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쌀쌀한 바람이 코끝에 머무른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우거진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니 소담한 마을의 풍경과 함께 저 멀리 서해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해발 284m의 백화산이다. 태안 8경 중 1경으로 꼽히는 백화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국보 제307호인 태안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태을암, 흥주사 등 다양한 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태안군의 심장으로 불린다. 1963년 군사 시설이 들어선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이곳은 54년 만인 지난해 5월 태안 군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 1일, 한상기(72) 태안군수도 백화산 정상에서 군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산세가 가파르지 않아 산보하기에 참 좋아요. 이렇게 정상에 오르면 태안 구석구석까지 한눈에 보여 기분도 상쾌하고요. 사실업무가 바빠 자주 나오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오려고 해요. 새해 아침 이곳에서 직접 군민들을 만나보니 백화산이 군민들의 마음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충남 태안 출신인 그는 경기도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내무부와 국무총리실을 거쳐 충남도 연기군 부군수, 서산시 부시장, 충청남도 자치행정국장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인 2006년 고향으로 돌아와 소일거리로 사과 농사를 짓던 그는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태안군수로 당선됐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후 현재까지, 지난 12년간 태안은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던 태안 앞바다는 기름으로 시꺼멓게 뒤덮였고, 전문가들은 복구에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1백23만 자원봉사자와 전 국민의 관심 속에 태안은 11개월 만에 피해 현장을 복구했다. 지난해엔 유류 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태안을 찾아 기념사를 읽기도 했다.
“지난해 태안은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신규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슬로시티는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나가는 도시를 의미합니다.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태안이 청정 해안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증거입니다. 해양수산부 역점 사업인 해양치유 연구개발 협력 지자체로 확정돼 국비 4백억 원도 확보했고요. 올해는 슬로시티 태안의 위상을 대내외 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향후 해양치유 복합단지 등을 조성해 태안을 국내 최고의 해양 휴양지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명소와 이야깃거리가 많은 태안은 2016년부터 2년 연속으로 연간 1천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지난해엔 네이처월드, 천리포수목원, (안면도)쥬라기박물관 등 태안군의 5대 테마관광지를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는 모바일 패스권을 도입해 각광을 받았고, 올해에는 태안군의 맛집·숙박업소와 연계한 투어 상품을 선보여 태안군의 관광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로 70회를 맞이한 충남도민체전도 태안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어, 예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태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군의 목표가 ‘희망찬 태안, 행복한 군민’이에요. 관광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군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제가 처음 군수로 취임했을 당시 우리 군 예산이 3천9백억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7천억 원 규모로 늘어났어요. 덕분에 체육, 복지, 교육, 문화 시설을 대폭 확충할 수 있었죠. 제일 잘했다 싶었던 건 ‘행정119’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거예요. 119에 전화를 걸면 소방대원이 긴급 출동하는 것처럼, 행정119에 전화를 걸면 관련 부처 직원이 즉각 출동해 군민의 민원 사항을 정밀하게 해결해주는 시스템인데 군민 만족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태안군청 그의 집무실에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 쓰인 글귀가 있다. ‘군민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는 그의 군정 철학이다.
“얼마 전 슈바이처 박사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그는 30세에 대학교수였고, 목사였으며, 세계적인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였는데,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다시 공부를 시작해 의사가 된 후 여생을 봉사하며 살았죠. 그걸 보면서 저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맡은 군수직에 최선을 다할 거고, 퇴직하고 나서는 이웃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요. 단순 봉사도 좋지만, 기금이나 단체를 조성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태안은 1300리 해안선을 따라 30여 개의 해수욕장과 1백14개의 크고 작은 섬, 42개의 항·포구 등을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물때에 맞춰 바닷가 근처 갯벌에 가면 굴을 캐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상기 군수
photographer 홍태식 designer 최정미
“산세가 가파르지 않아 산보하기에 참 좋아요. 이렇게 정상에 오르면 태안 구석구석까지 한눈에 보여 기분도 상쾌하고요. 사실업무가 바빠 자주 나오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오려고 해요. 새해 아침 이곳에서 직접 군민들을 만나보니 백화산이 군민들의 마음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충남 태안 출신인 그는 경기도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내무부와 국무총리실을 거쳐 충남도 연기군 부군수, 서산시 부시장, 충청남도 자치행정국장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인 2006년 고향으로 돌아와 소일거리로 사과 농사를 짓던 그는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태안군수로 당선됐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후 현재까지, 지난 12년간 태안은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던 태안 앞바다는 기름으로 시꺼멓게 뒤덮였고, 전문가들은 복구에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1백23만 자원봉사자와 전 국민의 관심 속에 태안은 11개월 만에 피해 현장을 복구했다. 지난해엔 유류 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태안을 찾아 기념사를 읽기도 했다.
“지난해 태안은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신규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슬로시티는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나가는 도시를 의미합니다.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태안이 청정 해안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증거입니다. 해양수산부 역점 사업인 해양치유 연구개발 협력 지자체로 확정돼 국비 4백억 원도 확보했고요. 올해는 슬로시티 태안의 위상을 대내외 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향후 해양치유 복합단지 등을 조성해 태안을 국내 최고의 해양 휴양지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명소와 이야깃거리가 많은 태안은 2016년부터 2년 연속으로 연간 1천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지난해엔 네이처월드, 천리포수목원, (안면도)쥬라기박물관 등 태안군의 5대 테마관광지를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는 모바일 패스권을 도입해 각광을 받았고, 올해에는 태안군의 맛집·숙박업소와 연계한 투어 상품을 선보여 태안군의 관광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로 70회를 맞이한 충남도민체전도 태안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어, 예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태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군의 목표가 ‘희망찬 태안, 행복한 군민’이에요. 관광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군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제가 처음 군수로 취임했을 당시 우리 군 예산이 3천9백억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7천억 원 규모로 늘어났어요. 덕분에 체육, 복지, 교육, 문화 시설을 대폭 확충할 수 있었죠. 제일 잘했다 싶었던 건 ‘행정119’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거예요. 119에 전화를 걸면 소방대원이 긴급 출동하는 것처럼, 행정119에 전화를 걸면 관련 부처 직원이 즉각 출동해 군민의 민원 사항을 정밀하게 해결해주는 시스템인데 군민 만족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태안군청 그의 집무실에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 쓰인 글귀가 있다. ‘군민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는 그의 군정 철학이다.
“얼마 전 슈바이처 박사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그는 30세에 대학교수였고, 목사였으며, 세계적인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였는데,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다시 공부를 시작해 의사가 된 후 여생을 봉사하며 살았죠. 그걸 보면서 저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맡은 군수직에 최선을 다할 거고, 퇴직하고 나서는 이웃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요. 단순 봉사도 좋지만, 기금이나 단체를 조성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겨울 태안 바다에서 꼭 맛보아야 할 음식 6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은 이곳만의 독특한 먹거리가 많다. 요즘 같은 겨울엔 제철 음식인 굴을 비롯해 서해안 꽃게, 간자미 등이 태안의 별미로 꼽힌다. 같은 해산물이라도 더 크고 살이 탄탄해서 태안에서만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해산물 요리를 소개한다.태안은 1300리 해안선을 따라 30여 개의 해수욕장과 1백14개의 크고 작은 섬, 42개의 항·포구 등을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물때에 맞춰 바닷가 근처 갯벌에 가면 굴을 캐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굴물회
굴은 태안의 제1 먹거리로 꼽힌다. 한때 생산량이 뚝 떨어졌던 적도 있지만,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굴이 풍년이다. 알려진 것처럼,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가까운 갯벌에 가면 굴을 따거나 손질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새콤달콤한 굴물회를 가장 신선하게 맞볼 수 있는 곳이 태안이다.간자미회무침
가오리 새끼를 지칭하는 간자미는 겨울에 살이 가장 두툼하다. 좀 먹을 줄 안다 싶은 사람들은 간자미의 제철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본다. 간자미는 회, 무침, 찜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데 갓 잡은 간자미를 어슷 썰어 미나리와 함께 새콤하게 무친 회무침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물텀뱅이매운탕
다소 낯선 음식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물텀뱅이’는 꼼칫과의 바닷물고기, 물메기를 의미한다. 잡히면 도로 바다에 던져 ‘텀벙’하는 소리가 났다고 해 태안에선 이렇게 불린다. 12~3월까지가 산란기인데 심해에서 연안으로 올라온 물메기가 이때 잡힌다. 시원하고 뜨끈한 국물이 일품이다.우럭포
태안 사람들의 우럭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가을 햇볕과 선선한 바람 아래 말린 우럭포는 우럭젓국과 우럭맑은탕, 우럭찜 등 다양한 음식의 식재료로 사용되는데 그냥 먹어도 맛있다.꽃게찜
서해안을 대표하는 꽃게도 태안의 별미 중 하나다. 겨울부터 봄까지가 제철. 속이 꽉 찬 꽃게는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찜, 탕,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 다양한 게 요리들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전복구이
흔히 전복이라고 하면 남해안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태안도 전복으로 유명하다. 특히 태안은 충청남도에서 유일하게 전복을 생산하는 곳이니 이곳에서 꼭 한번 맛보자.한상기 군수
photographer 홍태식 designer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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