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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양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김선호・박동진 부부

특집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됐다] ⓵

문영훈 기자, 조지윤 기자

2024. 05. 07

“하지만 아빠였어. 제대로 해주진 못했어도 그래도 6년 동안 아빠였어.”

료타는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야 자신이 돼먹지 못한 아버지였음을 고백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묻는다. 과연 가족은 주어지는 것인가.

가정의 달을 맞아 ‘여성동아’가 만난 여섯 모양의 가족은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됐다”고 말한다. 한일 커플은 국경을 뛰어넘어 결혼하기 위해, 입양 가족은 내가 낳지 않은 아이와 가족이 되기 위해 수십 장의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다. 네 자매는 “언젠가 같이 살자”는 어릴 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남편을 비롯해 15명의 동의를 구했다. 수많은 난관을 뚫었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가족이 되지 못한 레즈비언 커플과 그 딸도 있다.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사돈지간이 함께 사는 가족), ‘일상과 마음을 나눌 존재’(네 자매 가족), ‘함께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이민 가족),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레즈비언 커플) 등 각각 정의하는 가족은 다르지만 마음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김선호·박동진 부부는 양가 부모님과 합가 이전부터 다 같이 해외여행을 다니곤 했다.

김선호·박동진 부부는 양가 부모님과 합가 이전부터 다 같이 해외여행을 다니곤 했다.

‘뒷간과 사돈집은 멀어야 좋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사돈 관계는 옛날부터 조심스럽게 여겨졌다. 여전히 고부 및 장서 갈등으로 이혼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서로 껄끄러울 소지가 다분한 관계라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김선호·박동진 부부가 양가 부모님을 모두 모시고 한집에서 살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깜짝 놀란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는 세 가족이 함께 모여 살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1층을 둘로 나누어 왼편과 오른편에 사돈댁이 각각 거주한다. 가운데 손님용 화장실을 통로 삼아 문 하나 사이로 이웃해 있다. 2층에는 부부와 두 아이의 방, 가족 모두를 위한 공용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 지붕 아래 8명이 살아가는 이 아찔한 동거는 올해로 4년째 순항 중이다. 한 살 차이 나는 양가 어머니께서는 친구처럼 지내며 서로 티타임도 갖고, 가족 단위로 산책도 자주 나간다고. 손주들을 매개로 늘 집 안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중요한 것은 ‘사돈’이라는 형식적인 관계를 떠나,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가족의 화목이 날로 두터워지고 있다는 사실.

너희 엄마, 아빠 아닌  ‘우리’ 엄마, 아빠.

너희 엄마, 아빠 아닌 ‘우리’ 엄마, 아빠.

어떻게 양가 부모님을 모시게 됐나요.

박동진(박) | 저랑 남편 둘 다 외동이라 자연스레 나이가 들면 양가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자식이 없는 만큼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외로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으니까요. 결혼 초부터 양가 부모님께 언젠가 우리가 같이 살 집을 지으면 함께 생활하자고 말씀드렸어요.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얘기하니까 어른들께서도 은연중에 기다리셨는지 동거를 제안하자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들께서 사돈댁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해 걱정하시지 않았나요.

김선호(김) | 결혼하고부터 매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여행을 다녔어요. 국내는 물론 베트남, 뉴질랜드 등 해외로도 길게 여행을 다녔죠. 다 같이 한집에 모여 시간을 보낸 경험이 꽤 있어서 함께 생활한다 해도 크게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저희도 양가 부모님의 생활 방식을 잘 아니까 ‘언젠가 함께 살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면서 미리 머릿속으로 많은 그림을 그려봤어요.

박 | 양가 부모님은 각각 경기도 안양과 부천에 사셨는데, 아무래도 연세가 드신 뒤에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네 분 모두 손주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손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흔쾌히 수락하셨죠.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아무래도 연고 없는 동네라 심심해하셨지만, 이제는 어른들끼리 친구처럼 의지하면서 이웃분들과도 교류하며 잘 지내세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8식구의 집 ‘오하나’(왼쪽). 집 완공 후 처음으로 양가 부모님이 함께한 자리.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8식구의 집 ‘오하나’(왼쪽). 집 완공 후 처음으로 양가 부모님이 함께한 자리.

사돈끼리의 관계는 어떠신가요.

박 | 사돈 관계뿐만이 아니라 부부나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같이 살면 불편하고 힘든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양가 어르신들 모두 사돈이라서가 아니라 응당 공동주택에 살면 생기는 불편이라 여기시고 서로 많이 배려하시죠. 사돈이라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어머님들끼리는 여자 대 여자, 아버님들끼리는 남자 대 남자, 또 결국은 사람 대 사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손자들을 매개로 서로 터놓고 자연스럽게 대화하실 때가 많아요. 식사는 따로 하는데, 한 달에 두어 번은 다 같이 모여서 먹어요. 서로 강요하는 게 없기 때문에 티타임도 집에 있는 사람들끼리 편하게 갖고요.


다 같이 살 때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 |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요. 부모가 주는 사랑과 조부모가 주는 사랑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부모의 사랑은 맹목적이기보다는 규율과 책임을 알려준다면 조부모는 늘 아이들을 품어주고 조건 없이 응원하죠. 아이들이 6명의 어른에게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저희 부부가 연로한 부모님들을 가까이서 돌볼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사소하게는 부모님이 어려워하는 휴대폰이나 인터넷 관련 문제도 바로 처리해드릴 수 있어요. 나이 들수록 아픈 것을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곁에 있으니까 자식들이 바로 캐치해서 병원으로 모실 수도 있고요. 부모님께 받는 사랑도 크고, 그만큼 우리가 자식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점이 많다는 것에도 감사하죠.


명절에는 어떻게 보내나요.

김 | 제사는 따로 안 지내고 가족끼리 모여 식사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다 같이 살게 되면서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고 싶어서 게임 형식으로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있어요. 뒤집개로 지폐를 뒤집은 만큼 가져간다거나 긁는 복권을 직접 만들어서 당첨 금액을 드리는 식이에요. 둘 다 외동이라 명절이 조용했었는데 이제는 북적북적하고 재미나게 보내고 있어요.


어른을 모시고 사는 게 힘들지 않나요.

김 |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갔을 때 부모님이 하면 안 되는 말 모음인 ‘부모님 여행 십계명’이 화제가 된 것처럼, 주변에서도 어른들과 여행 갔을 때 불평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요. 그런데 저희는 양가 부모님과 여행 다닐 때 트러블이 한 번도 없었어요. 늘 저희의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편안하게 대해주셨죠. 오히려 저희가 같이 살면서 받는 것이 더 많은 거 같아요.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 |
얼마 전 큰아이에게 가족이 뭐냐고 묻자 아이가 “가족은 울타리 같다”고 하더라고요. 무한정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라면서요. 이제는 8명이 하나가 된 우리 가족은 늘 그렇게 든든하게 서로의 옆을 지켜주는 포근한 존재입니다.


#사돈 #대가족 #여성동아

사진제공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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