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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화제의 주인공

연극 연출 맡은 영화감독 장진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흥행신화

글·송화선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2005. 10. 05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흥행 성공 뒤에는 두 작품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각각 제작과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이 있다. 그가 화려한 박수를 뒤로하고 고향 연극판으로 돌아가 화제다. 오는 10월14일까지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준비에 한창인 장 감독을 만났다.

연극 연출 맡은 영화감독 장진

올해 영화판에서 가장 풍성한 가을걷이를 거둔 인물을 한 명 뽑는다면 단연 장진 감독(35)일 것이다.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맡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시나리오, 연출을 맡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가 연달아 ‘흥행 대박’을 터뜨리면서 요즘 영화계 안팎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축제를 즐기는 대신 ‘박수칠 때 떠나는’ 쪽을 택했다.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성공을 탄생시킨 연극판으로 돌아가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연출을 맡은 것이다.
“전무송, 전양자, 민지환씨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에요. 지금까지 전 항상 제가 쓴 대본을 갖고 젊은 배우들과 함께 일해왔어요. 그래서 번역극인데다 선배들이 다수 출연하는 이 작품은 제게 새로운 도전이죠. 하지만 ‘세일즈맨의 죽음’은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연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갑자기 높아진 세상의 관심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가 개봉된 뒤 바로 다음 날인 지난 8월12일부터 ‘세일즈맨의 죽음’의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자신은 정확한 관객수도 모른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에게 ‘그동안 진 빚은 다 갚겠다’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관객수에 신경을 안 썼어요.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당분간은 직원들 월급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돈도 벌었는데 무슨 욕심을 더 부리겠어요.”
최근 영화감독으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장진의 고향은 대학로 연극 무대다.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뒤 시나리오 작가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다 방송(‘접속 무비월드’ MC), 출판(희곡집 ‘덕배랑 달수랑’), 뮤지컬(아름다운 사인), 영화(기막힌 사내들·간첩 리철진·킬러들의 수다·아는 여자·박수칠 때 떠나라·웰컴 투 동막골)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혀갔고, 최근에는 1년 반 정도를 주기로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는 그가 대학로 무대에 올렸던 연극에서 출발한 영화.

“연극은 내 상상력의 원천, 독서와 수다 통해 아이디어 얻어요”
“영화와 연극은 느낌이 달라요. 연극은 늘 고향 같죠. 항상 편안하고, 제게 언제나 영감을 줘요. 반면 영화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요.”
장진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연극용’과 ‘영화용’을 구별해 각각 적절한 분야에 적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로에서 젊은 연출가로 활동하다 처음 영화에 발을 들였을 때는 이러한 구별이 쉽지 않았고, 쓰디쓴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장진이 영화 연출을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그가 연출한 연극을 본 ‘모래시계’ 김종학 PD가 그에게 자신의 연출부에 들어올 것을 권하면서부터.
“연출부에 들어가서 쓴 첫 시나리오가 ‘기막힌 사내들’이었어요. 김종학 PD가 읽어보더니 ‘재미있다. 네가 한 번 만들어보라’며 연출권을 줬죠.”
하지만 ‘기막힌 사내들’은 흥행 면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었고, 두 번째 연출작 ‘간첩 리철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영화계에는 흥행에 실패한 감독이 설 자리가 없어요. 연이어 두 작품이 망하니까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극 연출 맡은 영화감독 장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연습실에서 연기를 지도하고 있는 장진 감독.


그러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 안에 담긴 장진만의 독특한 매력은 그에게 또 한번 메가폰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장진은 2001년 영화 ‘킬러들의 수다’를 통해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가 성공한 지금, 그는 충무로에서 가장 촉망받는 ‘미다스의 손’이다.
그의 영화를 본 이들이 하나같이 꼽는 장진의 매력은 톡톡 튀는 상상력과 깊이 있는 유머 감각. 하지만 정작 장진은 자신의 강점으로 ‘성실성’을 들었다.
“영화, 연극, 방송은 제 손을 떠나는 순간 바로 대중의 평가를 받잖아요. 그래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지난 10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을 정도죠. 사람들은 저를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사람으로 보지만, 제 생각에 저의 경쟁력은 부지런함인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가면 꼭 책을 집어들 정도로 다독가라고 한다. 주로 한국 소설과 문학 평론 등을 읽는데 그 속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발전시키는 건 ‘수다’의 몫이다. 장진은 1999년 ‘문화창작집단 수다’를 만들고, 2003년 3월 세운 영화제작사의 이름을 ‘필름있수다’로 정했을 만큼 ‘수다 예찬론자’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글로도 수다를 떤다’고 말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메모를 하며 생각의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 장진 안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세일즈맨의 죽음’이 끝나면 바로 올해 말부터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가려고 준비 중입니다. 연극도 계속할 거고요. 계속 부지런히 살다가 더 나이 들면 조그만 무대에 제 작품을 올리며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 조만간 결혼도 해야 할 텐데(웃음).”
그가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환경에 대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장진이 만드는 환경 이야기가 어떤 유쾌함과 독특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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