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시청하다가 게스트로 출연한 이영애(53) 때문에 여러 번 놀랐다. 일단 핫 핑크 재킷을 너끈히 소화하는 50대 이영애의 미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월이 비켜 간 얼굴로 이영애는 “잔소리를 안 하면 화병이 난다”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딸 쌍둥이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유튜브 웹 예능 ‘문명특급’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콘서트에 함께 가고, 탕후루와 마라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요즘 엄마’의 애환을 전하며 예능 나들이를 즐겼다.
데뷔 34년 차 이영애는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tvN 새 드라마 ‘마에스트라’ 홍보에 열을 올리며 과거에 안녕을 고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게, 2009년 결혼과 2011년 출산을 거치며 장시간 휴식기를 가진 이영애는 2017년 SBS ‘사임당 빛의 일기’로 복귀했지만 예전의 그 흥행보증수표가 아니었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동시간대 드라마 절반도 안 되는 시청률로 초라한 종영을 했고, 관객 수 전국 64만 명에 그친 영화 ‘나를 찾아줘’와 1~2%대 시청률을 거둔 JTBC 드라마 ‘구경이’까지 줄줄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작품 고르는 안목과 연기력만은 여전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에게 제25회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경찰 출신의 은둔형외톨이 배역을 소화한 ‘구경이’를 통해서는 팬 아트를 선물하는 젊은 팬들이 생겼다. 특히 폐인처럼 사는 전직 형사 구경이를 연기하며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었다. “SNS에서 팬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찾아봤다”는 이영애는 “‘내가 다섯 살 때 ‘대장금’이 나왔는데, ‘구경이’로 이영애의 연기를 제대로 봤다’는 반응을 보고 정말 심쿵했다. 어떤 역할을 해도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종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구경이’로 미약하게나마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마에스트라’ 속 비밀을 감춘 세계적인 지휘자 ‘차세음’으로 피치를 올려야 할 때다. “특정한 이미지나 상징적인 역할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가늘더라도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영애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말이다. 워낙 출중한 이영애들이 많아 쉽진 않겠지만, 이영애는 과거의 이영애를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친절한 금자씨’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일까. 이영애는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돌연 20세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했다. 이에 대해 최근 패션지 ‘엘르’ 화보에서 “가정을 꾸린 뒤 다시 배우로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속에 결정을 내렸다”며 “일이 좋아서 조금씩 그 시기를 미뤘다면 아마 지금과는 많은 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애 #마에스트라 #대장금 #여성동아
사진 출처 각 작품 홈페이지 및 SNS, 까르띠에, 리아네이처 SNS
데뷔 34년 차 이영애는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tvN 새 드라마 ‘마에스트라’ 홍보에 열을 올리며 과거에 안녕을 고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게, 2009년 결혼과 2011년 출산을 거치며 장시간 휴식기를 가진 이영애는 2017년 SBS ‘사임당 빛의 일기’로 복귀했지만 예전의 그 흥행보증수표가 아니었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동시간대 드라마 절반도 안 되는 시청률로 초라한 종영을 했고, 관객 수 전국 64만 명에 그친 영화 ‘나를 찾아줘’와 1~2%대 시청률을 거둔 JTBC 드라마 ‘구경이’까지 줄줄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작품 고르는 안목과 연기력만은 여전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에게 제25회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경찰 출신의 은둔형외톨이 배역을 소화한 ‘구경이’를 통해서는 팬 아트를 선물하는 젊은 팬들이 생겼다. 특히 폐인처럼 사는 전직 형사 구경이를 연기하며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었다. “SNS에서 팬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찾아봤다”는 이영애는 “‘내가 다섯 살 때 ‘대장금’이 나왔는데, ‘구경이’로 이영애의 연기를 제대로 봤다’는 반응을 보고 정말 심쿵했다. 어떤 역할을 해도 자신 있게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종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구경이’로 미약하게나마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마에스트라’ 속 비밀을 감춘 세계적인 지휘자 ‘차세음’으로 피치를 올려야 할 때다. “특정한 이미지나 상징적인 역할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가늘더라도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영애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말이다. 워낙 출중한 이영애들이 많아 쉽진 않겠지만, 이영애는 과거의 이영애를 넘어서야 한다.
이영애가 넘어야 할 이영애의 순간들
“라면, 먹을래요?” | 봄날은 간다(2001) |
멜로 대가 허진호 감독의 대표작 ‘봄날은 간다’는 일을 계기로 만난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는 과정을 지나가는 봄날에 비유했다. 개봉 당시 30세였던 이영애가 청초한 얼굴로 그렇지 못하게 툭 던진 “라면, 먹을래요?”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대사다. 이영애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 PD 역이라 러닝타임 대부분 옅은 화장에 수수한 캐주얼 차림새로 나온다.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보다 15년 먼저 빨간 목도리를 하고 대나무 숲에 있는 이영애는 지금 봐도 정말 예쁘다.국민 배우와 한복 퀸의 시작 | 대장금(2003~2004) |
이영애의 연기 인생은 ‘대장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최고 시청률 57.8%를 기록한 ‘대장금’을 통해 이영애는 한류스타로 우뚝 섰다. 그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타이틀롤 역할을 완벽히 해냈으며, 훗날 이영애 스스로 미모 성수기 시절로 꼽을 만큼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영애 하면 단아한 한복 자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드라마가 2003년 9월 시작해 해를 넘기며 54부작까지 방영됐거니와 종영 후 각종 한류 문화 행사에서 한복을 선보인 까닭이다.“너나 잘하세요” | 친절한 금자씨(2005) |
이미지 변신을 위한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친절해 보일까 봐 빨갛게 칠한 눈 화장과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복수에 나서는 섬뜩한 모습이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찬욱 감독이 촬영 중 이영애의 연기가 너무 무서워 소리를 지를 뻔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하지만 ‘친절한 금자씨’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일까. 이영애는 이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돌연 20세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했다. 이에 대해 최근 패션지 ‘엘르’ 화보에서 “가정을 꾸린 뒤 다시 배우로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속에 결정을 내렸다”며 “일이 좋아서 조금씩 그 시기를 미뤘다면 아마 지금과는 많은 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마와 아내 그리고 배우, 완벽한 삼박자 | 구경이(2021) |
부스스한 폭탄 머리의 이영애를 보게 될 줄이야.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경찰 출신 보험조사관 구경이 그 자체였던 이영애에게 이정흠 PD는 매 촬영마다 “이거 나가도 되냐?”고 물었다. 이즈음의 이영애는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구찌와 패션지 ‘데이즈드’와 함께한 저소득 가정 환아를 돕는 기부 캠페인 화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역할을 다하면서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됐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많이 고민해요.”‘강마에’를 잊게 할 ‘차마에’ 등장 | 마에스트라(2023~2024) |
“나랑 싸우고 싶으면 음악으로 싸우라”며 불만을 지닌 단원들을 제압한 ‘차마에’는 실력으로 뽑힌 최연소 악장에게도 격려 대신 “가면을 벗으라”고 자극한다. “협박하고 회유하든 다 부러뜨리고 스스로 해야 악장 자리가 자기 것이 된다”는 조언은 차세음이 어떻게 전 세계에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자리에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올린과 지휘법 연습을 1년 가까이 했다더니 비주얼에서도 이를 갈고 나온 티가 난다. 카리스마를 극대화하는 올백 스타일과 레더 재킷, 화려한 패턴 블라우스 등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이영애다.#이영애 #마에스트라 #대장금 #여성동아
사진 출처 각 작품 홈페이지 및 SNS, 까르띠에, 리아네이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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