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권유로 사극에 출연하며 연기의 맛 느끼고 있어요”
도회적이면서도 상큼한 매력을 풍기는 미시 탤런트 유혜정(30). 지난해 10월 아침드라마 ‘사랑을 예약하세요‘를 끝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그가 6개월여 만에 KBS 대하드라마 ‘무인시대‘를 통해 시청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고려 무신정권 시대를 그린 ‘무인시대‘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왕의 어머니인 공예태후의 동생 임씨. 이의방(서인석 분)에게 겁탈당한 후, 자신을 흠모하는 정균(정중부의 아들, 이민우 분)을 사주해 이의방을 암살하도록 하는 등 앞으로 무비 역의 김성령, 이의민 부인 역의 정선경과 함께 드라마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많을 땐 일주일에 나흘, 적을 땐 이틀 정도 촬영을 하고 있는데, 촬영장이 안동·문경·수원 등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힘들어요. 하루에 두 신 촬영밖에 없는 날도 한 신은 안동에서, 한 신은 문경에서 찍는 식이어서 이동거리가 멀거든요. 새벽 2시에 집을 나와 밤 12시에 들어가는 날도 많아요.”
95년 데뷔한 그에게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흡이 짧고 이미지를 중시하는 현대물과 달리 사극은 호흡이 길어 그야말로 연기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연기를 하려니 심적으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처음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남편이 너무 좋아했어요. 사극이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볼 정도로 마니아거든요. 연애할 때부터 ‘사극 안 하니?’ 하고 묻는 게 버릇이었어요. 제가 고민을 하니까 ‘뭘 고민하냐’며 적극 권했죠. 그래도 부담이 되어서 감독님에게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더니 감독님께서 한번 해보자며 용기를 주시더라고요. 솔직히 첫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이틀을 앓아 누웠어요. 데뷔할 때보다도 더 긴장이 되어 떨리고…, 그런 제 자신이 창피하더라고요.”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도 연기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기엔 공예태후를 맡은 중견 탤런트 김윤경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극은 현대물에 비해 장면 하나하나의 스케일이 크더군요. 그래서 ‘내가 정말 연기를 하는구나’ 실감하게 돼요. 예를 들어 제가 마차를 타고 가면 엑스트라 80여명이 저를 쭉 둘러싸고 있어요. 그럴 때면 ‘아 이게 연기하는 맛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물론 힘든 점도 많다. 분장시간도 오래 걸리고 치렁치렁한 의상과 머리에 무거운 가발을 쓰는 것이 아직은 낯선 것. 또한 가발이 짓눌리지 않도록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몇시간이고 머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어야 하는 것도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현대적 이미지가 강한 편이어서 촬영할 때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모니터를 보며 사극에 어울리는 분장과 머리모양을 연구한다”는 그의 말에서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몇년 전, 유혜정이 드라마에서 키스신만 있어도 남편이 화를 낼 정도로 보수적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키스 정도가 아닌 겁탈당하는 장면까지 있으니 남편이 가만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꺼내자 유혜정의 대답이 재미있다.
“겁탈 장면이 그렇게 강하게 나오겠어요? 덮치는 순간, 카메라가 뒤로 쭉 빠지면서 하늘을 비추겠죠(웃음). 하지만 키스신은 하는 걸 리얼하게 보여주잖아요. 지금도 남편은 그런 거 나오면 싫어해요. 덩치에 안 맞게 쪼잔한 편이죠(웃음).”
그는 ‘무인시대‘ 외에 5월 시작하는 SBS 일일드라마 ‘결혼의 조건‘에도 출연한다. 그동안 푹 쉬면서 충전을 했으니 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저는 일을 하다가 한번씩 휴식기를 갖는 편이에요. 쉴 때는 가정에 충실하거나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방송 때문에 못했던 일에 몰두해요. 그러다 다시 방송이 그리워질 때 방송을 시작하죠. 그러면 정말 마음이 설레고 즐거워요. 그런 여유가 제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녀의 프라이버시
“네살 난 딸보다 어린 아이 같은 남편과 늘 사소한 일로 툭탁거리며 살아요”
프로야구 선수인 남편 서용빈(32)은 지난해 8월, 병역문제가 마무리되어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과거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방송까지 쉴 정도로 잉꼬부부였던 유혜정이니 그 홀가분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남편의 병역문제 때문에 99년 결혼식도 남몰래 치르는 등 지난 몇년 동안 남다른 가슴앓이를 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에게 “남편과 매일 같이 있으니까 행복하겠다”고 하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막상 살아보니 안 그래요. 떨어져 살다가 가끔 만날 때는 반가운 마음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매일 같이 있으니까 서로의 단점과 성격이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부부싸움이 늘었어요. 저는 남편이 빨리 프로야구에 복귀해서 원정 다니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두번만 보는 게 제일 행복해요(웃음).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남편도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싸울 일이 뭐 그리 많냐”고 묻자 남편 흉이 이어진다.
“한번은 제가 너무 힘이 달려서 남편이 먹으려고 지은 보약을 먹었어요. 그랬더니 화를 내더라고요.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요. 제 건 자기 거고 자기 거는 자기 거라고 우겨요. 제가 항상 ‘정말 어리고 유치하다’고 놀리죠. 요즘은 네살 된 딸 규원이보다도 더 어린 것 같아요(웃음).”
남편이 다른 남자들보다 피부와 옷에 신경을 쓰는 것도 그에겐 좋은 놀림거리다.
“저보다도 피부관리에 더 신경을 써요. 하루는 피부가 안 좋다고 툴툴거리길래 저도 아껴두었던 로션세트를 보여주었더니 자기가 다 쓰는 거예요. 제가 팩을 하고 있으면 ‘너만 피부 좋아지려고 하냐’며 자기도 해달라고 하고, 얼마나 웃기는데요. 그런 것 때문에 잘 툭탁거려요.”
이외에도 “같이 장보러 가지도 않으면서 해달라는 음식이 많다”는 둥 이런저런 흉을 보지만 “집안청소를 잘하고, 규원이와 잘 놀아주고, 아이가 자려고 할 때 책을 읽어주며 잘 재운다”는 말에서 그의 남편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며칠 전에 처음으로 집을 사서 이사를 했어요. 지난 1월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남으셨는데 용빈씨가 ‘당연히 우리가 모셔야 한다’며 어머니가 원하는 곳으로 집을 구하자고 하더군요. 정말 고마웠죠.”
그는 여느 주부들처럼 내집을 마련했다는 게 무척 기쁜 모양이다. “어제 이삿짐을 정리하다 목이 삐었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언뜻 서용빈이 유명 프로야구 선수고, 유혜정도 탤런트라 부부 수입이 많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서용빈은 군대 문제로 인해 연봉계약을 할 때마다 손해를 본 데다 그나마 수입의 절반이 병역 관련 소송을 하느라 변호사 비용으로 나간 것. 유혜정도 2년 가까이 아이를 키우느라 수입이 없어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집을 살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약속을 했었어요. 집을 계약한 날 남편과 함께 예쁘면서도 싼 물건을 사기 위해 같이 발품 팔며 돌아다니던 일을 회상하며 서로 대견하다고 칭찬을 해주었죠.”
그는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딸 규원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남편이 저에게 항상 아이를 너무 못 본다며 엄마도 아니라고 놀렸어요. 그런데 1년 전, 아이가 식탁 의자에 앉아 밥을 먹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간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CT촬영을 하려고 아이를 재워야 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수면제 한 컵을 다 먹이고 반나절을 기다려도 아이가 안 자서, 드라마 촬영을 하던 저에게 전화를 했더라고요. 제가 가니까 저를 보자마자 아이가 제 등에 딱 업혀서 자는 거예요. 그때 정말 제가 엄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어요. 그후 얼마나 잘난 척을 했는데요. 아빠는 필요없다 엄마만 있으면 된다고.”
앞으로 규원이 동생을 갖는 것 이외에도 그에겐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있다. 결혼식을 다시 하는 것이다. 올 3월쯤 결혼식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가 지난 1월 친정아버지가 작고하면서 올 가을로 미룬 상태.
“남편이 결혼식을 다시 하길 간절히 원해요. 제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도 보고 싶고, 결혼식 사진도 찍고 싶고,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면서 초대하고 싶었던 분들을 모두 불러 즐거운 분위기를 맛보고 싶은 거죠. 저희는 99년 어렵게 결혼을 해서 그런 게 하나도 없거든요. 지금 생각으로는 사극이 끝나기 전에는 꼭 하고 싶어요. 그래야 하객들이 많을 테니까(웃음).”
배우로 아내로 엄마로 사는 유혜정의 생활은 그의 얼굴만큼이나 상큼하고 즐거워 보였다.
과일을 입에 달고 사는 게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
유혜정은 아이를 둔 30대 주부탤런트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늘씬한 몸매와 깨끗한 피부를 자랑한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전 피부관리를 정식으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정말 과일을 많이 먹는 것 외엔 없어요.”
그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과일을 먹기 시작해 항상 과일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그 외엔 얼굴에 각질이 있다 싶으면 화장품가게에 가서 팩 제품을 사다가 직접 팩을 하는 정도. 그리고 촬영이 없을 땐 화장을 안 하는 게 피부를 보호하는 비결인 것 같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부터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어요. 제가 운동을 안 하니까 남편이 보다보다 안되겠는지 스트레칭이라도 하라며 가르쳐주었지만 워낙 운동신경이 둔하고 몸이 뻣뻣해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살이 많이 찌진 않았는데, 지난 6개월 동안 쉬면서 체중이 갑자기 늘어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다이어트가 필요없더라고요. 워낙 긴장을 한데다 불편한 상태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하고, 먼 거리를 왔다갔다하니까 하루에 2kg씩 저절로 빠지더라고요.”
그가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래서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설 때와 평상시 옷차림은 전혀 다른 편이다. 인터뷰하는 날도 그는 청바지에 회색 스웨터를 걸친 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실생활에서는 무늬가 없고 단순한 색상의 옷을 좋아해요. 편하거든요. 하지만 방송을 할 때는 평소 머릿속에 그려놓았던 과감한 옷을 입어요. 사람들은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두 가지가 반반씩 섞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패션포인트는 액세서리와 옷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옷이 단순할수록 큰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고, 반대로 옷이 너무 화려하면 액세서리를 전혀 안 하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춰준다.
“전 무엇보다 자기 몸에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름엔 여자만의 곡선을 감추지 말고 드러내는 게 좋아요. 적당히 드러내면 티도 안 나고 예쁘지도 않아요. 정숙하게 보여야 할 자리에서는 안되지만 과감해도 좋은 자리에서 과감하게 드러내면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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