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마’를 시작할 때는 너무 오랜만인 데다가 위축되고 자신감도 바닥이었던 터라,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컸었어요. 요즘도 가끔 ‘마마가 안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도 다 ‘마마’가 잘됐기 때문이죠. 마마는 제겐 여러모로 은인같이 고마운 작품이에요.”
엄마가 된 후 새롭게 보이는 것들
그녀가 ‘마마’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싱글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데는, 자신이 엄마라는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 아이보다 시청률에 목매던 ‘온에어’의 드라마 작가 서영은도, 사랑하는 어린 딸을 남기고 떠나야 했던 영화 ‘웨딩드레스’의 고운도 송윤아의 분신이지만, 그녀가 연기한 모든 엄마들 가운데 승희가 유독 가슴 깊숙이 와 박혔던 건 경험에 따라 연기의 폭과 깊이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어서일 것이다. 송윤아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MBC 연기대상과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연기자로서의 성공적인 컴백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아들 승윤의 이름은 남편 설경구와 친분이 두터운 이창동 감독이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다섯 살배기 아들은 그녀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하루 종일 같이 놀아주길 바라는, ‘엄마바라기’다. 어릴 때도 잠버릇이 잘못 들어 밤새 울며 보채 무던히도 그녀를 힘들게 했던 녀석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저희 아들은 특히나 엄마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요즘 제가 촬영을 시작해서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데, 아이를 돌봐주는 분 말씀으론,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눈물을 흘린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아이가 엄마와 같이 있고 싶은데 참고 있는 게 느껴져요. 그런 걸 보면 짠하죠. 다행히 남편이 지난주에 영화 촬영을 마치고 9월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아이와 놀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다음엔 제가 드라마를 마치고 교대하면 되니까 마음이 놓여요.”

송윤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남편 설경구와 아들 승윤의 사진들.
“드라마에서 저는 진상필 의원을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요. 그 관계를 보면 제가 갑이고 진상필 의원이 을이 될 수 있는데, 국회에 들어가는 순간 둘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죠. 국회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가 올라가지만, 보좌관은 10년이 지나도 맨 끝에 앉을 수밖에 없는 아픔이 있더라고요. 그런 정치인과 정치판의 이면을 보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윤아는 정치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세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는 바가 없지만, 출산 후 자연스럽게 아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는 눈에 잘 들어오고,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생겨요. 우리나라는 아이들과 관련한 법률이나 규제 등이 좀 느슨한 부분이 있는데 좀 더 강화되면 좋겠어요.”
송윤아가 ‘어셈블리’의 출연을 결정하게 된 데는 선배 배우 박영규와 정재영에 대한 믿음도 컸다. 특히 정재영은 송윤아의 남편 설경구와 ‘실미도’ ‘강철중 : 공공의 적 1-1’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각별한 사이다. 정재영은 “(송윤아가) 우리 형수님이시다. 배우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로서도 멋진 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재영은 스크린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해왔지만 드라마는 처음이라 그와 송윤아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영규 선배와 정재영 씨가 먼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작품은 묻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기적이지만 부담감을 던 것은 사실이죠. 그런데 하루하루 촬영을 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다들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데 나만 이상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KBS를 통해 데뷔(1995년 슈퍼탤런트 금상)했는데, 1999년 ‘유정’ 이후 정말 오랜만에 친정에 돌아왔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지켜봐주세요.”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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