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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로운 도전

스타 PD 출신 교수에서 OBS 경인TV 사장으로 변신한 주철환

글·송화선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7. 08. 22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명성을 쌓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변신, 화제를 모았던 주철환씨가 오는 11월1일 개국하는 OBS 경인TV 사장으로 취임해 또 한 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도전 앞에 마음 설렌다는 그를 만났다.

스타 PD 출신 교수에서 OBS 경인TV 사장으로 변신한 주철환

“제방송 인생의 ‘시즌 2’가 시작됐어요. 7년 반 동안 몸담았던 학교와 제자들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허전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생각하면 설레고 즐겁습니다.”
지난 7월20일 OBS 경인TV 초대 사장에 취임한 주철환씨(52)는 간결하고 재기 넘치는 어투로 소감을 밝혔다. 80~90년대 MBC에서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명성을 쌓은 주 사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국어교사로 일하다 MBC에 입사했고, 17년간 PD로 일한 뒤인 지난 2000년엔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기며 다시 교편을 잡았다. 이번에 경기겴光돝熾?민방 OBS 경인TV 사장에 취임함으로써 학교와 방송사를 오간 그의 이력에서 두 번째 방송 인생을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 여러 일을 해왔지만, 제가 방송사 사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취임을 하면서 PD 시절 제가 기대했던 방송사 사장의 모습에 대해 계속 생각했죠. 사장으로서 권력을 휘두르기보다는 현장 PD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싶어요. 제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창의력도 함께 나누고요. 제가 아직은 ‘청년정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거든요(웃음).”
푸른색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의 그는 아닌게아니라 50대 초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인터뷰 내내 예능 PD 출신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램의 조건은 2C2H. Creativity(창의성), Communication(소통), Harmony(조화), Humanity(인간미)를 가리키는 말로, 자신의 이름 이니셜인 CH(Chul Hwan)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신생 방송사인만큼 우리의 경쟁력은 ‘새로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베끼고 벗기는 구태의연한 프로그램 말고, 새롭고 독창적인 걸 만드는 데 집중해야죠. 더불어 함께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할 겁니다.”

“내 경쟁력은 젊은이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청년정신”
그동안 ‘PD는 마지막에 웃는다’ ‘시간을 디자인하라’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이 같은 젊은 감각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비결로 ‘동심’을 꼽았다.
“사실 제가 평소 유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거든요. 하지만 좌절하지 않아요. 동심은 순수함과 유치함, 이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니까요(웃음).”
그는 고교교사 시절 제자들에게 ‘자음동화’를 가르칠 때마다 들려줬다는 얘기 한 토막도 소개했다. “‘인’이라는 아이가 ‘일’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묻고 “‘류’라는 친구를 만나면 된다”고 알려줬다는 것이다.

스타 PD 출신 교수에서 OBS 경인TV 사장으로 변신한 주철환

“재미있게 살고 의미 있게 죽자”는 좌우명처럼 재미있게 일하겠다는 OBS 경인TV 주철환 사장.


“‘인’과 ‘류’가 만나면 발음이 ‘인+류’에서 ‘일류’로 바뀌잖아요. 그게 바로 자음동화죠. 저는 이 원리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는지, 자기 마음의 뿌리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젊음을 유지할 수도 있고 늙을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그는 늘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그들과 생각을 나눈다고 한다. PD시절 ‘퀴즈 아카데미’ ‘TV 청년내각’ ‘대학가요제’ ‘우정의 무대’ 등 젊은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한 것도 그들의 감수성과 열정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때 친하게 지낸 학생들과는 지금도 자주 만나 어울려요. 지난주에는 대학교 1학년생인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데리고 춘천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죠. ‘나이가 들면 말을 줄이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는데, 그 교훈에 따라 제가 비용을 다 댔어요. 그 덕분인지 아이들이 저를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같이 잘 놀았어요(웃음).”
예전부터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아들 친구들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번 여행으로 한 가지 꿈을 이룬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젊음과 도전정신은 신생 지역민방인 OBS 경인TV 사장에 취임한 지금도 가장 든든한 자산이다.
“안정적인 교수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절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평생 한 번도 경영분야 일을 한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사장 일을 잘 해낼까 우려하는 분들이 계신 것도 알고요. 하지만 만약 경영전문가가 사장이 됐으면 방송 경험이 없다는 게 또 문제가 되지 않았겠어요? 저는 이 상황을 낙천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제가 원래 PD일 때도 프러덕션(production겵╂?보다는 프로모션(promotion겿퓔? 쪽에 더 재능이 있었거든요(웃음).”
그는 경기겴光동「?방송되는 지역 민방으로서의 한계와 주주 간 내부 갈등 등 회사 내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없으면 푸는 재미도 없다는 것”이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풀 생각을 안 하고 해설지부터 봤죠.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게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답은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때부터 비로소 풀이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이미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방송사에서 경영을 맡았다면 전 오히려 재미없다고 느꼈을 겁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죠. 국민드라마 ‘대장금’이나 ‘주몽’을 보세요. 역경을 딛고 이룬 성공 신화이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주잖아요. 저는 문제가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그걸 즐기려고 합니다(웃음).”
주 사장의 좌우명은 “재미있게 살고 의미 있게 죽자”. 그는 OBS 경인TV에서 한번 재미있게 일하겠다는 각오가 크다고 한다.
“처음부터 1등이 될 수는 없겠죠. 당분간은 1등급에 만족할 겁니다. 우유를 보면 1등은 하나지만 1등급은 아주 많잖아요. 1등에 욕심내지 않고 1등급 방송을 꾸준히 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1등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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