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배우 조정석(44)에게도 오랜 시간 간직해온 꿈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그동안 조정석은 베테랑 뮤지컬 배우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 음원 발매로 가수 못지않은 활동을 해온 터라 ‘가수 도전’이라는 미션은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놀면 뭐하니?’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가수 도전기’는 단골 소재였기에 더욱더 그렇다. 그럼에도 조정석의 가수 도전기는 신선하다. 자신의 곡을 직접 작사·작곡하는 창작의 과정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기록됐다.
‘신인가수 조정석’에는 순도 높은 ‘조정석다운’ 음악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간 맡은 역할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받아온 조정석의 꾸밈없는 스타일 그대로다. 조정석의 도전은 10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곡을 완성해내야 하는 미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회차마다 조정석이 인연을 쌓아온 스타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이로써 조정석이 진행하는 토크쇼 같기도 하고, 월말 평가와 쇼케이스 등으로 이어지는 진행 방식을 보면 마치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 같기도 하다.
시작은 조정석의 습작곡이었다. tvN ‘꽃보다 청춘 ICELAND’를 함께했던 양정우 PD는 조정석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습작곡을 듣고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구상해냈다. 양 PD는 “조정석의 음악이 생각보다 좋았고, 바쁜 스케줄 중에도 진심으로 즐겁게 음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정석은 “프로그램을 제안받고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정석의 습작곡 하나로 가볍게 출발한 예능 프로그램은 여러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블루스퀘어에서 쇼케이스를 마련하는 등 점차 규모를 키워나갔다.
“제 우당탕탕 가수 도전기를 담아낸 프로그램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계획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우당탕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합니다. 편안하게 보시면서 엄청나게 웃으실 것 같아요.”
조정석은 연기자의 꿈에 앞서서, 음악에 대한 꿈이 먼저였다.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꿈이었으나 대학 입시에서 낙방했고, 교회에서 만난 전도사의 추천으로 연기를 공부해 한 달 만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교회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춤, 노래, 연기, 연출까지도 경험해본 덕분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실력을 갈고닦았죠. 자아 정체성이 형성된 시기였으니,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에 대학도 도전해봤어요. 첫 작곡은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옆 반에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노래로 만들었죠.”
100일간의 프로젝트로 완성된 음악은 놀랍다. 유명 가수들도 미니 앨범, 싱글 앨범을 내는 요즘, 무려 8곡을 정성스레 채워 넣은 정규 앨범 1집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노래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창작하는 걸 좋아했지만, 고된 시간이 있었어요.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곡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니까요.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주로 기타를 다루기 때문에 악기 특성에 맞는 곡들을 작곡하려고 했고, 장르적인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장르를 규정하면 너무 한계를 만날 것 같아서 이 곡 저 곡, 여러 가지 변주를 해보면서 좋은 곡들을 찾아냈습니다. 진짜 영혼을 갈아 넣은 느낌이었어요.”
가장 힘든 순간은 ‘월말 평가’로 꼽았다. 조정석은 김이나, 윤종신 등 전문가 앞에서 마치 ‘슈퍼스타K’의 출연자처럼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월말 평가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당황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이라 살면서 그렇게 떨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죠. 너무나 창피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맞닥뜨리고 멘토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김이나 작사가님 덕분에 좋은 가사의 방향성을 얻게 됐던 것 같아요.”
우선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 멤버인 정상훈이 있다. 정상훈은 ‘가수 조정석’의 가상 소속사 ‘정상기획’ 대표로 나선다. 그는 조정석이 무명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20년 지기 ‘찐 절친’이다. 정상훈은 자칫 잔잔하고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홍보실장을 맡은 유튜버 문상훈(빠니더스)과 함께 등장해 예능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실제 소속사 대표의 마인드로 절친 동생을 위해 헌신하고, 급기야는 무대에 오르는 조정석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조정석 역시 정상훈의 진심에 감동했다고 한다.
“사실 놀랐어요.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형인데, 촬영 끝나고 고기를 먹거나 하면 형이 냈다고 하더라고요. 정상기획 대표로서 형의 진심이 느껴졌던 순간이었어요. 20년 넘도록 봐왔지만, ‘정말 멋지고 좋은 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문상훈 홍보실장은 천재 같습니다. 진짜 아이디어 뱅크예요.”
창작은 철저하게 고독한 과정이지만, 다행히 조정석에게는 조언을 해줄 만한 인연들도 있었다. 우선 2013년 KBS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가수 아이유다. ‘최고다 이순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주연작이라 특별한 작품이자 인연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었다. 실제로 아이유는 “영화 ‘드림’을 찍으면서 조정석 오빠에게 코미디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늦은 밤에도 다양한 버전의 연기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낸 걸 보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나’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유는 ‘신인가수 조정석’의 첫 번째 게스트로 등장해 촬영 당시 이야기를 나눈 뒤, 음악을 듣고는 “음악이 너무 좋다”고 응원했고 “랩도 잘할 것 같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음악을 만들면서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심도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만한 분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조언을 들었죠. 아이유 씨는 제 음악을 듣고 ‘오빠, 충분히 멋있는 음악 하는 것 같은데요?’ 하고 말해줬거든요. 그때는 곡이 완성된 것도 아니고 습작에 불과했는데, 그걸 듣고 그런 이야기를 해준 게 너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은 2020~2021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만나 스핀오프 예능 프로그램 ‘슬기로운 산촌생활’도 함께했고 이후 ‘미도와 파라솔’이라는 밴드까지 결성한 일명 ‘99즈’, 배우 김대명·전미도·정경호·유연석이다.
“정말 고맙고 가족 같은 친구들인데, 제 연락을 받고 단번에 달려와줬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좋은 곡 있으면 팔아라’ 하면서 숟가락을 얹는 친구가 있었고, ‘곡을 어떻게 만드냐?’고 하다가 즉석에서 본인들의 곡을 만들기도 했죠.”
99즈가 ‘신인가수 조정석’에 기여한 부분은 매우 크다. 예능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연출하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는 정경호의 연출과 김대명의 출연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배우 공효진이 있다. 공효진과 조정석은 2016년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공효진 배우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계획에 없었는데, 99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효진 씨가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섭외 전화는 제가 했는데, 효진 씨가 흔쾌히 좋다고 하면서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행됐죠.”
‘신인가수 조정석’에 등장하는 다양한 셀럽 중에도 조정석의 아내이자 선배 가수인 거미의 존재는 더없이 특별하다. 두 사람은 2015년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2018년 결혼해 현재 5세 된 딸을 두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게 ‘잘하고 있으니까, 본인을 믿고 해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준 거미 씨가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또 거미 씨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면서 흔쾌히 참여해 냉정한 평가를 많이 해줬고, 평가를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감을 북돋아줬죠. 거미 씨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조정석의 쇼케이스 제목 “잠깐 들어봐 줄래?”는 조정석이 거미에게 늘 해온 말이기도 하다. 거미는 “둘이 놀 때 오빠가 기타를 치면서 흥얼거리곤 한다”는 말로 둘 사이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 보니 조정석이 직접 쓴 가사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인 ‘샴페인’은 거미가 육아에 지친 모습을 보면서 쓴 가사다.
‘신인가수 조정석’에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된 계기도 살짝 공개됐다. 조정석이 “나쁜 남자에 대한 음악이 힘들다”고 말하자, 거미가 “그럴 때(나쁜 남자였을 때)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연애로 가기 전 ‘썸’ 단계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버블시스터즈 영지와 동석한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조정석은 평소 거미의 팬이라고 말해왔는데,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영지가 거미와 술자리를 갖다가 조정석을 부른 것. 이후 두 사람은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받다가 조정석이 영화 ‘관상’ 뒤풀이에 거미를 부른 뒤 본격화되는 듯싶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조정석은 그날 이후 오히려 거미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의 이러한 행동에 거미는 “마음고생을 좀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조정석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그 당시 제게는 굳은 결심이 있었어요. ‘연애는 하지 않겠다.’ 새로운 매체(뮤지컬에서 영화)로 이동하면서 ‘여기에서 칼을 뽑았으면 진짜 멋있게 휘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제대로 휘두르는 상황이 아닐 때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도 부담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미 씨가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한 날, 사귀게 됐죠.”
‘신인가수 조정석’에는 이들 부부가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격려하고, 듀엣으로 한 무대에 서는 모습까지 담겼다. 또 이번 앨범에 부부 듀엣곡이 2곡이나 수록되어 있다. 두 사람의 팬이라면, 무대와 일상에서의 두 사람 모습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귀가 흐뭇할 것이다.
2024년은 ‘조정석의 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그의 약진이 돋보이는 해다. 올 초부터 쉼 없이 네 작품을 선보였다. 올 초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로 시작해 뮤지컬 ‘헤드윅’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영화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가 줄이어 개봉했다. 성적도 좋은 편이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6~7%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올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받는 ‘파일럿’은 9월 9일 관객 수 462만 명을 기록했는데, 현재까지도 흥행 진행 중이라 500만 명은 너끈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 ‘신인가수 조정석’은 공개되자마자 국내 순위 4위에 올랐고, 다채로운 장르의 8곡이 담긴 정규 앨범 1집도 발매됐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가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요. 너무 좋으면서도 ‘꿈인가, 진짜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배우로서 영화나 드라마의 결과물이 나오면 많은 분이 봐주시는 것이 최고의 평가인데, 가수도 똑같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제 음악을 듣고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요.”
타이틀곡 ‘샴페인’은 공개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차트 HOT 100에 25위로 올랐고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튀르키예 등 아이튠즈 톱 앨범 순위 5개국의 상위권에 올랐다. ‘샴페인’ 외에도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부른 ‘영화처럼 음악처럼’과 거미와 함께 부른 ‘First Hello (Duet 거미)’,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천천히 가자’, 딱 조정석다운 노래 ‘Loving, for you (미듐의 정석)’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우로서 ‘좋은 연기는 무엇일까?’ 늘 생각하는데 정의가 계속 바뀌거든요. ‘좋은 곡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듣기에 좋으면 좋은 곡인 것 같아요.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은 게 제 소망이고 바람이에요. 그리고 제 음악이 많은 분께 위로나 격려가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정석 #거미 #넷플릭스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신인가수 조정석’에는 순도 높은 ‘조정석다운’ 음악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간 맡은 역할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받아온 조정석의 꾸밈없는 스타일 그대로다. 조정석의 도전은 10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곡을 완성해내야 하는 미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회차마다 조정석이 인연을 쌓아온 스타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이로써 조정석이 진행하는 토크쇼 같기도 하고, 월말 평가와 쇼케이스 등으로 이어지는 진행 방식을 보면 마치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 같기도 하다.
# 배우로 20년, 음악인으로 30년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조정석.
“제 우당탕탕 가수 도전기를 담아낸 프로그램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모든 계획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우당탕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합니다. 편안하게 보시면서 엄청나게 웃으실 것 같아요.”
조정석은 연기자의 꿈에 앞서서, 음악에 대한 꿈이 먼저였다.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꿈이었으나 대학 입시에서 낙방했고, 교회에서 만난 전도사의 추천으로 연기를 공부해 한 달 만에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교회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춤, 노래, 연기, 연출까지도 경험해본 덕분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실력을 갈고닦았죠. 자아 정체성이 형성된 시기였으니,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에 대학도 도전해봤어요. 첫 작곡은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옆 반에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노래로 만들었죠.”
100일간의 프로젝트로 완성된 음악은 놀랍다. 유명 가수들도 미니 앨범, 싱글 앨범을 내는 요즘, 무려 8곡을 정성스레 채워 넣은 정규 앨범 1집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노래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창작하는 걸 좋아했지만, 고된 시간이 있었어요.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곡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니까요.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주로 기타를 다루기 때문에 악기 특성에 맞는 곡들을 작곡하려고 했고, 장르적인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장르를 규정하면 너무 한계를 만날 것 같아서 이 곡 저 곡, 여러 가지 변주를 해보면서 좋은 곡들을 찾아냈습니다. 진짜 영혼을 갈아 넣은 느낌이었어요.”
가장 힘든 순간은 ‘월말 평가’로 꼽았다. 조정석은 김이나, 윤종신 등 전문가 앞에서 마치 ‘슈퍼스타K’의 출연자처럼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월말 평가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당황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이라 살면서 그렇게 떨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죠. 너무나 창피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맞닥뜨리고 멘토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김이나 작사가님 덕분에 좋은 가사의 방향성을 얻게 됐던 것 같아요.”
#정상훈·아이유·99즈·공효진…신인 가수 탄생의 조력자들
‘신인가수 조정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조정석의 화려한 인맥이다. 매 회차 인연을 맺어온 지인들이 등장하는데, 그 자체가 큰 볼거리일 뿐 아니라 해당 작품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팬 서비스가 되기도 한다.
우선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 멤버인 정상훈이 있다. 정상훈은 ‘가수 조정석’의 가상 소속사 ‘정상기획’ 대표로 나선다. 그는 조정석이 무명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20년 지기 ‘찐 절친’이다. 정상훈은 자칫 잔잔하고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홍보실장을 맡은 유튜버 문상훈(빠니더스)과 함께 등장해 예능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실제 소속사 대표의 마인드로 절친 동생을 위해 헌신하고, 급기야는 무대에 오르는 조정석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조정석 역시 정상훈의 진심에 감동했다고 한다.
“사실 놀랐어요.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형인데, 촬영 끝나고 고기를 먹거나 하면 형이 냈다고 하더라고요. 정상기획 대표로서 형의 진심이 느껴졌던 순간이었어요. 20년 넘도록 봐왔지만, ‘정말 멋지고 좋은 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문상훈 홍보실장은 천재 같습니다. 진짜 아이디어 뱅크예요.”
창작은 철저하게 고독한 과정이지만, 다행히 조정석에게는 조언을 해줄 만한 인연들도 있었다. 우선 2013년 KBS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가수 아이유다. ‘최고다 이순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주연작이라 특별한 작품이자 인연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었다. 실제로 아이유는 “영화 ‘드림’을 찍으면서 조정석 오빠에게 코미디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늦은 밤에도 다양한 버전의 연기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낸 걸 보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나’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유는 ‘신인가수 조정석’의 첫 번째 게스트로 등장해 촬영 당시 이야기를 나눈 뒤, 음악을 듣고는 “음악이 너무 좋다”고 응원했고 “랩도 잘할 것 같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음악을 만들면서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심도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만한 분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조언을 들었죠. 아이유 씨는 제 음악을 듣고 ‘오빠, 충분히 멋있는 음악 하는 것 같은데요?’ 하고 말해줬거든요. 그때는 곡이 완성된 것도 아니고 습작에 불과했는데, 그걸 듣고 그런 이야기를 해준 게 너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은 2020~2021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만나 스핀오프 예능 프로그램 ‘슬기로운 산촌생활’도 함께했고 이후 ‘미도와 파라솔’이라는 밴드까지 결성한 일명 ‘99즈’, 배우 김대명·전미도·정경호·유연석이다.
“정말 고맙고 가족 같은 친구들인데, 제 연락을 받고 단번에 달려와줬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좋은 곡 있으면 팔아라’ 하면서 숟가락을 얹는 친구가 있었고, ‘곡을 어떻게 만드냐?’고 하다가 즉석에서 본인들의 곡을 만들기도 했죠.”
99즈가 ‘신인가수 조정석’에 기여한 부분은 매우 크다. 예능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연출하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는 정경호의 연출과 김대명의 출연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배우 공효진이 있다. 공효진과 조정석은 2016년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공효진 배우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계획에 없었는데, 99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효진 씨가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섭외 전화는 제가 했는데, 효진 씨가 흔쾌히 좋다고 하면서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행됐죠.”
#가장 훌륭한 음악 선배이자 아내 거미
조정석과 거미 부부는 ‘신인가수 조정석’에서 듀엣곡을 부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게 ‘잘하고 있으니까, 본인을 믿고 해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준 거미 씨가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또 거미 씨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면서 흔쾌히 참여해 냉정한 평가를 많이 해줬고, 평가를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감을 북돋아줬죠. 거미 씨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조정석의 쇼케이스 제목 “잠깐 들어봐 줄래?”는 조정석이 거미에게 늘 해온 말이기도 하다. 거미는 “둘이 놀 때 오빠가 기타를 치면서 흥얼거리곤 한다”는 말로 둘 사이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 보니 조정석이 직접 쓴 가사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인 ‘샴페인’은 거미가 육아에 지친 모습을 보면서 쓴 가사다.
‘신인가수 조정석’에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된 계기도 살짝 공개됐다. 조정석이 “나쁜 남자에 대한 음악이 힘들다”고 말하자, 거미가 “그럴 때(나쁜 남자였을 때)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연애로 가기 전 ‘썸’ 단계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버블시스터즈 영지와 동석한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조정석은 평소 거미의 팬이라고 말해왔는데,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영지가 거미와 술자리를 갖다가 조정석을 부른 것. 이후 두 사람은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받다가 조정석이 영화 ‘관상’ 뒤풀이에 거미를 부른 뒤 본격화되는 듯싶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조정석은 그날 이후 오히려 거미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의 이러한 행동에 거미는 “마음고생을 좀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조정석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그 당시 제게는 굳은 결심이 있었어요. ‘연애는 하지 않겠다.’ 새로운 매체(뮤지컬에서 영화)로 이동하면서 ‘여기에서 칼을 뽑았으면 진짜 멋있게 휘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제대로 휘두르는 상황이 아닐 때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도 부담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미 씨가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한 날, 사귀게 됐죠.”
‘신인가수 조정석’에는 이들 부부가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격려하고, 듀엣으로 한 무대에 서는 모습까지 담겼다. 또 이번 앨범에 부부 듀엣곡이 2곡이나 수록되어 있다. 두 사람의 팬이라면, 무대와 일상에서의 두 사람 모습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귀가 흐뭇할 것이다.
2024년은 ‘조정석의 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그의 약진이 돋보이는 해다. 올 초부터 쉼 없이 네 작품을 선보였다. 올 초 tvN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로 시작해 뮤지컬 ‘헤드윅’으로 활동을 이어갔고, 영화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가 줄이어 개봉했다. 성적도 좋은 편이다. ‘세작, 매혹된 자들’은 6~7%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올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받는 ‘파일럿’은 9월 9일 관객 수 462만 명을 기록했는데, 현재까지도 흥행 진행 중이라 500만 명은 너끈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 ‘신인가수 조정석’은 공개되자마자 국내 순위 4위에 올랐고, 다채로운 장르의 8곡이 담긴 정규 앨범 1집도 발매됐다.
#바야흐로 조정석 시대
정상훈, 문상훈, 김대명, 공효진, 아이유 등 내로라하는 셀럽들이 조정석의 가수 데뷔를 도왔다.
타이틀곡 ‘샴페인’은 공개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차트 HOT 100에 25위로 올랐고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튀르키예 등 아이튠즈 톱 앨범 순위 5개국의 상위권에 올랐다. ‘샴페인’ 외에도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부른 ‘영화처럼 음악처럼’과 거미와 함께 부른 ‘First Hello (Duet 거미)’,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천천히 가자’, 딱 조정석다운 노래 ‘Loving, for you (미듐의 정석)’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우로서 ‘좋은 연기는 무엇일까?’ 늘 생각하는데 정의가 계속 바뀌거든요. ‘좋은 곡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듣기에 좋으면 좋은 곡인 것 같아요.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은 게 제 소망이고 바람이에요. 그리고 제 음악이 많은 분께 위로나 격려가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정석 #거미 #넷플릭스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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