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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미술관으로 간 G-DRAGON&엇갈린 시선들

글 · 김유림 기자 | 사진 · 김도균,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15. 07. 16

그룹 ‘빅뱅’ 리더 지드래곤이 6월 9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스마이너스원 : 무대를 넘어서’ 전시를 시작했다. 대중음악 스타가 대표적인 공공 미술관과 협업해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문화계와 연예계의 주목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지드래곤이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또 다른 예술의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미술관으로 간 G-DRAGON&엇갈린 시선들
케이팝 선두주자이자 국내 대중문화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리는 ‘빅뱅’의 지드래곤(27)이 미술계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스마이너스원 : 무대를 넘어서’ 전시회를 여는 것. ‘무대를 넘어서’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뮤지션으로서의 지드래곤이 보여준 시각적 퍼포먼스를 넘어서, 그의 음악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팝뮤직과 시각예술의 협업을 보여준다는 취지를 지녔다.

전시회는 지난해 5월 지드래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서울시립미술관에 먼저 전시 기획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의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세계적 미술관의 트렌드인 ‘포스트 뮤지엄(탈제도, 탈관행 미술관)’을 실현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YG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지난 6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드래곤과의 협업은 실험이자 부담이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이와 같은 도전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시도 없이는 변화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전시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이 지드래곤과 교감을 통해 만든 설치, 조각, 사진, 페인팅 등 2백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마이클 스코긴스, 소피 클레멘츠, 제임스 클라, 유니버설 에브리싱, 패브리커, 콰욜라, 손동현, 권오상, 건축사무소 SoA, 방·리 등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 14명이 참여해 지난 1년여 동안 작업했다. 지드래곤은 김동규와 김성조로 구성된 디자이너팀 ‘패브리커’와 함께 예술 작품, 빈티지 가구, 음악 활동의 결과물, 현대미술품 등 크게 4종류의 소장품을 전시한 ‘(논)픽션 뮤지엄’이란 공간을 꾸몄다.

1년 전 YG가 먼저 전시 기획 제안

그렇다면 전시의 제목인 ‘피스마이너스원’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지드래곤은 이를 “평화로운 유토피아적 세계(peace)와 결핍된(minus) 현실의 교차점(one)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을 노출시키고 살아야 하는 아이돌의 삶은 전시 제목인 ‘피스마이너스원’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요. 화려해 보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공허함도 많이 느끼거든요. 그런 감정들에 대해 작가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작품으로 형상화하려 애썼습니다.”

그가 지닌 예술적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데, 이번 전시에 참여한 권오상 작가는 “빅뱅과 지드래곤이 뮤직비디오에서 시각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지드래곤과의 작업은 현대미술은 물론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드래곤과의 협업 소감을 밝혔다.

전시와 새 앨범 준비 과정이 겹친 만큼(빅뱅은 5월과 6월에 걸쳐 신곡들을 발표했다), 작가들과의 협업이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지드래곤은 “어느 날 미술관에서 아일랜드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그 작가의 그림을 찾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신곡 ‘베베’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미술 관람 인구에 지드래곤 팬들까지 합세해 흥행이 예상된다. 더욱이 서울 전시가 끝난 뒤에는 해외 팬들을 위한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전시도 예정돼 있다.

미술관으로 간 G-DRAGON&엇갈린 시선들

6월 8일 전시회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드래곤.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서울시립미술관 임근혜 전시과장(맨 왼쪽), YG엔터테인먼트 측 미술비평 이정민 박사가 기획 의도와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지드래곤 전시회를 보는 ‘또 다른’ 시선

대중음악과 현대미술의 협업을 통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세대와 지역, 장르를 아우르는 주제로 소통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미술관 측 취지와 달리 이번 전시회를 둘러싼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먼저 이번 전시에서 지드래곤만의 캐릭터 파워를 찾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겨레신문 노형석 기자는 “대중문화와 미디어 아트의 접점을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전이지, 지드래곤의 정체성이나 생각들을 이미지로 증폭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문외한이 봐도 지드래곤의 색깔을 확고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콘텐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기사에 썼다. 또한 다수의 매체가 YG엔터테인먼트가 ‘지드래곤 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손을 빌려 그를 우상으로 만들려 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YG로부터 일정 제작비를 받았고, 전시회가 끝난 뒤에는 작품을 YG가 모두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업적 프로젝트에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이 장단을 맞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는 6월 8일 자 기사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 대한 평가는 연예기획사 상품의 흥행 성패 판단 기준을 따를 수 없다. 이곳은 어떻게든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찾아 헤매며 악전고투하는 작가들을 위해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입장은 대개 무료다. 이번에 8천~1만3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데 대해 김 관장은 ‘미술관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함께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지드래곤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오디오 가이드 대여료는 3천원,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휴대용 거울은 2만원이다”라고 꼬집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대표작 6

1 지드래곤&패브리커 (논)픽션 뮤지엄

피스마이너스원의 세계에 존재하는 (논)픽션뮤지엄은 지드래곤의 실제 이야기와 가상의 이야기가 섞여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건축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의 의자,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관 벽 장식, 그가 무대 혹은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의상들이 전시돼 있다.

2 방&리 (깊은 한숨) TV에 나오지 않는, 바퀴 달린 혁명

방자영과 이윤준으로 구성된 2인 컬렉티브로 뉴 미디어를 비롯한 디자인,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설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여러 형태의 조명들과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 지드래곤이 만든 음악, 작가가 선정한 사운드가 합쳐져 구성되는데 카메라는 무대에 서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되, 무대 위에 서 있는 지드래곤, 지드래곤을 보는 관람객의 위치는 끊임없이 바뀐다. 전시장 전면을 가로지르는 ‘REVOLUTION(혁명)’이라는 단어는 지드래곤의 노래 ‘쿠데타’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개인의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뜻한다.

3 박형근 피스마이너스원의 풍경, 그 세계로의 여행

‘피스마이너스원의 세계가 있다면 어떤 풍경일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품. 박형근은 카메라에 포착되는 현실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공간을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어가면서 긴 시간을 두고 사진을 그려나가는 독특한 방법으로 유명한 사진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드래곤이 상상한 세계를 재해석한 풍경 사진과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연작 ‘중력파괴’를 선보인다.

미술관으로 간 G-DRAGON&엇갈린 시선들
4 손동현 힙합 음악 연대기

손동현은 전통 기법을 현대의 초상화에 적용시켜 동양화의 영역을 넓힌 대표적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민화의 양식 중 문자도의 형식을 빌려 ‘힙합’의 연대기를 그린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음악 세계에 깊은 영감을 주었거나 그가 좋아하는 뮤지션 리스트를 작가와 함께 선정하고, 힙합 음악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해석을 곁들여 ‘힙합 음악의 초상’을 만들었다.

5 진기종 어느 멋진 날, 한낮의 짧은 꿈

진기종은 TV 방송이라는 대중매체를 설치, 조각, 영상, 모형 제작 등의 방법을 통해 재현함으로써 미디어의 일방적 소통과 조작,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에 질문을 던져온 작가다. 이 전시에서는 대중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지드래곤의 허상이 아닌 그가 마음속에 간직한 내면의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은 작가와의 인터뷰 중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혼자 쉬고 싶다”고 한 지드래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6 사일로랩·이영호 Room No. 8

낮게 읊조리는 독백과 공간을 채우는 목소리,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지드래곤의 모습으로 ‘피스마이너스원’의 막이 내려진다. 이전 공간에서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시각화했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뮤지션 지드래곤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어둠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담아두었던 진심을 들려주려 한다.

미술관으로 간 G-DRAGON&엇갈린 시선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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