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the guest’에서 주인공 윤화평을 연기해 또다시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국적 엑소시즘 드라마를 표방한 ‘손 the guest’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영혼을 지배하는 악령과 영매, 가톨릭 사제, 형사가 사투를 벌이는 극적 구조로 예측할 수 없는 공포를 유발하며 최고 4.1%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김동욱이 연기한 윤화평은 ‘큰 귀신’ 박일도로 인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후 20년 넘게 그를 쫓는 영매. 윤화평 자신과 귀신에 빙의된 인물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홀리고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김동욱의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후련합니다(웃음). 촬영해야 할 분량도 많았고,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찍는 일도 쉽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들이 만만치 않았죠.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무척 흥미로웠어요. 영매라는 것도 그렇지만 무속인 집안에서 외롭게 자라나,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령을 쫓는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정했죠. 이 작품이 마니아들이 주로 보는 장르라는 점 때문에 고민이 되긴 했지만 김홍선 PD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이 걱정되진 않았습니다.
드라마 게시판에 김동욱 씨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좋게 봐주셨다면 너무 다행이에요. 시청자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화평이의 심리적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어요.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빙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무당, 구마(驅魔) 다큐멘터리도 보고 관련 자료도 읽으면서 공부했죠. 모든 걸 완성한 채 촬영을 시작한 게 아니고,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구체화했어요. PD님, 동료 배우들과 어떻게 연기해야 화평이란 인물에 대한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에 관해 많이 의논했어요. 화평이란 인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연기한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오싹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주로 밤에 폐건물 같은 으슥하고 무서운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 섬뜩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특히 스태프들이 밖에서 촬영하고 저 혼자 그 공간에 있을 때는 좀 오싹했어요.
공포물 같은 경우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들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았나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 땐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 작품과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액션 히어로물이나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힐링을 했어요. 현장에서도 틈틈이 동료 배우들과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면서 많이 웃으려고 했고요.
김동욱 씨가 느낀 피로감이 윤화평이란 극 중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어요. 제가 연기하는 윤화평은 잠도 잘 못 자고, 지쳐서 살아가는 인물인데 실제로 저도 그렇게 지냈으니까요. 촬영하러 갈 때 ‘오늘 (극 중 인물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겠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죠(웃음).
귀신의 존재를 믿나요. 어떤 사연이 있어서 연기를 잘하나 싶기도 했어요.
특별한 사연은 없어요. 귀신은 무서워해요(웃음). 이번에 꿈을 정말 많이 꿨거든요. 평소에도 가위에 자주 눌리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할 때는 좀 더 심했죠. 어떤 사건 사고에 처해서 누구를 구하고, 도망치는 꿈들을 많이 꿨던 것 같아요.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지 못하는 꿈도 꿨고요. 그 때문에 힘들었지만 동료들 덕분에 훌훌 털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다들 힘들었음에도 서로 배려하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어요. 재욱이와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제가 어떤 연기를 하든 그 친구가 잘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대본을 보고 의문점이 생기면 현장에서 이야기하거나 통화하면서 같이 풀어갔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늘 똑같아요. 대본을 받으면 관객으로서 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게 읽히는가 생각해요. 그 첫인상이 강하게 오는 작품이 있으면 출연을 심도 있게 고민하죠.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을 마쳐도 너무 진부한 연기를 한 건 아닌지, 늘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요.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이 윤화평이란 캐릭터와 비슷해 보여요.
닮은 것도 같네요. 배우에게 고민은 숙명 같아요. 더 좋은 연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게 뭘까 계속 고민하면서 나아가야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을 끝내고 좋은 평을 얻을 때 ‘내가 조금 더 성장했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작품을 모니터링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발견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두 가지 마음이 계속 교차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화평이가 치열하게 절실하게 안타깝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인물로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더 칭찬해도 될 것 같은데, 너무 인색한 것 아닌가요.
이번 작품 끝나고 팬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하지만 새 작품에 들어갈 때는 이런 감정을 털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스스로 더 치열하게 연기에 임할 것 같거든요. 작품이 끝났을 때 칭찬을 들으면 또 행복할 것 같고요.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자신감은 조금씩 생기긴 했어요.
‘손 the guest’ 시즌2가 제작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처음엔 예정에 없던 건데, 감사한 일이죠. 시청자들이 그만큼 좋게 봐주셨다는 이야기니까요.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덱스터스튜디오 리얼라이즈픽처스 키이스트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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