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씨는 딸 채시라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손과 발, 얼굴 등을 마사지해줬다. 지금도 딸이 친정을 찾을 때마다 마사지를 해준다고.
탤런트 채시라의 아버지 채영석씨가 63세의 나이로 늦깎이 대학생이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충남 천안시의 남서울대 2003년도 정시모집에서 스포츠산업학부 만학자 전형으로 응시, 최고령 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가 물리치료, 스포츠마사지 등을 가르치는 이 학부에 응시하게 된 것은 80년대 초인 50세 때 지팡이 없이는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심하게 아팠던 경험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병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병치레가 많았어요. 50세쯤 됐을 때는 일상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위장병, 심장병 등이 심했죠. 정말 너무 아파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그 분은 고령임에도 피부가 매우 곱고 건강했습니다. 저를 보더니 ‘몸 안에 나쁜 기가 가득하다’고 말씀하시며 이를 없앨 수 있는 마사지법과 복식호흡, 그리고 피를 맑게 하는 정혈요법을 가르쳐주시더군요.”
채씨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꾸준히 실행한 결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후 대체의학과 마사지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관련자료를 모아 공부하고, 중국의 건강법인 도인술 등을 배우게 됐다. 또 연세대 사회교육원과 사회체육진흥원에 다니며 대체의학과 스포츠마사지, 경락마사지 등의 강의를 듣고 실습도 했다. 채씨가 99년부터 2000년까지 1년 동안 따낸 자격증은 스포츠마사지 1급과 운동처방사 경락마사지 등 무려 8가지. 그는 딸 채시라가 촬영 등으로 녹초가 되면 항상 마사지를 해줘 기력을 회복하게 했다.
“시라가 어렸을 적부터 촬영하고 돌아오면 항상 손과 발, 얼굴을 마사지해줬어요.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의 마지막 마디 양 옆을 비벼주면 모세혈관이 열리면서 노폐물과 나쁜 기가 빠져나가 몸이 개운해지거든요. 당시 저도 배우는 처지라 실습도 되고 좋았죠. 결혼 후에도 친정에 올 때마다 마사지를 해주는데, 지금은 전문가라 그런지 시라가 더욱 시원하다고 말해요(웃음).”
그는 마사지에 심취하면 할수록 근본적인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고 한다. 기술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기초 이론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것. 이것이 대학 진학이라는 큰 꿈의 시작이었다.
2000년 3월 딸 채시라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채영석씨의 모습.
“53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 사정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쉽게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99년 마사지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거예요(웃음). 여러 개의 자격증을 따고 나니 자신감도 생겼고요. 또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둘째딸 국희를 따라 천주교 교리를 배웠는데 그것도 참 재미있더라고요. 2001년 1월 영세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그해 7월부터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학원에서 중졸 자격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했죠.”
채씨는 검정고시를 준비한 지 1년도 채 안돼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으며 지난해 5월 대학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올해 3월 그가 원했던 대로 물리치료, 스포츠마사지 등을 가르치는 남서울대 스포츠산업학부 03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
남서울대 입학홍보부의 이상길 교무계장은 “채씨가 활기도 공인 5단을 비롯해 스포츠마사지 자격증 등을 두루 갖고 있어 30세 이상 자격이 주어지는 만학자 전형 주간부에 유일하게 합격했다”고 밝혔다.
현재 MBC 주말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에 이혼녀 맹금자 역으로 출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채시라는 “나이가 많으신데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꽃피우시는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뒤늦게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는 채씨는 대학에서 손을 이용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수기요법(手氣療法)을 전공하고 싶다고 한다. 또 그는 “한번 건강을 잃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며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마사지를 해주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씨는 자신의 대학 입학에 대해 주변에서 갖는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입학 사실 자체도 대학 측에서 언론에 관련 보도자료를 보내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그는 직접 만나 인터뷰하자는 기자의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저처럼 나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니잖아요.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소 1년 정도 대학 공부를 해봐야지 할 말도 생기지요. 대학을 제대로 마친 후 수기요법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정식으로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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