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애나는 이내 세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존재가 됐다. 탁월한 패션 센스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요소였다. 왕실이 기대하는 클래식한 스타일에 젊은 감각을 더한 그녀만의 스타일은 1980~90년대 패션계를 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막 궁에 입성해 공식 행사를 소화하던 때부터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를 돌보는 데 집중하던 젊은 엄마 시기를 지나 자선 활동에 몰두하던 기간, 왕실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쓴 시점까지…. 그녀는 매 순간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소화했고, 그에 걸맞은 의상을 골라내는 심미안도 갖고 있었다. 다이애나야말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패션에 담아낼 줄 아는 영리한 안목의 소유자였다는 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아함의 극치, 진주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

이후에도 다이애나는 공식 행사에 나설 때면 우아한 드레스 맵시를 뽐내곤 했다. 1981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행사에서 선보인 오프숄더 시폰 가운은 소재 특유의 반짝임과 목을 감싼 진주 초커가 어우러져 오로라 같은 광채를 뽐냈다. 1982년 가을 카디프에서 열린 자선콘서트 때는 하늘색 레오퍼드 패턴 가운을 입었다. 이는 다이애나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한 엠마누엘 부부 작품으로, 20대 초반 왕세자빈의 로맨틱 무드를 극대화했다.
다이애나는 드레스와 진주를 매치해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능했다. 1989년 선보인 화이트 컬러 투피스는 볼레로와 H라인 이브닝드레스 앞쪽을 진주로 수놓아 일명 ‘엘비스 드레스’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지금은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영화 ‘스펜서’에도 다이애나의 우아한 드레스 스타일이 등장한다. 티저 포스터에 담긴 오간자 이브닝드레스는 샤넬의 오트 쿠튀르에서 제작한 것. 총 1034시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이 드레스 덕에 ‘스펜서’에서 다이애나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드가 더욱 다이애나처럼 보인다.
고무장화와 카디건을 입고 등장한 민중의 왕세자빈

스웨트 셔츠와 반바지, 검은 양이 그려진 니트, 핑크색 체크 바지와 점퍼 등으로 캐주얼한 멋을 뽐낸 다이애나. 다이애나는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옷차림으로 특별한 말 없이도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아는 패셔니스타였다.
다이애나의 캐주얼 스타일은 3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인기다. 핑크 카디건에 깅엄 팬츠를 매치한 스타일은 레트로 트렌드의 좋은 예. 그녀가 1983년 폴로 경기에 참가하면서 입은 ‘검은 양’ 스웨터는 흰색 양 여러 마리 사이에 단 한 마리의 검은 양이 있는 것이 포인트로, 다이애나의 외로움을 시각적으로 표현됐다는 추측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쇼츠 스타일링도 이미 30년 전 다이애나가 시도한 것이라는 사실. 컬러풀한 사이클링 쇼츠에 박시한 스웨트 셔츠와 하이톱 스니커즈를 매치한 그녀의 룩은 MZ세대 패션 인플루언서로 보일 정도다. 다이애나가 1995년 입은 스웨트 티셔츠 한 장은 2019년 경매에서 5만3000달러에 낙찰됐다. 모델 헤일리 비버는 다이애나의 캐주얼한 면모를 오마주한 화보를 한 매거진과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외교와 자선 사이, 아이덴티티를 찾아 나섰던 커리어 우먼
결혼 초기 순진한 눈망울을 가졌던 왕세자빈은 대외 활동이 많은 직책을 수행하며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갔다. 정상회담이나 외교 순방 등에 나설 때는 파스텔컬러 투피스 스커트를 즐겨 입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H라인 스커트로 단정하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고 때로는 화려한 모자를 매치해 포인트를 줬다.이 시기 다이애나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 아이템을 활용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디올의 아이코닉 토트백 ‘레이디 디올’이다. 1995년 다이애나는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대통령 부인에게서 이 백을 선물 받았다. 아직 공식 출시되기 전이었지만 다이애나가 백을 든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원래 이 백에 ‘슈슈’라는 이름을 붙일 계획이던 디올은 다이애나와 디올의 머리글자가 D로 같다는 점에 착안해 ‘Lady Dior’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Lady D’라는 별명이 따라온 것은 당연지사. 페라가모의 간치오 클러치백 역시 다이애나가 색깔별로 들고 나와 ‘Lady D’ 백으로 불렸다. 이 시기의 스타일은 지금 그녀의 며느리인 케이트 미들턴과 메건 마클을 통해 종종 연출된다.
패션에서도 드러난 과감하고 독립적인 성격

다이애나가 1994년 선보인 블랙 벨벳 미니드레스. 이날은 찰스 왕세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공식적으로 시인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날이라 어깨를 훤히 드러낸 의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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