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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긍정의 힘

그래, 그게 좋겠다…

글·신달자‘작가’

2007. 10. 10

나는 요즘 내 본래의 인격으로는 불가능한 말들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 본래의 인격이란 어떤 사람이나 일에 앞서 부정적으로 기운부터 꺾어놓는 일이다.
내가 별 걱정 없이 좋은 팔자로 운 좋게 살아갈 적에는 더욱 그랬다. 언제부턴가 내 힘으로 일어서야 하고 내가 아니면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으로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부터 나는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무기가 긍정의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니 깨쳤다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늘 현실이란 스승의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
맵시 없게 ‘그래가지고 되겠니?’라든가 ‘그런 건 아예 생각지도 마!’라고 단정을 짓는다든가 ‘그걸 말이라고 하니?’라고 쏘아붙이는 것이 나였고, 그건 그냥 처음부터 뻔한 것으로 치부하는 말을 하지 않고는 못 참던 시절이 있었다. ‘너는 거의 틀렸다니까, 알아!’ 식으로 무식하고 천하기까지한 나의 부정적 냉담은 어느 순간에 노력의 한 가지 테마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했을 때 결과는 더 부정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 그런 쉬운 것을 사람들은 늦게야 깨닫는지…. 철학이나 명상 종교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는 인간의 무능함을 알면 알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 무능한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간은 긍정의 힘만 있으면 사실 어떤 일에도 두려움보다는 도전의식을 가지게 된다.
잘 보이지도 않는 긍정의 말은 쉽게 마음속을 메우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은 절망과 나락의 절벽뿐인데 긍정의 힘이 솟아나겠는가. 그러나 이를 악물고 밥 먹듯 해보면 저절로 부정의 비극은 긍정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을 나는 안다.
세끼 밥 먹듯 긍정, 긍정, 긍정하며 걸어가면 어느새 긍정의 배가 부를 것이다.
‘그래, 그게 좋겠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우리 그렇게 해보도록 하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등의 긍정적인 생각과 말에 길들여지면 전에 없던 편안함과 여유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어려울수록 필요한 ‘그래, 그게 좋겠다’ 정신
사랑이란 한 사람의 본질에 대한 열정적인 긍정이며 적극적인 교섭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긍정과 부정은 늘 내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참담한 상처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은 결국 상대방의 평화와 행복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내 막내는 나의 부정적인 발언에 대해 치명적으로 생각한다. 가령 나는 식사준비를 하면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 야단을 맞는다.
“이 생선 조금 남은 거 오늘 먹어치우자. 상하겠다.”
우리 어머니가 했던 말이고, 우리 언니도 했던 말이다. 내 입에서도 저절로 나오는 말이다. 근데 완전 신식인 내 막내는 ‘맛있게 먹자’고 하면 될텐데 ‘먹어치우자’는 건 무슨 말이며 ‘상할 거’라는 말은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맞다. 맞다. 맞다. 정말 잘났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이 아닌가. 나는 이런 막내의 훈시를 들을 때마다 돈 주고 공부시킨 것이 그다지 손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말버릇. 이것은 어쩌면 내 숙명적 그늘인지 모른다. 막내는 나를 교수며 시인이라면서 말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부정적 말속에도 긍정의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뜨거운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 아이가 알지 모르겠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중학교 시절 집에 늦게 돌아오면 나를 나무라면서 늘 ‘오늘 또 늦어라’ 하고 역설적인 당부를 하셨다. 부정 속에도 긍정이 있다
그러나 긍정은 길들여야 한다. 행복도 길들여야 하듯이. 그러므로 긍정은 새로운 종교이며 이 시대에 필요한 종교다.
신달자씨는…
그래, 그게 좋겠다…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숙명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같은 과를 졸업하고 19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89년 ‘대한민국문학상’, 2001년 ‘시와 시학상’, 2004년 ‘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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