고개를 갸웃했다. CF와 영화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제쳐두고 그가 때늦은 그림공부에만 전념하리라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3년여의 칩거 끝에 당당히 화가로 데뷔, 서릿발 같다는 심은하의 ‘근성’을 또한번 과시했다.
그러나 영화배우에서 화가로 데뷔한 사례는 사실 그가 처음은 아니다. 80년대 중후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섹시 스타 강리나(38) 또한 95년 영화 ‘알바트로스’를 끝으로 은퇴, 지금은 화가로서 살고 있다. 설치미술로 전공을 바꾸긴 했지만,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해 동양화로 화가 인생을 시작한 그는 영화배우 출신 동양화가란 점에서 보면 심은하의 직계 선배가 되는 셈이다. 그는 이미 화가로 안착, 그간 열두번의 개인전과 서른번의 그룹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가수 조영남(58)은 벌써 화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73년 한국화랑에서 첫 전시회를 열어 화단에 데뷔했던 그는 이번에 자신의 그림 인생을 중간 결산하는 개인전 ‘대한민국 태극기전’을 연다. 경기도 과천 제비울미술관에서 5월10일부터 6월10일까지 한달간 펼쳐지는데, 이 전시회 수익금은 오는 8월 열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 현재를 보다’전을 준비하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 한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서구적인 외모, 시원한 가창력으로 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정미조 또한 화가로 성공한 케이스. 40대 이상 중년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노래 ‘휘파람을 부세요’의 주인공인 그는 가수 생활을 7년 만에 접고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다녀온 후 현재 수원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10년째 학생들을 가르쳐오고 있다.
왕년의 인기 코미디언 손철씨 또한 지난해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어 화가로 데뷔하는 등 톱스타들이 화가로 데뷔한 케이스는 상당히 많은데, 꼭 본인이 화가가 되지 않았더라도 가족이 화가인 경우도 많다. 조선 말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 최민식은 서양화가 최찬식 화백의 동생이다. 또 황신혜의 동생 황정언씨는 교통사고로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아픔을 이겨내고 현재 구상화가로 데뷔, 황신혜 또한 화가 가족의 일원이 됐다. 그런가 하면 탤런트 공효진의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살다 뒤늦게 화가로 데뷔, 딸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무릇 모든 ‘끼’는 통하게 마련일까? 화단과 연예계, 쉽게 연결이 안되는 이 두 장르가 이렇듯 서로 호환되는 것을 보면 혹 톱스타에겐 화가의 ‘끼’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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